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거울 속에 마주친 얼굴이 어색해서 습관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
밤이 되면 서둘러 내일로 가고 싶어 수많은 소원 아래 매일 다른 꿈을 꾸던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쌓이는 하루만큼 더 멀어져 우리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어린 날 내 맘엔 영원히 가물지 않는 바다가 있었지
이제는 흔적만이 남아 희미한 그곳엔
설렘으로 차오르던 나의 숨소리와 머리 위로 선선히 부는 바람
파도가 되어 어디로든 달려가고 싶어 작은 두려움 아래 천천히 두 눈을 뜨면
세상은 그렇게 모든 순간 내게로 와 눈부신 선물이 되고
숱하게 의심하던 나는 그제야 나에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이와 나의 바다 by IU
지금으로 부터 꽤나 오래전
초석 근간이라고 표현 하기에는 거창하겠지만
이곳 중동에
첫걸음을 내딛었던 곳
크게 길을 돌아
이렇게 안녕을 고하러 왔네
언덕 위의 모스크
히잡을 두른 여인네
모든 것이 너무나도 이국적이었던 그 시절
선이 짙은 인간군상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이국의 희열을 느꼈지
이질과 동질 그 어디에도 설 수 없는
자신을 철저히 숨길 수 있는 커다란 틈이 있네
배회하며 관조자의 길을 걷는다
이도저도 아닐 수 있다는 커다란 해방감
이제 십수년이 훌쩍 넘어
어느 한쪽으로 조금은 다가 섰을까
옛 생각 달콤하기 그지없다
사람들은 여전히 분주한데
나는 무거운 책임의 짐을 내려 놓았네
삶은 여행
좋은 식당
달콤한 음식에 익숙해져도
여전히 길 위에서 본질을 찾고 싶네
수많은 사람들을 품고
끊임없이 이어진 길
수고했다
따뜻한 체온과
행복한 웃음이 그리웠지
나를 향한 것이 아닐지라도
아름다움을 찾아
한조각 한조각 그려 넣는다
그렇게 내 삶은 채워져 나간다
부탁을 하여 두평 남짓한 회의실에 자물쇠를 달았어
사용하던 짐을 옮기고 다음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웠네
홀로 남겨진 밤이면 문서 파쇄기 앞에 앉아 서랍에 쌓여있던 인쇄물을 갈았다
드르륵 드르륵
제거에도 이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얼마나 오랜 고민을 통해 짜내었을까
좌충우돌, 이제야 남의 일처럼 말할 수 있는 것들
적응도 손도 느린 나에게
부끄러운 하루하루가 켜켜로 쌓이고
육중한 시간에 밀려 결국 여기까지 왔네
아주 조금은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 그 챕터를 닫으려 하네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손이 바빴다
동료들에게 주먹인사 하나 건네고 공항으로 러쉬
카타르를 거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어떤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는지 이제는 기억나질 않는다
한국에 돌아온지 곧 반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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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서의 꽉찬 오년
그리고 사우디 두바이 터키의 파편들까지
결코 즐거웠던 시간만으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이 황량한 길을 걷는 동안
넓은 세상을 보았네
그리고 많이도 변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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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기운이 이불속으로 파고들어
짙은 어둠 속 매캐한 냄새와
붉게 울부짖으며 으르렁 거리는 공기청정기도 없네
칼람 계곡을 갔을때 입었던 옷을 꺼내어 걸치고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도처에 깔린 새벽길을 걷는다
불쾌한 출근길,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안으로 내 몸을 던지고 싶지 않네
믿었던 진심이 존재하지 않는 일터
실용을 버리고 형식에 목을 매는 사람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나의 경험
끊이지 않는 갈증
한국으로 돌아와 삼개월 가까이 이어진 교반의 과정
나는 황량한 사막의 외노자
가족과 떨어져 살기위해 몸부림치던 과정 동안 많이도 변해 버렸나보다
이젠 그 진했던 기억도 흐릿해져 버렸네
이것 또한 과정
주어진 환경 하루하루 살다 보면
계절이 바뀌는 어느날 희미해진 기억 소리없이 돌아와
내게 말하겠지
수고했다고 그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