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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Tour - 봉두암 ('12.12.08.) 부영아파트 - 유학산 유원천파크 - 봉두암 몸소 가을을 일찍 찾은 탓인지 아니면 뉘여있는 내 몸의 시간이 지리하게 흘러서인지 더딘 가을은 어느 순간 내 곁을 떠났다 장미빛 앞날에 대한 시름으로 한참을 앓고 난 뒤 답은 결국 가장 익숙한 곳에서 찾아 오는 것을 깨달는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 앞으로 미래를 댕기듯 걷는다 소복히 쌓여 있는 눈을 밟아 가며 조금씩 오르면 내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 하얗게 들어온다 시린 눈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솔잎을 보며 공단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에 취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 온 예년의 모습이 떠오른다 저 넘어 흐르는 강물엔 황혼이 깃들고 노을로 타오르는 외곽도로를 몇대의 자동차가 힘차게 달린다 모두들 집으로 돌아 가는 길 이 겨울을 지나서
Local Tour - 수리산 ('12.11.03.) 수리산역 - 가야주공3단지 - 슬기봉 - 밧줄바위 - 수리중학교 - 산본역 외곽을 잇는 열차에는 고유의 느낌이 있다 그것이 겨울을 향하는 방향에 있다면 조금 더 진하게 느껴지기 마련이고 들머리를 찾아 늦은 오후의 여유를 즐기며 걸어 가니 잠깐의 오르막을 지나 이정표가 나타난다 숲사이로 스며 들어오는 길어진 햇살을 받으며 동네 뒷산과도 같은 평탄한 길을 걷자 하늘이 열리며 슬기봉이 눈에 들어온다 별 생각없이 찾은 곳이건만 지정학적 의미가 있는 곳인가 보다 저 아래로 레고 블럭같은 군포시가 눈에 들어오고 내가 걸어 온 길을 누군가 걷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태음봉이 저만치 앞에 다가와 있고 산 넘어 외곽순환도로와 안양 시내가 가을의 끝자락에 담겨 있다 어찌보면 서울에서 한참의 외곽이지만 ..
Local Tour - 태백산 ('12.10.12. - 10.14.) 당골 주차장 - 유일사 매표소 - 유일사 - 장군봉 - 천제단 - 문수봉 - 소문수봉 - 당골 - 오투리조트 운전석을 뉘이고 전신을 휘감은 피로를 달래며 오랜 벗을 기다린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 유일사 매표소는 짙은 어둠으로 우리를 들이고 고된 짐을 이고 인적이 사라진 길을 오른다 산은 깊게 잠들어 있다 정상에 올라 자리를 잡고 고개를 돌려 동쪽 하늘을 바라보니 조용히 다가와 어깨를 기대어 앉는 첫사랑 소녀와도 같이 어느덧 여명이 찾아와 있다 뜨거운 국물에 술 한잔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옛 기억 흉하게 뒤틀린 내 삶의 모습에 고개를 떨군다 인생 뭐 있어 취기에 기개 대신 기지개 한번 켜보고 침낭 깊숙이 들어 짧은 잠을 청해 본다 텐트 지퍼를 내리자 선들대는 철쭉가지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밀려 들어온다 ..
Local Tour - 관악산 ('12.10.02.) 서울대 입구 - 제 4 야영장 - 학바위 능선 - 소머리 바위 - 연주대 - 과천향교 미흡함이 역력한 낯설은 발걸음 나는 낯선 땅 서울대에 놓여 있다 내 인생의 계절 어디쯤 와있을까 어느새 주변의 곳곳 가을이 다가와 있구나 담벼락 담쟁이 덩쿨에 나뭇잎 끝자락에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까지 물들어 조용히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떨어진 나뭇잎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길어진 아침 햇살을 맞으며 길을 걷다 보니 내 뒤를 어느덧 서울 전경이 채우기 시작한다 사람이 드문 학바위 능선을 올라 어디론가 하나의 방향으로 연이어 다가가는 비행기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나의 계절 잿빛의 도시와는 다르게 높은 하늘의 뜨거운 햇살을 받아 풍요의 빛을 띄울 수 있기를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산사에도 정상의 바위도 곧 하얗게 새로운 세상에 품겨..
Local Tour - 비슬산 ('12.10.06.) 유가사 - 참꽃군락지 - 대견사지 - 월광봉 - 대견봉 - 수도암 - 유가사 계절에 쫓기듯 야생화가 예쁘게도 피어 있다 잘가꾸어진 산사를 애둘러 비슬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자본의 힘에 취한 내게 여러가지 생각을 전한다 처마 위에 걸쳐진 대견봉을 눈으로 확인하고 들머리에 접어드니 이 또한 가을이다 바래진 색과 위태롭게 남아 있는 위엄을 잃지 않는 것은 수억년의 힘을 견디어 낸 기암 뿐인가 산으로 들어선 나는 유한의 동질성에 빠져 강하지 못하게 가을에 취하고 만다 한 순간 걸어 지나갈 뿐 우리는 길로 존재하지 않고 행자로 태어났다 한치 아래서 찰나를 뽐내는 그 정도의 존재 누군가가 이룩해 놓은 역사를 탐하고 사이에서 경쟁하며 길이 되었다 착각하는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 넘어로 우두커니 정상석이 서있다 먼 길 떠..
Local Tour - 경천대 ('12.09.08.) 상주 경천대 주말의 오전 아무도 찾지 않은 텅빈 극장에서 피에타를 보고 핸들을 잡아 40분 남짓의 경천대를 찾는다 잘 가꾸어진 길을 따라 손을 잡고 걷다가 어느덧 열기를 잃은 하늘을 올려다 본다 촉촉하게 젖은 황토길에 맨발을 뭍으니 조금은 더 자연으로 들어온 듯 한 착각에 빠진다 먼 길 길게 굽이져 흐르는 낙동강 이지만 지나가는 계절은 붙잡지 못하나 보다 우리네 삶의 터전은 잡을지언정 흘러가는 물의 흐름에 세월을 거슬러 저 굽이 넘어에 아직 남아 있을것 같은 추억을 더듬어 서로를 확인 한다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 자신을 채우고 쉬어갈 터가 되기를 바라며
Local Tour - 대둔산 ('12.08.31. - 09.01.) 대둔산 야영장 - 동심바위 - 금강구름다리 - 삼선계단 - 마천대 - 케이블카 낯선 문을 열고 들어선다헐거운 자물쇠를 잠그고돌아서서 찬찬히 바라보는 방의 모습 많은 이를 거쳐간 너절한 이불삐그덕 거리는 바닥거미줄 가득한 창 넘어스산하게 부는 바람이 창을 두드린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기억 넘어 고향 생각에 눈시울이 달아 오른다그렇게 오늘도 잠시 길을 잃고 만다 편리를 이용해 무작정 담아 넣어 오늘은 노동을 보태지 않고 그냥 즐길 것이니 하루를 넘어 이슬 맞은 텐트를 넘어 고요한 숲의 아침이 밝아 온다 두 눈을 부비며 물을 끓여 찌그러진 컵 반듯한 컵 하나하나에 커피를 만들고 전날의 만찬이 다 기시지 않은 아침을 맞이한다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하늘을 올려다 보니 암봉이 길을 인도하고 아래선 서두르라 재촉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