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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Tour

Local Tour - 설악산 ('12.12.22. - 12.23.)


동서울터미널 - 남설악탐방소 - 대청봉 - 중청대피소 - 대청봉 - 소청 - 희운각대피소 - 양폭대피소 - 천불동계곡 - 비선대 - 설악동





만차인 한계령행 고속버스에 몸을 올려 싣는다



이른 새벽 버스는 시간의 선상을 부지런히 달려 어둠을 밀어내며



설악의 문턱으로 이끌지만



전날의 폭설로 인해 뜻하던 한계령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다시 고개를 내려와 찾은 남설악 탐방지구



아직은 매끈한 매무새지만



뜻하지 않은 경로 변경으로 초입부터 치열하게 오르막을 치고 올라야 한다



조금을 올라 산객들 거리가 숨 고르기에 들어갈 즈음



준비해 온 음식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또 다시 힘을 내어 지긋한 오르막을 오른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달래려 잠시 쉬어가면 흐르던 땀이 몸 곳곳에서 얼며 길을 재촉한다 



이제 대청봉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참을 걷다 문득 뒤를 돌아 보니



걸어 온 길 뒤로 운해가 장관을 이룬다



자연이 전해주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그 속으로 몸을 던지고 싶지만



산마루의 노송은 그 굽이로 이야기한다



유약할 수 없는 삶의 깊이를



내 인생 잠시 한 켠일 뿐



어진 자태에 고개를 숙인다



요산요수



아버지의 산을 만나러



구름 위를 걷는다



중청대비소로 내려와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식사 후 배정 받은 자리에 짐을 풀어 놓는다



고단한 몸을 일으켜 다시 밖으로 나와 보니



운해 넘어로 하늘이 붉게 물들며



동지를 막 지난 해가 내일의 분전을 기약하며 넘어 간다



오랜만의 걸음으로 뒷꿈치가 이렇게 상하였지만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 놓고 오늘을 마감할 수 있다



잠들기 직전 속초의 야경과



별 사진 몇 컷을 찍고 들어와 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 저 멀리서 나를 지켜보던 잠을 청해 본다



여기저기서 부스럭 거리는 새벽 소리에 잠에서 깨어 다시 채비를 갖춰 나온다



영하 21도의 혹한에 태풍 수준인 초속 17m 의 바람



크리스마스 선물인지 영상앨범 산 촬영차 중청에 묵은 엄홍길 대장을 만나는 행운을 갖는다



거구의 몸을 날리는 매서운 바람에 와이어를 잡아가며 대청봉에 올라



땡땡 얼어버린 몸뚱이를 꼼지락거리며 동쪽을 향해 일출을 기다린다



눈썹이 모두 얼어 붙어 뷰파인더를 들여다 보는것 조차 힘들었지만



오늘도 세상 가장 아름다운 아침 햇살이



우리 머리 위로 솟아 오른다



추위와 강풍과 싸워가며 정상에 오르는 산객을 비켜가며



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중청으로 발길을 돌린다



공룡능선에도 아침이 찾아 온다



아직 파란 하늘엔 선명히 달이 남아있지만



설악의 아침은 이미 시작되었다



서쪽으로 이어진 끝없는 산맥으로도



또 외설악과 동해를 넘어서도



칼바람을 맞으며 중청을 넘어 소청으로 향한다



갈림길에서 양폭 방향으로 길을 들어서자



설악의 기암을 병풍삼은



눈 덮힌 희운각 대피소가 나타난다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길을 계속 하니



눈길 이르는 곳마다 절경이다



얼어붙은 천당 폭포와



저 만치 높이로 다시 올라선 이름 모를 봉우리



산에 깃들여



물에 깃들여



요산요수라 함이 현자의 답이다



산 아래로 내려오자



잠시 잊었던 우리 삶이 있다



커다란 관념의 벽 앞에



자존을 지키며 당당히 서서



왕왕한 망망대해의 인생을 그려 나간다



뜨거운 밥 한 술 입에 떠 놓곤



다시 길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