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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2013

[인도] Mumbai - Elephanta Island ('13.10.02. - 10.05.)



[뭄바이 - 마린드라이브 - 콜라바 - 인디아게이트 - 하지알리모스크 - 도비가트 - CST - 엘리펀드섬]


인도 세번째 이야기


초승달 모양의 마린 드라이브가 창에서 부터 뭄바이를 알리고


도시의 아이는 먼 길을 돌아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배속이 스멀스멀 거린다 누구에게나 찾아 온다던 복통이 어제 저녁 다행히도 아주 잠시 다녀갔다 몇 번의 화장실과 미열 심한 갈증을 느꼈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다 한국산 지사제는 인도에서 소용이 없다고하여 어렵게 와이파이를 붙여 인도약을 검색해 두었는데 다행히도 자고 일어나니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이게 공복의 힘인지 자연 치유의 힘인지는 알 바 없으나 이제 곧 뭄바이로 떠나야 하기에 우선 아침은 거르기로 했다 혹시나 해서 어제 맡겨 놓은 세탁물을 확인해보니 역시나 오늘 저녁에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체크아웃이라고 카운터와 하우스키퍼에게 계속 말해 놓았으나 어떤 일이 앞으로 벌어질지는 아직 모르겠다 가벼운 미소로 노 프러블럼이라고 연신 이야기 하지만 여기는 인도이지 않은가 이제 곧 고아하고도 안녕이다   '13.10.02. 9:00 다시 배낭을 꾸리며



마린 드라이브의 방파제에 앉아 낙조를 기다리고 있다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뭄바이 이곳에는 익숙한 대도시의 활력이 있다 현대화 된 건물과 세련된 복장의 사람들 발전이라는 대명제하에 전 인류는 닮아 간다 수백의 인파가 몇 킬로미터에 걸쳐진 초승달 형태의 둑에 앉아 일몰을 기다리는 모습에 이들에게도 오늘의 낙조가 나처럼 특별할지 생각해 본다 어린 아이에서 부터 노부부까지 모두를 물들인다 저 멀리 수평선 뒤로 떨어지는 태양에 맞춰 편히 눈을 감고 오늘에서 내일로 하루를 넘긴다 나도 이제 허기를 채우려 복잡한 거리속으로 들어간다  '13.10.02. 18:09 마린드라이브에 앉아



Bombay Why go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마린드라이브에는 이미 빼곡히 사람이 들어 차있고


이 곳이 정녕 인도인가 싶은 길을 목적없이 걷는다




침대를 골똘히 쳐다보고 있자니 도저히 눕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롯니의 설명에 의하면 1940년대 영국군 숙소를 위해 만들어 졌다는 이 건물은 한 분대원 전체가 들어 누울 수 있는 크기의 방에 덩그러니 싱글 침대 두개가 놓여 있다 왠지 커튼 밖 발코니에는 녹을 가득 먹음은 대공포가 놓여 있을 것 같은 상상이 들어 커튼을 젖히기 주저하게 된다 침대 커버를 걷어 한쪽 침대에 던져 놓고 새 시트를 깔았다 배낭에서 스티로폼 벽돌 매트를 풀어 시트위에 올리고 침낭을 덮으니 그나마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뽀송뽀송한 침낭에 발을 넣고 생산년도를 짐작할 수 없는 페리 엔진소리 크기의  에어컨 소음을 이어폰으로 막으며 김광석 1집을 듣는다 아내 생각이 난다 서로가 각자의 영역에서 부데끼며 살기에 표현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 미안함이 어제 새벽 소리없이 내린 눈처럼 쌓여만 간다 간단한 몇개의 원칙을 세워 그녀를 강하게 사랑하리라   '13.10.02. See Green South 잠들며 



눈을 뜨니 아침 해가 크리켓 경기장 위로 솟아 오르고


나는 주섬주섬 하루를 위해 간디 아저씨로 주머니를 채운다


도시의 아침이다


모두들 바삐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뭄바이의 거리에는 여러 시대가 공존하니


식민시대의 그림자 아래


오늘도 유산과 빚의 경계를 크리켓 라켓으로 힘차게 가른다


이들이 애써 달려가는 곳이


낡고 부서져 잘못된 이정표가 아니길 바란다


종교적 믿음과


인종적 프라이드


수치까지도 받아 들이는 그들의 인성에 내 생각의 범주는 부끄럽기만 하다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하지 알리 모스크


그토록 강하게 나를 이끌 었던 곳

불결한 파도가 올라타는 둑 길을 걸어


인디안 무슬림 레전드가 영면을 취하는 곳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조금한 모스크에 불구하지만


이 곳에는 수천의 존엄이 존재한다


모스크의 그늘 아래 편히 잠든 이도 있고


멀리서 신앙을 위해 꽃 단장을 하고 찾은 노파도 있다


겸손한 마음으로 신 앞에 자신을 단장한다


비록 낡은 모스크지만


매일 같이 수천의 인파가 신앞에 무릎을 꿇는다


아이들에게는 놀이터


순례자와 관광객


보시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까지 모두를 아우르다




어제 공항에서 부터 느낀 것이지만 뭄바이 정말 덥다 마린드라이브의 럭셔리한 레스토랑에서 크리스피 와플과 아메리카노로 거금을 들여 아침을 해결하고 한시간 남짓 걸어 게이트오브인디아에 도착했을때 내게는 이미 탈진의 기운이 느껴졌다 식민지 시대의 상징은 그 볼 품보다는 그늘과 바람으로 내 노력을 보상해 주었고 그 아래서 조금 기운을 추스려 택시를 타고 하지 알리 모스크로 왔다 


20루피로 시원한 물 한병 사서 가방에 꼽고 인도의 무슬림 레전드 하지 알리 모스크로 걸어간다 불편한 내음 길 가장자리에 버려지다 싶이 한 불구의 거지들 오물과 뒤섞여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가 길 앞을 덮친다 뭄바이로 오기전 구글에서 찾은 한장의 사진이 나를 이곳으로 강하게 이끌었다 폭풍우에 넘실되는 파도 아래 팔이 절단된 거지들이 땅에 누워 생을 갈구한다 어쩌면 극도로 제한된 그들의 생의 가치가 나보다 훨씬 클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고개가 숙여졌다


나는 이곳에서 물론 지극히 내가 행동하는 반경내에서지만 상대적 부호이고 저들의 삶은 끝없이 빈하다 부를 유지하기 위한 피로의 포기가 이처럼 그려진다면 조금 더 익숙한 투쟁의 길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기분이 든다 인도가 내게 주는 선물인지 바닥에서 기본을 올려다 본다 이 뜨거운 태양을 검게 그을린 손으로 가리며   '13.10.03. 13:23 도비가트로 가는 길 우연히 찾은 커피빈에 앉아



mahalaxmi 역에서 도비가트를 내려다 본다


태어나기 전부터 자신의 인생을 한정하는 신분제 속에


슬레이트 지붕 밑에서 평생을 빨래로 연명해 나가는 이들


5루피를 내고 오른 처치게이트행 전차는


문도 닫기지 않는 낡은 기차지만


모두들 자연스레 바람을 맞으며 행선지를 향해 달린다


오늘도 도시의 밤이 찾아오면

나는 가증스럽게 끼니를 때우고


그네들의 삶을 엿보려 품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새로 산 가방의 포켓이 손에 익어간다 여기엔 카메라 여기엔 휴대폰 이 지퍼를 열면 썬크림과 이어폰이 나오고 지갑은 이 곳이 제일 안전하다 허리춤에 찬 가방에 손을 더듬으면 앞으로 돌려 매지 않고도 척척 물건이 나오는 것을 보니 내 여행이 제법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다


뚜벅이 생활이 지속되다 보면 언제나 처음으로 발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예나 다름없이 물집이 잡히고 쪼리와 맞닿은 발등이 까져서 밴딩을 했다 그리고 또 걷다 보면 밴딩이 떨어지고 쓸린 곳에 연고를 바를고 다시 밴딩을 하고 지극히 익숙한 행위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등 뒤가 가려워 거울에 비춰보니 등판이 벌겋게 일어나 있었다 벼룩에 물린 것인지 자세히 살펴보니 땀띠인것 같았다 어제 밤 에어컨 조정이 안되어 윈드 자켓을 입은채로 잠이 든 것이 원인일 것이다 샤워를 하고 구급낭을 뒤져보니 요오드와 알콜소독 거즈가 들어 있었지만 어느 것이 좋을지 알 수가 없어 그냥 전역병 정신으로 만병통치약인 후시딘을 짜내여 무작정 등에 발랐다 인터넷이 간절한 밤이다


도비가트에서 처치게이트로 열차를 타고 돌아와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엎드려 천장의 팬으로 등판을 식히고 있는데 낯설은 느낌이다 아내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한국은 추우니 돌아오면 전기 장판 내어달라던 말이 생각난다 한 침대 위에서도 같은 꿈을 꾸기란 쉽지가 않다   '13.10.03. 18:08 침대에 엎드려



일출 아래 가트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뭄바이에 해가 오르면


우리의 일상과 다름없이 도시의 무게에 눌려 걱정이 차오르나보다


거리로 나앉거나


아예 그 끈을 놓아버리지 않는 이상


이 화려한 건물이


이들에게 가져다 준 것이 무엇일까


모두들 시간을 쫓으며


지저분한 기차에 올라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늦으면 낙오하니


모두들 서둘러


화려한 인생


그 치열한 문을 통과하기 위해


한 시간여를 배를 타고 엘리펀트 섬으로 가서


별 감흥 없이 섬을 한바퀴 휘돌다


습관적으로 산길을 올라 멀리서 뭄바이의 빌딩 숲을 바라 본다


일종의 랜드마크인 타지마할 호텔과 게이트오브인디아를 배 위에서 한 컷 담고


다시 인파속으로 돌아와


습한 뭄바이의 바람을 맞으며 어둠이 찾아오는 도시에게 작별을 고한다


이제 시간은 자정을 넘고 내 여행의 시간도 힘겹게 마지막 추를 흔들고 있으니




커다란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 보며 쫄래쫄래 따드던 아이에게

테이크 아웃으로 들고 있던 피자를 건네 주었어

아이는 박스를 가슴에 안고선 맨발로 가족에게 달려 갔지

거리에서 태어나 계속 이리 자랐을테니

어쩌면 그 아이에게 이것은 첫 피자일지도 몰라

내가 인도에서 먹은 음식 중에서도 가장 비싼 것이 였으니

좋은 선물일 수도 있을 것 같아



큰 선행도 아니건만 억눌렸던 마음이 녹는 것 같았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게

조금은 매콤한 인디언 커리 피자였기에

탈이 날까 걱정도 되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있다는게

고마웠어



이제 돌아가는 길 비행기를 타고 한 숨 깊게 잠들면

나는 다시 익숙한 내 삶에 놓여져 있겠지

덥수룩한 수염을 말끔히 깎고 상처난 발이 아물면

나는 조금 더 자라나 있을꺼야 어제 보다 아주 조금 더

안녕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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