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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 East/2015

[파키스탄] Hunza



Raikot Bridge - Gilgit - Karimabad - Ali Abad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훈자라는 이름은 꽤 오래전에 내게 다가왔어. 여행 좀 다닌다라고 치기 어리게 말하고 싶었던 어린 날의 언제겠지. 책이건 통신 매체건 어느 곳을 통해 흘러 들어온 그 지명은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안에 자리를 잡았고 더욱 화려한 녀석들의 뒤에 웅크리고 앉아 묵묵히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수년이 지난 지금 결국 이렇게 나를 이 곳으로 이끌게 만들었네. 그래. 내가 이 땅에 있는 이유 중 훈자라는 단어를 부정할 수는 없을거야. 훈자, 낭가파르밧, 카라코람 그리고..가 아닌 그래서 파키스탄. 이것이 진실이지. 


모두들 훈자를 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고 불러. 겉에서 보면 라카포시와 울타르로 둘러싸이고 도처에 체리와 뽕나무 열매가 널려 있는 절경의 마을이기에 그렇게 불리겠거니 생각하겠지만, 블랙홀이라는 단어의 그 짙은 어둠과 숨막히는 압력 이면에 존재하는, 상실된 모든 것을 연결시키는 특유의 유대야말로 훈자의 진짜 본질이라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을거야. 나는 이렇게 별반 노력없이 얻은 이 곳의 풍경을 늘어 놓고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사람들 속에서 너무나 행복하고 따뜻한 나날을 보냈어. 그리곤 문득 내가 이 땅에서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새 사무치게 고독해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훈자는 많은 것을 이어주고 있어. 낭가파르밧과 파수, 쿤자랍을 이어주고, 내 마음 속, 또 상대의 가슴 속 곯은 상처와 결여된 의지 따위를 치유하듯 멋스럽게 연결해 결속을 만들어주더라. 수많은 고리, 빠져 나갈 수 없도록 단단하게 얽혀 버렸어. 그렇게 훈자는 내 안에서 오랫동안 남아 있을거야. 하루 만이라도 더 내 안에 남아 있어 주기를 간절히 기도해. 세상 어느 새로운 길 위에 서 있더라도.



추위에 떨다 일어난 아침 짜이 한잔과 짜파티 반 조각을 꾸역꾸역 입에 넣고 낭가파르밧을 떠난다


이틀 전 입이 떡 벌어진 채 올라왔던 이 길을 되돌아


물론 늘 그렇듯 예상치 못했던 여러 문제들과 함께


그렇게 훌훌 털고 최고의 산을 내려간다


라이코트 브리지에서 비록 짐 칸이였지만 운 좋게도 경찰차를 얻어 타고


다시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달려


힌두쿠시 카라코람 히말라야가 구분 되어진다는 경계를 넘고


엉덩이 들썩이며 덜컹거리는 픽업트럭의 적재함에 앉아 뜨거운 고원의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길기트로 다가갔


SIGMA DP1Merrill  19mm 1:2.8  Gilgit Bus Stand


이제 드디어 훈자로 들어간다


척박한 땅 위에 마지막 남은 오아시스 같은 곳


SIGMA DP1Merrill  19mm 1:2.8  Hunza


SIGMA DP1Merrill  19mm 1:2.8  Karimabad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Karimabad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Ultar Peak


SIGMA DP1Merrill  19mm 1:2.8  Diran


SIGMA DP1Merrill  19mm 1:2.8  Ultar Peak


SIGMA DP1Merrill  19mm 1:2.8  Karimabad


6월 중순의 훈자는 체리가 한창이다


카리마바드 제로 포인트에 위치한 숙소에 짐을 풀고


이미 어둑해진 훈자의 길을 걸어 올라


한국인들의 안식처인 한 롯지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과 함께 훈자의 여정을 시작했어


Choose the right!


훈자에 특별한 이벤트는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낮잠을 자고 라마단이 무색하게 한끼 한끼 식사에 공을 들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라카포시를 따라


울타르를 따라


작은 마을 마을 사이를 하염없이 걷는다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Hunza Premier League


길은 어디서나 절경으로 이어지고


짙붉게 익은 길가의 체리가 무료함 따위를 허락치 않는다구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Rakaposhi Mt.(7788m)


수많은 고리, 빠져 나갈 수 없도록 단단하게 얽혀 버렸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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