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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2013

[인도] Panjim - Old Goa - Arambol ('13.9.30. - 10.01.)


[Panjim - Old Goa - Calangute - Mapusa - Arambol - Calangute]


인도 그 두번째 이야기



한적한 아침 거리를 달려본다


모두가 분주히 일상을 찾고


거리는 전날의 흔적에 어질러져있다


이제 조금뒤면 바이크를 반납해야 한다


이른 아침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해석할 수 없는 질서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칼랑굿 거리를 돌아


해변을 찾았다


굿모닝


꽤나 먼 거리 동안 발이 되어준 바이크라고 표현되는 스쿠터에 감사를 전하고


이제 덜컹거리는 로컬 버스에 오른다


버스에서 바라보는 인도의 풍경


스피커가 찢어져라 틀어 놓은 음악에 좋지 않은 도로 사정으로 덩실되는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앞좌석에 무릎을 콩콩 부딪치며 한 시간 남짓 거리의 빤짐으로 나와


복잡한 터미널에서 갈피를 못 잡다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무작정 길을 걷는다


어림잡은 길이 맞아 들어가는 듯


거리가 색채를 가진다


한동안 열리지 않은 낡은 문


창틈으로 보이는 교실엔 학생들이 가득하다


빤짐 한복판의 동정녀 마리아 성당을 찾아


이국적인 그 모습을 사진에 담고


특별한 목적 없이 휘휘 도시를 배회한다


하교하는 학생들


손님을 찾는 차장


동화 같은 도시에서 모두가 각자의 길을 달린다


물건을 사고


또 다른이는 물건을 팔고


모두가 어우러져 도시를 만든다


빤짐의 서북단 Municipal Market에 들러


보기만 해도 신선해 보이는 과일과


보기만 해도 식욕 감퇴를 부르는 제과점과


비린내 풀풀 풍기는 어시장까지


삶이 녹록해 보이지는 않지만 생기가 살아있는 그들의 터전을 둘러본다


오토릭샤를 잡아 타고


오올드 고아를 향해 달린다


한때 고아의 수도로 번영했으나 역병으로 순식간에 사라진 고대 도시


이제는 식민시대의 유적지로


북적되는 관광지가 되었다


하지만 이 곳 역시 신앙과


생을 위한 고된 노동


희생


염원


어울림


사랑까지 모든 인간의 조건을 만날 수 있다


1562년 착공 된 아시아 최대 교회가 있고


시간의 흐름이 가득한 Adil Shah Palace Gateway 를 지나면


강 사이를 오가는 조그만 선착장을 볼 수 있다


찾는이 없는 Church of St Cajetan 을 끝으로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아침에도 만났던 능숙한 모습의 차장은 꼼꼼하게 주유까지 챙기고


칼랑굿 해변에 내린 나는


노을을 따라


해안을 걸어 집으로 향한다




무엇에 이리 쫓기고 있는지 늘상 마음이 조급 하기만 하다 벌어질 일을 예상하고 할 수 있는 범주를 계산하여 관습적인 반응을 준비한다 혹시나 그 선을 조금이라도 어기게 되면 꾸지람을 걱정하는 아이 마냥 불안에 걱정이 앞선다 왜 이럴까 어느 거대한 힘에 눌려 있는 것인지 나를 따르는 짙은 그림자 길이의 변화가 시간관념을 넘어 선다 나를 삼킬 공포를 지닌 채 발버둥 쳐도 소용 없다 


누구도 나를 나무라지 않는다 커다란 어른이 되어 있고 순간의 선택적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금전적 여유 또한 가지고 있건만 불안은 계속 보태어지기만 한다 그 정점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어느 순간 고꾸라지기를 기다리는 것 처럼 이 쯤이면 만성이다 삶에 고마워 해야 한다 보고 있지 않은가


고아지방의 전통 음식인지 알 수 없는 단어의 샹차이 들은 매콤한 새우 요리를 먹었다 자주 접하게 되지만 늘상 적응하기 어려운 식료이다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모습을 듣고 있는데 정말 완벽한 곡이다 푹신한 베게에 얼굴을 뭍고 머리 맡에 놓인 카세트 데크의 아날로그 스위치를 돌려가며 주파수를 찾아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듣는다 어두운 방안 천장에 그려지는 사랑 디제이의 호흡과 내 것을 맞춘다 이쯤에서 유재하를 접고 보아의 뮤비를 무한 재생하기 시작한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최고의 작품이다 동질과 이질 모두를 내포하고 사랑이 들어있다 마음도 언더 컨트롤 폰도 아웃오브 컨트롤 좀 흥분했다 밀키웨이 한곡 듣고 자리를 옮기자   '13.9.30. 20:28 이어폰으로 세상과 떨어지며 


몇 차례 잠에서 깼다 꿈의 여운과 피로가 섞여 눈살을 찌푸리곤 이내 다시 이불 속으로 몸을 뭍었다 한밤에 폭우가 창밖을 때렸고 전기가 나가며 세상이 적막에 잠겼다 여행은 지금 인생 속에서 또 다른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하였거늘 나는 삶에서 배운 셈법을 버리지 못하고 꽉 막힌대로 굴러간다 땅에 떨어진 렌즈캡을 주워주던 소녀를 외면하던 내 모습이 계속 마음에 밟힌다 미소도 여유도 아량도 배포도 모두 정해진 채널에서만 가능한 것인가 장면이 펼쳐지면 제도적 교육에서 배워왔듯 객관적인 부분을 추출하고 배경지식과의 연관성을 찾아 정해진 패턴으로 행동하며 다음을 예측한다 가슴이 동작하는 시점은 모든 스텝이 끝난 후 안정성이 보장된 뒤에나 가능하다 슬픈 괴물의 모습이 아닌가 흉악스러운 외형을 감추기 위해 어두운 동굴에 움크려 있는 꼴이다 숨을 조여오는 길위에 더이상 서있지 말자 돌아가자  '13.10.01. 7:00 침대에 엎드려 브아걸 1집을 들으며



마푸사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 타고


북부 고아의 꽃 아람볼에 도착했다


밥말리와 갸네샤가 한 집에 살고 있는 곳


히피들의 고장 아람볼 해변이다


해안에 줄지어선 펍과


해상 안전 요원


얕게 밀려드는 파도에 유리 위를 걷는 듯 하다




칼랑굿에서 로컬버스를 타고 마푸사를 거쳐 아람볼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덧 두 시간을 넘어 가있다 귀가 멍멍해 질 정도로 크게 음악을 틀어 놓은 버스안에서 만난 아저씨는 자신이 한국에 있었다고 반갑게 이야기한다 한국을 회상하며 busybusy를 연발 하는 모습에 서로가 느끼는 질서의 형태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게 된다 효율과 도덕적 정의구현의 근간으로 발전한 우리 사회는 규율의 이면에 많은 낭비를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나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 하지만 인도인에게는 그것이 낯설게 보였으리라


아람볼은 여느 외국의 해변과 유사하고 낯설지 않은 느낌이다 드레그 머리의 히피들이 득실되는 해안이 칼랑굿 보다 이국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그 만큼 서구화된 문화에 젖어 있어서 그럴 것이다 어찌하였건 조금 더 편히 웨스턴 문명의 펍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 한병 보아와 어반자카파를 번갈아 들을 수 있어 좋긴 하다 매우 맵다며 종업원이 걱정하며 갖다 준 피시 반달루가 먹을때는 몰랐는데 저 멀리서 부터 조금씩 속이 얼얼해 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만 더 여기서 게으름 피우다 돌아가자 갈길은 멀지만  하루는 충분하다   '13.10.01. 13:37 아람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나무 그늘 아래 킹피셔 한병에 반달루 커리


뒤에는 밥말리가 고뇌에 빠져 있다


어슬렁거리는 소와


홀로 해안을 따라 걷은 사람


보트는 출항을 기다리고


일상은 긴장을 잃는다


돌아가자


해안을 따라


이제 곧


하루를 뜨겁게 달구던 남인도의 태양은 저물고


황혼을 향해 걷는 우리네 모습은 어둠으로 지워지겠지




오늘도 별다른 일 없이 바다를 보며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아람볼에서 돌아오는 길 칼랑굿 해변에 내려 남쪽 해안까지 걸으며 어지러운 머리속을 비웠다 그 힘이 참 대단하다 많은 상념들이 머리를 관통해 바다로 쓸려 들어갔고 포스터 한병 샌드위치 하나 올려 놓은 바에 비스듬히 기대어 펜을 잡은 지금 내게 남은건 귀 속을 웅웅거리는 거대한 파도 소리 뿐이다 몸은 검게 그을렸고 수염은 덥수룩하게 돋아 있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은 심심하지 않게 한없이 게으름 피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처없이 떠돌고 마음대로 상상하고 정의를 스스로 만들고 움크려 혼자의 시간을 보낸다 누구에게도 피해 입히지 않으며 누구도 나를 상처 줄 수 없는 결국 숲 속의 코끼리인가


하이 소사이어티에서 얻은 편의를 포기하는 것이 야성으로 채워지지는 않지만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 마냥 즐거운 착각 속에 경험을 늘린다 다시 배우면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13.10.01 17:09 flying dulpin에서 낙조를 기다리며



닷새간의 칼랑굿 오션팜을 뒤로하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