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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 East/2024

[사우디,튀르키예] Riyadh - Istanbul

Riyadh Marriott Hotel -King Khalid International Airport - İstanbul Havalimanı - Galata Tower - Nakke Galata - Taksim - Port Square

 

 

랜딩을 알리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오고 비행기는 이스탄불을 향해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2년 전 중동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신변을 정리했던 곳이 이스탄불이었는데, 이렇게 재회 역시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무엇인가 이어져 있으리라.

 

 

[튀르키예] Istanbul - 외노자의 끝 :: https://boodong.tistory.com/224

 

[튀르키예] Istanbul - 외노자의 끝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거울 속에 마주친 얼굴이 어색해서 습관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 밤이 되면 서둘러 내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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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했던 카라치의 밤. 그곳에서의 나의 의무는 마지막을 치닫고 있었고 얼큰하게 취해 올랐던 낡은 렌터카에서 흘러나오던 김건모의 얼굴이란 곡이 문득 떠오른다. 이른 청소년기에 들었던 주옥같던 앨범을 이제 아저씨가 되어 다시 꺼내 들으며 그 시절로 돌아가 보고자 애쓴다.

 

열사에 색을 잃은 도시. 오아시스 같은 사무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외노자. 파편처럼 떠오르는 옛 기억에 취해 있자니, 한두 명씩 비행기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며 어두웠던 항공기 내부에 햇살과 함께 아침을 불어 넣는다. 비행기는 구름과 높이를 다투며 천천히 고도를 낮춰가고 나는 기체 하부에 달린 CCTV Cam을 통해 보스포러스 해협 주변의 집들을 물미 끄러 미 바라보고 있다.

 

기장의 안내방송, 잊었던 많은 것들과 어느새 훌쩍 커버린 나, 문득 상실의 시대 첫 챕터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추억거리가 많다는 것은 성공한 인생이라 믿는다. 이번 재회를 위해 비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그간 상실되었다고 믿었던 여러 감정이 다시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웅크려 있던 많은 것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시절 그곳에서 나를 이끌듯.

 

'24.5.27. 집떠나 온지 15시간 30분째 이스탄불로 랜딩하며

 

 

 

사우디를 떠나는 날

 

 

 

 

이 곳 다시 돌아오게 될까?

 

 

 

 

오늘도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도시

 

 

 

 

시원한 커피 한잔을 끝으로 미련없이 리야드를 떠난다

 

 

 

 

집과는 반대 방향이지만 선택권이 없었던 귀국길

 

 

 

 

반강압적 이스탄불로 돌아와

 

 

 

 

남은 시간 정처 없이 구시가를 향해본다

 

 

 

 

차에서 내린 곳은 우연찮게도 당시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호텔

 

 

 

 

계절은 바뀌었지만

 

 

 

 

그때 그 광장과

 

 

 

 

그 거리를 걸어 본다

 

 

 

 

사우디와 같은 중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다른 곳

 

 

 

 

하지만 감회나 단상 따위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시원한 술 한잔 들이켤 장소

 

 

 

 

복잡한 인파를 벗어나

 

 

 

 

조그만 카페 테이블에 앉았다

 

 

 

 

땀이 배어든 무거운 가방과 간이 선풍기 내려놓고

 

 

 

 

Sea bass에 EFES Pilsener 한잔 들어 올리던 찰나

 

 

 

 

테이블 밑에서 냥이 한 마리가 고개를 쑥 내밀더니

 

 

 

 

땡그란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더니

 

 

 

 

허전한 기분같이 나누자는 동료인 양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버린다

 

 

 

 

지독한 갈증 날려 준 작은 카페

 

 

 

 

언젠가 다시 찾을 것 같은 곳이다

 

 

 

 

특별히 원하는 게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해방감이랄까

 

 

 

 

탁심 거리를 무작정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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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리 만치

 

 

 

 

발길 가는 대로의 걸음이

 

 

 

 

예전의 그 길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기억을 쫓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일까

 

 

 

 

곧 해는 저물고

 

 

 

 

어둠이 도시를 덮쳐오면

 

 

 

 

나는 다시 좁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

 

 

 

 

고국을 향해 먼 길 돌아가겠지

 

 

 

 

이제는 다시 만난 이곳과 작별을 고해야 할 때

 

 

 

 

짧다고만은 할 수 없는 3주간의 방문 동안

 

 

 

 

자신을 돌아 볼 기회를 얻었네

 

 

 

 

뜨겁게 불어오는 사막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았고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거친 도로에서 뛰는 가슴 부여잡았다

 

 

 

 

기억의 퍼즐을 맞추듯

 

 

 

 

세상의 귀한 조각 한편에 새겨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