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Murree

Islamabad - Murree - Mall Road - Al Maaz Hotel - Pindi Point - Bazzar - Kheshmir Point

사소한 일들이 있었지만 그런 시간쯤 가볍게 훌쩍 뛰어 넘어 이 곳으로 왔네

손바닥 만한 작은 마을 골목 골목 자리잡은 식당

모두들 손을 놀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일정한 속도로 유지하며 이어나간다

무엇이 그렇게도 필요하단 말인가

허니 듬뿍 머금은 치킨윙 몇 조각에 고추를 곁들여 맥주 한 캔이면 인생은 행복해진다

이 곳은 Murree

창 밖을 둘러보고

어디든 길을 걷다 고개를 돌리면

발 아래로 끝없이 산간 마을이 펼쳐지는 곳

SIGMA DP1Merrill  19mm 1:2.8  Murree

언제나 시끌 벅쩍한 Mall Road를 따라 걸어

길의 끝자락 Pindi Point 에서 어울리지도 않는 Lift도 타보며 처음으로 찾은 머리를 즐긴다

  

해발 2,200미터에 자리 잡은 Murree는 여느 펀잡 도시 같지 않은 고산 특유의 선선한 기온으로 

과거 식민지 시대에 영국인들이 여름철 더위를 피해 임시정부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곳이라 한다

이 산간에 집을 짓고 모스크를 세우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이제는 파키스탄 사람들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여름철 최고의 휴양지가 되었다

평일이기에 양호한 편이라지만 머리의 인파는 늦은 밤에도 그치질 않는다

바자르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백발의 노인이 앉아있는 과일과 채소 가게부터

견과류 가게까지 모든 것이 쫓김 없이 넉넉한 느낌이다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Murree Bazzar

SIGMA DP1Merrill  19mm 1:2.8  Murree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Murree Bazzar

모든 파키스타니가 말 끝마다 최고라며 머리머리 하지만

산이 전체 땅덩이의 절반 넘게를 차지하는 한반도 건아에게

Murree는 한동안 잊고 지낸 고국에 대한 향수를 전해주는 장소이자

모든 종류의 포기를 강요하는 아대륙의 지옥불 더위에서 잠시나마 해방시켜주는

깊은 산중 은은한 향내 퍼지는 작은 사찰의 처마 같은 곳이였다

한겨울 눈 쌓인 머리가 머리속에 그려지더라

그때가 되면 나도 이 녀석들도 지금과는 달리 조금은 더 성장해 있겠지

그때 다시보자 Murree

붉은 벽돌의 바론즈 코트역에서 지하철에 올라 탔지. 오늘은 내가 떠나는 날. 내 여자친구는 공항으로 가는 길 내내 눈물을 멈추지 않네. 내가 건낸 손수건은 이미 축축히 젖어 버렸고 남겨지는 그녀는 다시 자기에게 찾아 올 고독을 예감이나 하는 듯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았어. 지금 돌이켜 보면 그녀를 떠나 보내던 새벽 케리어를 끌고 택시를 잡아 그렇게 그녀를 보냈고, 6개월이 넘어 히드로 공항에서 깡총깡총 뛰며 나를 반기던 그녀를 다시 만난 기억 사이에 홀로 남겨진 내게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좀처럼 떠오르는 것이 없다. 내 회상은 늘 그녀와 함께 하고 있으니.

밤에 달리는 GT Rd는 늘 나를 옛 기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무엇인가 설명할 수 없는 마력이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이국의 모습에 어머니가 찾아 왔고 아내가 찾아 왔고 여자 친구가 찾아 왔다.

다음 번 다시 이 길을 달리면 나는 내 기억 속 무엇을 꺼내어 들 수 있을까

내 기억을 모두 소진하고 나면 그때 난 이국이라는 단어를 잃게 될까

아니면 지금 찾아 나서는 발걸음이 추억으로 성숙되어 새로운 길을 열어줄까

'15.06.04. am 0939  from.구름 가득한 하늘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