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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 East/2015

[파키스탄] Iqbal Top



Bondid(Camp4) - Iqbal Top - Bondid(Camp5)


하이캠프의 사흘째 아침. 본디트 피크 위로 파란 하늘이 구름의 방향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나는 반듯한 돌을 찾아 간이용 의자를 올려 놓고 비를 가득 머금은 채 조금이라도 성미를 건드리면 나에게 돌진해 사정없이 비를 뿌릴 것만 같은 K2 방향의 먹구름을 보며 모닝 짜이를 마시고 있다. 


몇시간이나 잠들어 있었을까. 어제 새벽 역시 굉음에 몇번이고 눈을 떴다. 텐트의 지퍼를 올려 두 눈으로 확인하기 두려울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계속해서 산사태가 났다. 굴러 떨어지는 돌의 울림이 조금씩 텐트 사이트로 가까워 졌고, 텐트 밖 다른 일행들의 웅성거림이 밤새 나를 긴장 시켰다.


캠프에 도착한 다음날 흐린 날씨로 하루 종일 텐트에 머물렀으나 좀처럼 날씨는 좋아지지 않았고, 어제밤 회의 끝에 나는 일기에 상관없이 산사태가 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오늘 이크발 탑에 오르기로 했다. 밑에서 올려다 보기에 쉬워 보이는 길은 아니나, 늘 그렇듯 정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산이 나를 안아 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조금 더 산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 High Camp 에서



이크발 탑을 오른다


하이캠프에서 꼬박 이틀을 보냈지만 결국 하늘은 열리지 않았고


오늘도 날씨가 좋지 못해 정상의 시계를 장담할 수 없으나


캠프서 또 하루를 의미없이 보내려니 시간과 양 잡아 먹은 체력이 아까워


추후 한번 더 오를 심산으로


일부 인원만 정상을 향했다


SIGMA DP1Merrill  19mm 1:2.8  Bondid Glacier


SIGMA DP1Merrill  19mm 1:2.8  Bondid Glacier


한참을 오르다 고개를 돌려 보니 본디드 피크에서 흘러 내리는 빙하가 장관이다


쓸려 내린 토사 속으로 푹푹 빠져드는 발을 옮기며 이리저리 굴러 떨어지는 낙석을 피해가며 


힘겹게 이크발 탑에 올랐다


함께한 일행들


모두가 서로에게 격려를 보낸다


SIGMA DP1Merrill  19mm 1:2.8  Iqbal Top


SIGMA DP1Merrill  19mm 1:2.8  Iqbal Top


길잡이가 되어 준 알탑 유니스 알리에게도 감사를


비록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이크발 탑 앞에 펼쳐진 주옥같은 고봉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비 속 산행의 달콤한 보상처럼 커다란 무지개가 하산에 앞서 이크발 탑을 감싸 안았다


다시 하이캠프로 하산


그날 밤 기다리던 하늘이 열렸다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 듯 밤하늘을 가득 채웠다


우습게도 이제는 아득하기만 한 군복무 시절 당시 GOP에서 올려다 봤던 별들을 떠올리려 했다가


이내 생각을 멈추고 강경옥씨 작품의 여주인공을 그리워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밀키웨이 하면 나의 사랑 보아인데


여하튼 각설하고 하늘을 보니 내일은 다시 정상에 도전할 수 있으리라


눈을 뜨니 나흘만에 기다리던 하늘이 나타났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