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빛을 띄우며 밝아져 오는 하늘
산 머리 위에 생기를 잃은 채 걸려있는 달
이른 아침부터 묵직한 배낭을 메고 공항버스에 오른다
마치 주 기도문이나 복무 신조를 외우듯 넬의 현실의 현실을 이어폰으로 흘려보낸다
MP3를 다운받아 듣던 시절 후미에 막차를 타고 휴대폰 한편에 자리잡게 되어
존재의 의미로 네트워크 커버리지를 벗어난 후미진 여행지에서 반복해서 들었던
명반 Healing Process 앨범의 첫 트랙. 이제는 오래된 의식처럼 먼 길을 나설때 늘 이 노래를 찾곤 한다
익숙한 음악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어두운 저편에서 하나씩 고개를 들며
줄지어 내 앞으로 나타났다 공손히 꾸벅 인사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요 며칠 이상하리만치 듣는 노래마다 가사가 귀에 밟힌다
버스의 출발과 함께 손목시계 타이머를 꾹 눌러 본다
얼마만큼이나 동떨어지게 될지 마치 측량이라도 하듯이
고작 보름의 부재건만
예전과는 다른 무게의 아쉬움이 가슴 한편을 콕콕 찌르며
나침반의 자성처럼 돌아 봐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기존의 굴레를 벗어나 치고 나갔다고 생각했건만
삶의 가속도는 구심력을 잃지 않고 다시 그곳으로 향하게 한다
마치 영화 그레비티에서나 보여줄 법한 유려한 턴으로
푸른 별을 향해 떨어지는 희망의 불길
서로가 어떻게 서로의 변화를 마주하게 될까
버스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기색으로 시원하게 강변도로를 치고 나간다
이제 잠시 눈을 붙이고
플레이리스트의 다음 곡과 함께
다른 챕터로 이.동.해. 보고자 한다
'24.5.27. 0635 인천공항행 버스에서
- Part3.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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