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국립공원 닷돈재1 자동차야영장(F8) - 게으른 악어 - 악어봉 - 갈마가든
월악산 닷돈재는 변산반도 고사포 야영장과 함께
우리 가족의 최애 국립공원 사이트 중 하나인데
오늘은 이곳에서도 깊숙한 F-8사이트에 자리를 잡았다
계곡은 소리를 내어 흘러내리고
어느정도 정리를 마치고 주섬주섬 먹거리를 꺼내어 본다
애플하우스 떡볶이에
그리들에 삽겹살 올려
숲의 시간을 보낸다
밝고 건강하게 커가고 있는 아이들
숲에 밤이 찾아오면
작은 불을 피워올려 어둠을 깎고
허용된 공간을 급격히 줄여 놓곤
모두가 한 곳을 향한다
침묵과 미소만으로도 빈 공간은 채워진다
깊은 산중으로 밀려 들어가는 열차를 탄 것과 같이
어느덧 주위의 사람은 하나둘 사라져가고
홀로 남겨져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부유하며 하루의 무게를 내려 놓는다
꽤나 오래전 이른 새벽 홀로 월악산 제비봉을 올랐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가족들과 함께 월악산 악어봉을 올라본다
늘 월악산을 다니며 가자자가만 해놓곤 못갔던 곳
흙먼지 오르막을 계속 오르다 보니
등뒤로 거대한 충주호가 펼쳐져 있다
가뭄에 수위가 많이 내려가 있었으나
여전히 호수로 기어들어가는 악어의 모양을 한 지형이
선명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25.06 Ricoh GR3 악어봉, 월악산국립공원, 충북 충주
'25.06 Ricoh GR3 악어봉, 월악산국립공원, 충북 충주
노트를 꺼내어 보니 제비봉을 올랐던 것이 15년 전이다
산을 내려와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충주호를 돌았던 기억이 어느덧 저 뒤로 밀여있네
계속해서 이어진 길
기억의 주머니를 쥐고 오늘은 어디로 발길을 돌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