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Nanga Parbat Mt.(Fairy Meadow)

Lahore - Rawalpindi - Abbottabad - Mansehra - Besham - Dasu - Chilas - Raikot Bridge - Broad View Hotel - Beyal Camp

어디서 부터 이야기를 꺼내어야 할까. 지리하게 이어지던 내 생활에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 쳤어. 눈이 먼 장님으로 몇날 며칠 셈 할 수 없는 나날을 속절없이 흘려 보내었지. 다시 정적이 찾아와 뒤를 돌아보니 난 익숙한 방에 여느때와 같이 고독하게 앉아 있고 내 기억의 좁은 길, 커다란 바위가 굴러 떨어져 모든 것이 단절 되어 있네. 마음이 아파. 너무나 아름다워 눈이 멀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렇겠지. 내 가슴 속 떨림, 그것의 사십오억분의 일도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다시 글을 쓰며 내 카라코람 여행을 정리해 보고자해. 아린 가슴 진한 카페인으로 꾹꾹 눌러가며.

차는 밤새도록 쉬지 않고 달려 갔다

잠결이였지만 중간중간 검문소와 덜컹거리는 비포장 도로를 거쳐

산 허리에 아슬아슬하게 닦여 있는 길을 통해

어둠 속에서 기운으로만 느껴졌던 거대한 산맥이 일출과 함께 눈에 들어오네

베샴에서 30분 남짓 눈을 붙이고 맞이하는 카라코람의 첫 아침

인더스 강줄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마을을 관통해 흘러 내려간다

몇몇 작은 산간 마을을 스쳐

협곡을 따라 달리던 차는 어느덧 광활한 고원을 지나고 있네

빙하가 녹은 잿빛 인더스강의 유속 만이 시간이 멈춰버린 세계의 끝과 현실을 구분한다 

그렇게 간신히 현실을 인식하며 강을 거슬러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치고 올라간다

라이코트 브릿지에서 짚차를 빌려

천길만길 낭떠러지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길을

한 시간 가량 감아 올라가니

고개 위로 거대한 설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 앞에는 8천미터 봉우리 낭가파르밧이

고개를 돌려 지나온 길을 바라보면 어느덧 라카포시가 등 뒤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급격하게 고도를 올려서인지 숨이 가쁘고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기억을 더듬어 내 호흡을 찾으려 노력했다

6개월 간의 공백 그리고 처음으로 찾은 산이 낭가파르밧이라니

추위에 자켓을 껴입고 꾸역꾸역 발걸음을 옮겨

다행이도 날이 저물기 전 숙소에 다다를 수 있었다

산 중턱의 숙소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지는 그 악명 높던 낭가파르밧의 위용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NangaParbat Mt.(8125m)

SIGMA DP1Merrill  19mm 1:2.8  Fairy Meadow

매일 밤 모닥불 앞에서 추위를 녹이며 들었던 장작 타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라카포시 넘어 동이 터 오르면

낭가파르밧 정상은 붉게 물들고

어둠속에서 숨 죽이던 거대한 빙하가 모습을 드러내며 그들만의 시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 역시 밤새도록 추위에 떨며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

구경만 했던 럭셔리 숙소를 뒤로하고

조금 더 깊숙히 산중으로 들어간다

베얄캠프로 가는 길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힐링코스였다

코 앞까지 다가온 낭가파르밧 직벽과

진한 짜이 한잔

넋 놓고 보고 있자면

많은 산악인들이 그러하였듯 산 속으로 영원히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베얄캠프를 지나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낭가파르밧의 거대한 빙하와 독대 할 수 있다

얼마나 거대하고 육중하기에 눈이 산을 깎아 내릴까

내 여기 왔었네

다시 베얄캠프를 떠나

숙소가 있는 페리메도우로 발길을 돌린다

하늘의 태양은 빛을 뿜어내고

사용여부를 알 수 없는 버려진 듯한 집과

오늘도 변함없이 우뚝이 서있는 낭가파르밧은

마음속 그리움을 부른다

SIGMA DP1Merrill  19mm 1:2.8  NangaParbat Mt.(8125m)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Fairy Meadow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Fairy Meadow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Fairy Meadow

올라오는 순간부터 다시 오르기를 마음 먹었던 산이기에

그리운 이들과 함께 다시 찾을 그날까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