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a Abad Lake - Gulmit - Passu - Sarai Silk Hotel
파수. 이름에서 부터 전해지는 그 강한 억압. 라호르부터 이슬라마바드를 지나 카라코람 하이웨이에 올라 해발 4,693m 쿤자랍 정상의 중국 국경에 이르기까지, 어린시절 부터 꿈꿔왔던 1,200Km의 긴 여정 속에서 내게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길. 훈자를 떠나 짙은 옥빛의 Atta Abad Lake를 건너 인디아나 존스에 나온다는 서스펜션 브릿지에서 놀란 가슴 달래보고 악마의 산 투포단을 향해, 내 그리운 이들을 향해 절도 해보았지. 설산에 안긴 채 사라이 실크 앞 길을 해가 저물때까지 무작정 걸으며 카라코람 하이웨이에 서있다는 생각에 설레여 했고, 어머니 생각에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 생각에 사무친 감정이 치고 올라오기도 했어. 카라코람의 꽃 파수. 이렇게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부족하지만 내 기억의 한 페이지에 이 곳을 담을 수 있음에 감사해.
훈자를 떠나 조금 더 깊은 카라코람으로 들어간다
덜컹거리는 비포장 길에 접어들고 빠르게 흐르는 강줄기를 거슬러 길을 달리니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지는 옥색의 거대한 호수가 나를 놀래킨다
SIGMA DP1Merrill 19mm 1:2.8 Atta Abad Lake
SIGMA DP1Merrill 19mm 1:2.8 Atta Abad Lake
몇 해전 북부 파키스탄을 강타한 산사태 이후 이곳에 이어지던 육로는 끊겨 버렸고 이처럼 호수가 생겨 났다
여기서 부터는 노련한 뱃사공에 모든 것을 맡기고 차를 배에 실어
뱃놀이 하듯 한 시간 넘게 호수를 건너가면 된다
저 멀리 보이는 풍광이 더욱 거칠어지기 시작하면
조금 더 파수가 가까워졌다는 의미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통해 중국에서 부터 들어오는 물자들은
이렇게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배에 옮겨져 파키스탄 내륙으로 들여 보내진다
SIGMA DP1Merrill 19mm 1:2.8 Hussaini Gojal
길은 더욱 황량해지며 세계의 끝과 닮아간다
얼기설기 이어진 관계는
흔들흔들 미약해 보이는 우리 사이 같구나
꿈 같은 일이다
이렇게 미끄러지듯 흘러 들어가다니
이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네
기억의 미화를 뛰어 넘어
짙은 색의 유화로 덮어 버리려면 더욱 처절하게 달려야 하겠지
SIGMA DP1Merrill 19mm 1:2.8 Passu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Passu Glacier
스스로 선택해
그 길을 벗어 날 수 없을지도 몰라
이미 눈떠버린 달콤함 지겹게 나를 따를테니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Passu KKH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Passu Cones Tupodan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카라코람을 직접 걷는다는 것
황량한 산들의 품 속에서
기억이 내 가슴 속에서 터질 듯 요동친다
사라이 실크를 감싼 설산들은
한없이 거칠어 보이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포근함이 있다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Passu Cones Tupodan
오늘도 해는 저물고
이제 곧 모든 것이 짙은 어둠에 잠기겠지만
오랜 세월 품었던 내 꿈은 여전히 세상 한 켠에서 꺼지지 않고 조용히 빛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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