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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Tour

Local Tour - 대둔산 ('12.08.31. - 09.01.)


대둔산 야영장 - 동심바위 - 금강구름다리 - 삼선계단 - 마천대 - 케이블카 


낯선 문을 열고 들어선다
헐거운 자물쇠를 잠그고
돌아서서 찬찬히 바라보는 방의 모습


많은 이를 거쳐간 너절한 이불
삐그덕 거리는 바닥
거미줄 가득한 창 넘어
스산하게 부는 바람이 창을 두드린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
기억 넘어 고향 생각에
눈시울이 달아 오른다
그렇게 오늘도 잠시 길을 잃고 만다




편리를 이용해 무작정 담아 넣어 오늘은 노동을 보태지 않고 그냥 즐길 것이니



하루를 넘어 이슬 맞은 텐트를 넘어



고요한 숲의 아침이 밝아 온다



두 눈을 부비며 물을 끓여



찌그러진 컵 반듯한 컵 하나하나에 커피를 만들고



전날의 만찬이 다 기시지 않은 아침을 맞이한다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하늘을 올려다 보니 암봉이 길을 인도하고



아래선 서두르라 재촉하며 물안개가 좇아 온다



몇몇 상점을 지나 산의 들머리에 이르니



산에 대한 잘못된 소유욕이 만든 거부감에 고개를 저으며



사진 한컷 남기고 가볍게 건축물을 지나선다



잦은 비로 계곡으로 변해버린 길을 넘고



돌계단을 묵묵히 오르자



산이 그 참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막 깨어나고 있는 산



기암 절벽으로 위용있게 일어 선



사람은 이곳에 자신의 삶을 얹고



자신 내 방식을 심는다



각각의 존재를 덩어리로 묶고



조악한 미적 상업적 가치를 더해



그 위를 걷는다



저 높은 곳



저 만치 떨어진 곳



단단한 벽의 어깨를 빌려



고마 아찔한



길을 만든다



머리 위에 정상이 들어오고



걸음을 더해 찾은 그 곳에서 우연히 14좌를 완등하신 오은선 대장을 만나는 행운을 누린다



어느덧 올라온 길에 사람의 모습이 많아지니



내려갈 시간이구나



물안개 사라진 기암을 보며



주차장이 눈 앞에 들어오는 그 곳에서



나는 또 새로운 길을 택한다



하산행 표를 사서



미끄러지듯 산 아래로 향한다



땀 흘려 올라갔던 봉우리가



저 멀리 화폭 속으로 사라지며



현실로 돌아온다
 


눈을 뜨며 다시 찾은 집
어제의 오늘과 오늘의 내일이 일치하는 곳
안도의 한숨 실의의 웃음
나는 혼자서 치열히 겁과 싸운다


두개의 주사위가 손아귀에서 부벼지며 소리를 낸다
엄지 손가락을 비스듬히 치우며
곁눈으로 바라보는 숫자
이것인가


장치가 동작하려는 암시가 전해진다
아주 오래전 미래를 그리며 만들었던
내 운명의 고리와도 연결된
거대한 그것이


깊은 곳 진앙과도 같이
소리 없이 흔들려 파도를 만든다
자신과 주변을 완벽히 뒤덮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