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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2013

[인도] Calangute - Anjuna - Vagator ('13.9.27. - 9.29.)


[인천 - 뭄바이 - 고아 다볼림 - 칼랑굿 - 안주나 - 바가토르 - 차포라]



인도 여행은 어렵다

책 속의 유려한 글로 그려진 모습을 상상하고 찾는다면

큰 상처를 입고 돌아가게 된다고들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 상처의 치유기간 내내 그 곳을 혐오하고

실망으로 가득 찬 한참의 시간을 보낸 뒤

가슴에 생긴 상처가 아물어 갈 때 쯤

다시 그 곳을 아리며 그리워하게 된다고



사람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비단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절차적인 것과

편의의 정도만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만물 군상이 신과 사람으로 채워지는 곳

기본을 주지 못해 저 만치 아래서 기본을 올려다 보게 되는 곳

때론 짜증스럽고 때론 속이 메스껍도록 슬프지만

사람들의 발길을 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곳이 인도이다



뭐가 그리도 소중한지 와이어를 칭칭 감아 짐을 보내고


보딩게이트에 앉자 그 곳은 이미 이국의 시작이였다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이는 지명들을 지나


이제 한참을 멀리도 돌아 이곳에 다다른다



이국의 거리에서 코 끝으로 전해지는 익숙한 내음 찰나의 순간 모든 것은 사라지고 그리움만 가득하다 하지만 걸음은 다시 시작되고 먹먹한 가슴은 이내 싸늘히 체온을 잃어간다 뜬금없이도 아주 잠시였지만 설레임이 느껴졌다 비록 잔잔한 새벽 호수에 불쑥 머리를 내들고 사라지는 붕어와도 같이 한 호흡의 순간에 물안개 사이로 유유히 사라져 버렸지만 택배 기사가 전해주는 기대 정도로 버텨 온 이에게 그것은 미묘한 변화를 알려 왔다


전생에 업이 그리도 많았는지 배낭이 강하게 무릎을 눌러 온다 줄인다고 줄였고 대부분의 부피를 차지하는 것은 스티로폼 메트리스 건만 왜 이리도 무거울까 늘상 어느 곳에서건 평이한 일상을 꿈꾸지만 일상이란 단어에서도 이처럼 의지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경량화된 다기능 제품이 늘어갈 수록 무게 역시 늘어 가지만 늘 그것을 잊곤 한다 넌센스는 늘 곁에 있다  '13.9.28. 00:38 뭄바이행 KE655편에서



패기있게 Say No 라고 적힌 인도의 공항


새벽을 홀딱 세우고 고아행 국내선으로 갈아타니


창 밖에 동이 터 온다


한 시간여의 비행 뒤 다볼림 공항에 내려 프리페이드 택시를 잡아타고


칼랑굿을 향해 인도의 도로를 달린다


포카라 생각이 나는 거리 풍경이지만


이 곳은 남인도 해변 도시이다


칼랑굿에서 바가까지 끝없이 펼쳐진 해안선


현지인들은 아라비아해에 몸을 담궈 더위를 식히고


파멜라 엔더슨이 있는 베이와치는 절대로 아니지만


라이프가드에 을씨년스러운 해안 마을의 모습이 펼쳐진다


10월로 넘어가는 고아는 평화롭기만 하다




호텔 카운터에 짐을 맡기고 거리로 나왔다 좌우가 뒤바뀐 차선 길을 가득 메운 오토바이에 바닥에는 배설물이 함정처럼 입을 벌리고 있다 몇 걸음마다 호객이 계속되지만 검은 선글라스 뒤로 눈빛을 감추고 좁은 길가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간다


아라비아해를 보았다 호통치듯이 굉음을 내며 내 앞으로 파도친다 가시거리를 넘어 선 해안 짙은 빛깔의 물살은 거칠기만 하다 하늘엔 까마귀 가족과 친구들이 어우려져 즐기는 모래사장 한 켠에 앉아 멍하니 거친 파도를 바라본다 이러저런 상념이 파도에 부서져 바다로 씻겨 나간다 소시적 바다를 보며 들었던 불멸에 대한 노래 가사도 생각나고 서예학원에서 연습했던 한자성어도 영화 노킹온어헤븐스도어의 엔딩 크레딧도 떠올랐다 이렇게 헤매이는 것도 오랜만이다 의지의 문제를 넘어 신체적 변이를 의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문득 아내를 생각하자 가슴이 뜨거워 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에 뭍은 모래를 털며 방황도 함께 떨어져 나가기를 실없이 웃으며 바래본다 파도의 끝자락 바다의 끝을 밟으며 걷기 시작했다 바다 거품이 내 발등을 적신다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 넣고 슬리퍼를 손에 들은 채 아라비아 반도 반대편에서 아라비아해안을 걷는다 짭쪼름한 바다 내음 소금기 가득 먹음은 해안의 바람 몇 시간을 걸어도 다다를 수 없을 것 같은 해안은 모래 바람에 신기루 처럼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나란 존재 정말 구글어스 상 작은 점에 불구할까 갈 길은 멀고 내 걸음은 느리기만 하다   '13.9.29. 08:42 아델 앨범이 나오는 레스토랑에 앉아



인도가 그렇지만 특히 고아에는 다양한 종교 형태가 있다


포르투칼 지배를 받았던 역사 때문인지 힌두사원을 기대하면 교회가 나오고


교회 옆으론 한가로이 시바의 소가 노닌다


칼랑굿 해변에 한참을 앉아 있다 뜨거운 모래를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허기에 요기거리를 찾아 마을 사이로 들어가


어느 한적한 식당에 앉아 체크인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며 잊었던 식사를 챙긴다


방에 들어와 바라보는 인도의 전경


이내 비가 창밖을 두드리며 하루가 마감된다


오토바이를 빌려 신나게 안주나로 향하니


그 곳엔 좀 더 인도스러움이 있다


바람은 불어오고


파도는 방파제를 때린다


흔들리는 종려나무 그늘아래


그들의 삶이 있고


오랜 기억이


바다에 닿는다


땀 흘려 일하는 자


황혼을 넘어 죽음을 기다리는 자


저 먼 곳을 품으려는 자


저 바다가 마르기 전에 사라져 갈텐데


don't look at me


I wanna be alone at vagator beach without any interference


아라비아해의 파도가 춤을 춘다


핸들을 돌려 펍의 그늘로 몸을 숨기고


킹피셔 한병


사람 구경이 시작된다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어울리지 않게도 왜 이곳까지 흘러 들어왔을까


매콤한 탄두리 치킨에


맥주는 늘어만 간다



오토바이를 빌려 혼잡한 인도의 도로를 달린다 익숙치 않은 주행 방향 중앙선도 없고 신호등도 없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미로 같이 이어진 길을 크케 한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와서야 조금은 방향 감각이 생기는 것 같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크락션 소리에 내 것도 끼워 넣어 보고 이리저리 핸들을 돌리며 혼탁한 길을 벗어나 안주나를 향해 악셀을 당겨 본다 오는 길에 우연히 만난 네팔리가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취해주면 한잔 사겠다고 한다 신을 벗어 던지고 사원에 기도하는 모습에서 거짓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뜻 모를 경계와 번거로움에 부딛쳐 먼저 헤어짐을 고한다 내가 이렇게 되었다


안주나와 바가토를 해안을 지나 어느 펍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탄두리 치킨을 먹고 있다 현지인들로 가득한 칼랑굿을 벗어나 안주나 근처로 오니 오랜만에 서양인들 틈에서 식사 할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피워되는 담배 냄새와 전자악기로 리듬이 반복되는 인도풍 테크노 음악을 들으며 야외 펍에서 먹는 일요일 점심식사 레몬 가득 뿌린 야채가 편협해진 입맛에 경고를 날린다 건너편에 앉은 매력적인 여성이 현지인인지 이스라엘 계통인지 구분을 못하고 있었는데 인도 음악이 나오자 힘차게 바를 두드리며 큰 소리도 따라 부른다 유행하는 곡인지 곳곳에서 따라 부르며 떼창이 시작된다


북부해변으로 올라오니 그나마 분위기가 책 속에 적혀있는 고아를 닮았다 히피즘을 쫓아 이곳까지 흘러 들어온 각국의 친구들 연령 인종 스펙트럼은 넓기만 하다 비가 오는 듯 싶더니 다시 햇살의 열기가 전해진다 썬크림을 잔뜩 바르고 이제 차포라 성으로 달려야지 빌 플리즈    '13.9.29. 13:25 mango tree pup 에서



바이크 엔진이 과열되며 차포라 성을 오르면


내가 달려온 해안을 볼 수 있다


뜻 모를 기념비


의심할 여지 없는 망망대해


모두들 성벽에 걸터 앉아 바다가 거는 주문에 빠져든다


아주 먼 곳에서부터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 들고


바가토르 해변을 내려 보며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즐긴다


성벽에 걸터 앉아


망망대해 앞에


유한의 모습으로


텅빈 공허를 채우기 위해


살기 위한 발버둥 육지가 이만치 다가온다




잠시 숙소로 돌아와 맥주를 한잔 하고 있자니 창 밖에 비가 뿌려진다 바람에 일렁이는 종려나무와 시끄럽게 들려오는 까마귀 울음소리가 오늘도 아라비안 석양을 다음날로 미루게 한다 차포라 성벽에 걸터 앉아 펼쳐진 바다를 마주하고 있으니 시간이 멎은 듯 싶었다 산 중과는 다르게 특별한 고요가 바다에 있다 거대한 에너지에 숙연함이 더해지지만 부끄럽지도 뒷덜미를 적시는 초조함도 없다


리차드기어처럼 참 멋지게 늙어가기를 희망했었다 불꽃 같은 젊은 날을 보내 온 짙은 향을 지닌 신사 누구나 한번쯤은 바라게 되는 현실이 아름답지 않은지 지금 걷고 있는 이 시점이 험한 고개라 그런 것인지 나는 예쁘지 않다 상대가 바라보는 모습이 어떤지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편협에 빠져 지멋대로 굴고 있는 것일지라 Rolling in the deep 지금 잡고 있는 모든 끈을 놓고 길을 떠나면 원하는 나를 만날 수 있을까 수미산에서 흘리는 눈물에 내 모든 과오를 담을 수 있을까 혼자서 달리는 치킨런 브레이크는 어디서 잡아야 하나 반짝이는 빛으로 구분되는 수평선 넘어 피안이 있을까 주변은 침묵으로 가득하다 일그러지지 말자 붙잡고 있는 끈에 붙들리길 기대말고   '13.9.29. 20:45 Ocean Palms



금새 날은 저물지만


나의 여행은 아직 저물지 않는다




인도로 떠나겠다고 처음으로 마음 먹은게 한 15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만약 그때의 나였더라면

조금은 수월하게 산술적 계산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그들과 섞여 더 많이 여행의 양면을 즐겼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따지며 짜증스러워 했던 것 만은 아니지만

순수를 버리고 셈을 배우는 인생의 길 위에

너무나 익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여행하는 내내 억누르며

걸어야만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