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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 East/2015

[파키스탄] Skardu - Kanday - Iqbal Top



Islamabad - Skardu - Kanday - Khotit(Camp1) - Bondid(Camp2,3)


딱딱한 바닥이 등에 배겨 왔지만 침낭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어. 부실한 렌턴 불빛 만으로도 공간을 가득 채우던, 작은 텐트 안에 자신을 고립시켜. 질기게 나를 따라 온 현실로부터 도망치듯이. 깊숙이. 이렇게 어두운 산중에 홀로 누운 것이 얼마만이더라.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전 일인 것 같은데 내 몸은 정확하게 행동요령을 잊지 않고 기억하나 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연스레 잠으로 빠져드네. 투둑투둑. 새벽녘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다시 의식이 돌아왔어. 시계를 보니 갓 다섯시가 넘은 시간. 의식을 억누르고 조금 더 잠을 청해 보았지. 


어제는 스카르두에서 여섯시간 반을 짚차로 달려 이곳 칸데에 도착했어. 카플루를 지나며 해가 저물어 버린 데다가 비까지 내리기 시작해서 몇몇 곳에 길도 쓸리고, 리얼 오프로드를 넘나드는 험한 길을 넘어 이 곳에 왔기에 오늘부터 시작되는 트레킹에 앞서 몸에게 조금 여유를 주고 싶었지. 칸데에 닭이 없다고 하여 카플루에서 부터 생닭 두마리를 내 가랑이 사이에 끼고 왔는데 그렇게도 내 다리에 스킨쉽을 나누던 녀석 중 한마리는 이미 내 뱃속에 들어 있네. 벌써 파키스탄에서 다섯달 가까이 보내고 있어. 더 이상의 죄책감은 없지, 포만감만 있을 뿐.


다행히도 산행이 시작되기 전에 비는 멈췄고 구름이 적당히 낀, 딱 걷기 좋은 날씨가 만들어 졌어. 게다가 오늘의 목적지인 호티트까지 4시간의 길은 평지부터 시작해 차츰 경사를 올리는 형태서 이드 동안 돼지가 되어버린 내 몸이 고소에 적응하기에는 안성맞춤이더라. 땀을 한 바가지 쏟긴 했지만 쉬엄쉬엄 걸어 온 끝에 이렇게 텐트 옆 간이용 의자에 앉아 신선 어르신이 담배 태우고 계실 것 같은 구름 낀 파타브락을 보며 모로코 처자들이 만들어 준 모로칸 그린티를 마시고 있어. 나를 포함, 다섯의 트레커를 위해 11명의 포터와 1명의 무장 경찰 그리고 2명의 가이드가 동원된 대규모 원정대(?) 느낌의 트렉에 하루 전날 밥 숟가락 얹듯이 합류해 이런 호사를 누리자니, 늘 가난한 백패커를 가장한 부르주아 여행객인 나는 어찌해야할지 낯설기만 하네. - Khotit Camp 에서



구름 위로 우뚝 솟은 낭가파르밧을 지나자 비행기는 점차 고도를 낮춰


발티스탄 제 1의 도시 스카르두에 나를 내려 놓았다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Skardu


SIGMA DP1Merrill  19mm 1:2.8  Skardu Buddha Rock


블루문이라던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하늘을 올려다 보니 커다란 달이 스카르두 하늘에 걸려 있네


우연찮게도 스카르두에 온 다음날 시아파들의 최대 축제인 아슈라가 시작되어


수백의 군중이 시뻘게 지도록 사정없이 자신의 가슴을 때리며 수세기 전 순교한 이맘 후세인을 기리는 열정적인 행렬을


열정이 빠지고 습관만 남은 모습으로 길 한켠에 우두커니 서서 지켜 보았다


나도 게스트지만 이번 여행의 진짜 게스트들의 화이팅과 함께


힘차게 칸데를 향해 출발해 보았지만 역시나 얼마가지 못하고 문제에 봉착해


나는 파키 전문가 답게 인샬라를 외치며 차에서 뛰어 내려 도로 옆 살구 나무 따위로 시선을 돌리지


어렵사리 도착한 칸데 이크발 집 옆에 텐트를 치고 잤는데 어느덧 해가 솟았네


오늘부터 그가 찾아낸 7,8천 미터 고봉들 뷰 포인트인 이크발 탑으로 산행을 시작해


SIGMA DP1Merrill  19mm 1:2.8  Old Kanday


계곡을 건너고 짧은 오르막을 치고 올라 길을 계속 걸으니


산세가 바뀌며


첫 야영지인 토티트 메도우에 이른다


일찌감치 텐트를 치고 체력을 회복해 주변을 어슬렁거리니


머리 위로 내일의 목적지인 본디드 피크가 들어온다


이렇게 빠르게 하루가 저무는구나


산중의 하루는 군더더기 없이 단조로우니


예쁘게 먹고


예쁘게 잠들면 된다


텐트 지퍼를 올리기만 하면 오늘도 거짓없이 바깥 세상은 비경이구나


꾸물거림 없이 다시 산을 오르면 된다


양 한마리 끌고


신선들의 산을 배경 삼아


목적이 분명한 삶이다


하루하루가 고되지만


분명한 방향성이 있다


SIGMA DP1Merrill  19mm 1:2.8  Bondid Peak


어떤 이는 빙하 물 길러 나오고


어떤 이는 캠프를 차린다


힘겹게 끌고 온 양은 여기까지


더 이상의 죄책감은 없지 포만감만 있을 뿐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Bondid Glacier


봉우리가 구름 속에 잠기면


우리네 역시 텐트 속으로 몸을 숨기고


하늘이 열리기를 묵묵히 기다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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