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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 East/2015

[파키스탄] Saiful maluk Lake - Shorgan - Sri Paya Meadow - Wah



Saiful maluk Lake - Shorgan - Sri Paya Meadow - Wah Gargen


묵직한 무엇인가에 머리가 눌려 지는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휴대폰 LED가 적막한 방에서 홀로 점멸하며 모든 것이 아직까지 커다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암묵적으로 내게 알린다. 한쪽 눈을 가리고 시력 검사대에 올라 선 환자처럼 멍해진 머리를 쥐어짜며 잠든 사이 들어온 메세지를 읽어 내려갔다. 슬프지만 예쁜 글이였다. 나는 짙은 어둠이 깔린 창 밖을 한 차례 흘겨 보고는 아직 한기가 가시지 않은 몸뚱이를 움직여 침대에서 일어났다. 분명 냉혹하겠지. 저 어둠. 그렇지만 지금은 문을 열고 저 어둠으로 들어가 하늘의 별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바지를 갈아 입고 목에 버프를 두른 채, 밖으로 나갔다. 


꽤나 높은 곳에 자리잡은 산간의 호텔. 리조트의 이름을 빌려 조경이 잘되어 있고 잔디 정원을 중심으로 예쁘장한 숙소가 두르고 있다. 촉촉히 이슬 젖은 잔디를 밟으며 모두가 잠들어 버린 고요한 어둠 속으로 들어가 하늘을 올려다 본다. 어둠에 낮게 깔린 구름이 보였다. 별은 볼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하던 찰나, 호텔의 전기가 나가며 모든 것이 더욱 짙은 우주로 빠져 들었다. 날씨 탓인지 이상하게도 포근하고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호텔의 모퉁이에서는 더운 물을 뎁히기 위해 새벽부터 장작불이 피워지며 어둠을 깎았다 쌓였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지독한 안개에 빠져 길을 잃었지만, 저 구름 뒤, 지금도 모두들 열심히 각자의 궤도를 돌고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해 보니 한결 외로움이 엷어지는 것 같았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바지를 갈아 입고 침대로 들어와 휴대폰 플래쉬 불 빛 아래 이렇게 글을 쓴다. 시간은 어느덧 한시간 넘게 흘러 동이 터오르며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하네. 이제 이어폰으로 음악을 한 곡 들으며 다시 잠을 청한다. 두 시간 후에 일어나야 하지만 오늘은 왠지 달콤한 꿈에 빠져들 것만 같다.  '15.7.15. am0453 각색이나 한 것 처럼 글을 끝내자 바로 전기가 들어오는 쇼그란의 호텔에서 



처음 파키스탄에 오고 묵었던 숙소에는


늘 작은 테이블 위에 어떤 절경의 호수 사진을 커버로 한 잡지가 올려 있었다


SIGMA DP1Merrill  19mm 1:2.8  Saiful Maluk Lake


SIGMA DP1Merrill  19mm 1:2.8  Saiful Maluk Lake


그리고 그 호수가 파키스탄에 있으며 나란에 있는 Saiful Maluk Lake라는 것을 훗날 알게 되었고


별다른 동기부여 없이 이 호수를 찾아 이렇게 말없이 홀로 앉아 있게 되었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Saiful Maluk Lake


호수를 보자 더 이상 나란에서 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산길을 내려온 뒤 호텔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그 길로 작은 산간 마을인 쇼그란으로 거처를 옮겼다


쇼그란에 특별한 엑티비티가 있는 것은 아니였지만


조경이 잘되어 있는 숙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짧게 산책을 다니거나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며 사흘의 시간을 보냈다


Shogran에서 짚차로 산길을 또 다시 50분여 올라가면


거짓말 처럼 거대한 목초지가 나타난다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Sri Paya Meadow


SIGMA DP1Merrill  19mm 1:2.8  Sri Paya Meadow


나는 이 곳에 앉아 카라코람의 추억이 담긴 음악을 들으며


하늘이 열릴 때까지 글을 썼다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Sri Paya Meadow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Sri Paya Meadow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


돌아온 펀잡은 그 모습 변치 않고 혹서의 날씨로 나를 반기네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Wah Garden


SIGMA DP1Merrill  19mm 1:2.8  Wah Garden


길었던 라마단의 마지막날


나는 또 하나의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Sri Paya Meadow. Shorgan에서 짚차를 빌려 타고 50분여를 오르자 역시나 말도 안되는 드넓은 초원이 나타났다. 말과 소들이 뒤엉켜 풀을 뜯고 있는 물안개 가득한 초원을 한참을 홀로 걸었다. 이쯤이면 되겠다 싶은 곳에서 평평한 돌을 찾아 앉고선 산을 타고 넘어가는 물안개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저 멀리 몇 채의 농가가 안개에 가려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초원을 뛰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환청 마냥 들려온다. 한국에 있을때 산중에서 밤을 지새는 날이면 이렇게 새벽녘 안개 바람을 즐겨 맞곤 했었는데.


친구가 보내준 소설 캡쳐 본을 몇 장 읽고는 이어폰을 꼽고 Coldplay 음악을 들으며 노트를 꺼내어 들었다. 그래. 작가의 말처럼 우리 모두 고독하게 자신의 궤도를 돌고 있다. 많은 것들을 연료로 소진해가며 끝내 어둠속으로 소멸될 때까지. 그러고 보면 나는 늘 소멸보다 소진이 무서워 모두가 잠든 시간, 어두운 고속도로를 달리고, 아무도 없는 이국을 찾아 중학 2년생의 감성으로 되도 않는 글을 쓰고 그랬었나 보다. 요즘들어 한국이 그립다. 내 삶의 자양분은 그리움! 이런식으로 떠들고 다녔던 어린 날들이 있었는데. 어느새 나도 많이 변해 있다.


그리 큰 기대는 없었지만, 하늘이 열리지 않을 것 같다. 

그냥 모든 것을 상상에 맡기고 이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겠다.  


'15.7.15. am1130 Sri Paya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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