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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 East/2024

[사우디] Riyadh (5.27.-6.14.) - Boulevard City

붉은빛을 띄우며 밝아져 오는 하늘

산 머리 위에 생기를 잃은 채 걸려있는 달

이른 아침부터 묵직한 배낭을 메고 공항버스에 오른다

 

마치 주 기도문이나 복무 신조를 외우듯 넬의 현실의 현실을 이어폰으로 흘려보낸다

MP3를 다운받아 듣던 시절 후미에 막차를 타고 휴대폰 한편에 자리잡게 되어 

존재의 의미로 네트워크 커버리지를 벗어난 후미진 여행지에서 반복해서 들었던

명반 Healing Process 앨범의 첫 트랙. 이제는 오래된 의식처럼 먼 길을 나설때 늘 이 노래를 찾곤 한다

 

익숙한 음악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어두운 저편에서 하나씩 고개를 들며

줄지어 내 앞으로 나타났다 공손히 꾸벅 인사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요 며칠 이상하리만치 듣는 노래마다 가사가 귀에 밟힌다

 

버스의 출발과 함께 손목시계 타이머를 꾹 눌러 본다

얼마만큼이나 동떨어지게 될지 마치 측량이라도 하듯이

 

고작 보름의 부재건만

예전과는 다른 무게의 아쉬움이 가슴 한편을 콕콕 찌르며

나침반의 자성처럼 돌아 봐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기존의 굴레를 벗어나 치고 나갔다고 생각했건만

삶의 가속도는 구심력을 잃지 않고 다시 그곳으로 향하게 한다

마치 영화 그레비티에서나 보여줄 법한 유려한 턴으로

푸른 별을 향해 떨어지는 희망의 불길 

 

서로가 어떻게 서로의 변화를 마주하게 될까

버스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기색으로 시원하게 강변도로를 치고 나간다

 

이제 잠시 눈을 붙이고 

플레이리스트의 다음 곡과 함께   

다른 챕터로 이.동.해. 보고자 한다

 

'24.5.27. 0635 인천공항행 버스에서

 

 

 

사우디의 기억이 의식 저편으로 밀려나 있던 어느 날

 

 

 

 

아는 분의 소셜에서 생경한 사우디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뉴욕의 타임스퀘어 같은 거리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씬처럼 유유히 걷고 있던 모습

 

 

 

 

권력이 바뀌고

 

 

 

 

개혁 개방의 바람이 불어왔다는 이야기는 건네 들었다만 서도

 

 

 

 

내 기억 속 그곳과는 너무도 괴리가 있기에

 

 

 

 

이곳이 사우디가 맞나 의심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내가 경험했던 그곳은

 

 

 

 

아바야를 두른 여인네들이 타인의 시선을 피한 채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바삐 움직이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 아잔과 함께 모든 상점들이 일제히 셔터를 내리며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기도처를 찾는다

 

 

 

 

카펫 앞에 가지런히 벗어 놓은 신발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던 외국인에게도 예외는 없다

 

 

 

 

50도에 육박하는 거리로 쫓겨나 기도 시간이 끝나길 기다릴 뿐

 

 

 

 

불친절과 도처에 잔잔히 깔려 있는 공포가 가미된 억압

 

 

 

 

컴파운드마다 경쟁하듯 담을 높이 올리고 삶을 숨겼다

 

 

 

 

시간이 지나 돌아온 이곳에는 여러 변화가 확인된다

 

 

 

 

도넛처럼 보다 다양해진 세상의 맛이랄까

 

 

 

 

넓어진 포용의 범위

 

 

 

 

사람들은 담장 밖으로 나와

 

 

 

 

비록 지독히 작위적이고

 

 

 

 

그들의 뿌리와는 저만치 동떨어진 것일지라도

 

 

 

 

새로운 세상을 즐기기 시작한다

 

 

 

 

Ricoh GR3, Boulevard City, Riyadh, Saudi Arabia

 

 

 

 

Ricoh GR3, Boulevard City, Riyadh, Saudi Arabia

 

 

 

 

Ricoh GR3, Boulevard City, Riyadh, Saudi Arabia

 

 

 

 

Ricoh GR3, Boulevard City, Riyadh, Saudi Arabia

 

 

 

 

Ricoh GR3, Boulevard City, Riyadh, Saudi Arabia

 

 

 

 

Ricoh GR3, Boulevard City, Riyadh, Saudi Arabia

 

 

 

 

Ricoh GR3, Boulevard City, Riyadh, Saudi Arabia

 

 

 

 

Ricoh GR3, Boulevard City, Riyadh, Saudi Arabia

 

 

 

 

Samsung Galaxy S22Ultra, Boulevard City, Riyadh, Saudi Arabia

 

 

 

 

Ricoh GR3, Boulevard City, Riyadh, Saudi Arabia

 

 

 

 

Ricoh GR3, Boulevard City, Riyadh, Saudi Arabia

 

 

 

 

Ricoh GR3, Boulevard City, Riyadh, Saudi Arabia

 

 

 

 

후덥지근한 사막의 밤을 수놓는 네온사인과

 

 

 

 

벤치에서 허락되는 작은 행복

 

 

 

 

변화의 시대를 걷고 있다

 

 

 

 

아직은 많은 것이 낯설어 보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모든 것들이 자리를 잡겠지

 

 

 

 

원래부터 그 모습이었던 것처럼

 

 

 

 

나는 계속해서 길에 오르네

 

 

 

 

거리의 사람들과

 

 

 

 

낯선 풍경들

 

 

 

 

세상의 속도를 따라갈 필요는 없어

 

 

 

 

쫓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것들

 

 

 

 

그대로 그곳에 둔 채

 

 

 

 

외면하듯 하지만 수줍게 동경하며

 

 

 

 

그 모습 한편에 내가 있음을 기억한다

 

 

 

 

화려한 길을 걷고 돌아온 하루

 

 

 

 

오늘 하루쯤

 

 

 

 

따뜻한 꿈 기대하며 잠을 청해도 되겠지

 

 

 

- Part3.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