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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Tour

Local Tour - 태백산 ('12.10.12. - 10.14.)


당골 주차장 - 유일사 매표소 - 유일사 - 장군봉 - 천제단 - 문수봉 - 소문수봉 - 당골 - 오투리조트 



운전석을 뉘이고 전신을 휘감은 피로를 달래며 오랜 벗을 기다린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 유일사 매표소는 짙은 어둠으로 우리를 들이고


고된 짐을 이고 인적이 사라진 길을 오른다


산은 깊게 잠들어 있다


정상에 올라 자리를 잡고 고개를 돌려 동쪽 하늘을 바라보니


조용히 다가와 어깨를 기대어 앉는 첫사랑 소녀와도 같이 어느덧 여명이 찾아와 있다


뜨거운 국물에 술 한잔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옛 기억


흉하게 뒤틀린 내 삶의 모습에 고개를 떨군다


인생 뭐 있어 취기에 기개 대신 기지개 한번 켜보고


침낭 깊숙이 들어 짧은 잠을 청해 본다


텐트 지퍼를 내리자 선들대는 철쭉가지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밀려 들어온다


짙푸른 하늘과 앙상한 가지가 내게 계절을 말하고


한참을 누워 하늘을 바라보다 무엇인가에 떠밀리듯 짐을 꾸려 다시 길에 선다


또 다른 천재단을 지나고


부유일기(蜉蝣一期)


수백번의 지독한 굴레를 견디고 서있는 고목에 경의를 표한다


눈 앞의 부석봉을 넘어


문수봉을 향해 걷는 내내 눈 덮힌 길을 상상했다


금새 사방에 눈 꽃이 피고


숨기고 싶은 모든 것을 뒤덮은 새로운 세상이 열리겠지


불쑥이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른


기원의 탑만이 고개를 들고


저 아래


호젓한 길은


찬란한 다음을 꿈꾸며 피안의 세계로 숨어 들겠지


함께한 일본인 산악부 벗과


단풍 가득한 산을 내려와


또 다른 벗을 만나려 길을 달린다


거대한 풍력발전소가 담장이고


꽃보다 화려한 단풍이 정원이며


깊은 저수지가 연못인 곳으로


화롯불과 웃음


왁자지껄 밤을 보낸다


그리고 다음 날 느즈막히 일어나


밍기적거리며 밖으로 나가 캐치볼을 하며 다시 웃고 떠들고


사회의 무게를 내려 놓은채 성인으로서의 여유를 즐겨 본다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컬러를 달리한다


화려할 것 같은 삶도


흩날리는 낙엽과 같은 것


한쪽은 look good


시간을 잃은 이면은 거칠기 짝이 없다


인생 일단정지


오늘은 내 여기서 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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