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yadh Marriott Hotel -King Khalid International Airport - İstanbul Havalimanı - Galata Tower - Nakke Galata - Taksim - Port Square
랜딩을 알리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오고 비행기는 이스탄불을 향해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2년 전 중동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신변을 정리했던 곳이 이스탄불이었는데, 이렇게 재회 역시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무엇인가 이어져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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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Istanbul - 외노자의 끝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거울 속에 마주친 얼굴이 어색해서 습관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 밤이 되면 서둘러 내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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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했던 카라치의 밤. 그곳에서의 나의 의무는 마지막을 치닫고 있었고 얼큰하게 취해 올랐던 낡은 렌터카에서 흘러나오던 김건모의 얼굴이란 곡이 문득 떠오른다. 이른 청소년기에 들었던 주옥같던 앨범을 이제 아저씨가 되어 다시 꺼내 들으며 그 시절로 돌아가 보고자 애쓴다.
열사에 색을 잃은 도시. 오아시스 같은 사무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외노자. 파편처럼 떠오르는 옛 기억에 취해 있자니, 한두 명씩 비행기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며 어두웠던 항공기 내부에 햇살과 함께 아침을 불어 넣는다. 비행기는 구름과 높이를 다투며 천천히 고도를 낮춰가고 나는 기체 하부에 달린 CCTV Cam을 통해 보스포러스 해협 주변의 집들을 물미 끄러 미 바라보고 있다.
기장의 안내방송, 잊었던 많은 것들과 어느새 훌쩍 커버린 나, 문득 상실의 시대 첫 챕터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추억거리가 많다는 것은 성공한 인생이라 믿는다. 이번 재회를 위해 비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그간 상실되었다고 믿었던 여러 감정이 다시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웅크려 있던 많은 것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시절 그곳에서 나를 이끌듯.
'24.5.27. 집떠나 온지 15시간 30분째 이스탄불로 랜딩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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