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로컬버스에 올랐네. 카즈베기로 넘어 올 당시의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 좁은 버스를 가득 메운 사람들. 신기한 언어를 구사하던 뒷자석의 예쁘장한 여자애는 일본인 인듯 하네. 교복인 케나다구스 패딩에 뉴발란스를 신고 얼굴 또한 우리네 느낌이어서 왜 한국 여자애가 이런 곳에 있을까 생각했건만. '내안의 폐허에 닿아'가 끝나고 솔리드의 '꿈'이 이어진다.
양쪽 다리는 무리. 다리가 딱 하나 들어갈 만한 좁은 버스칸에서 카메라 가방을 무릎에 얹고 구부정히 이 글을 쓴다. 버스는 트빌리시행. 당초 계획이었던 시그나기는 버스 옵션도 없을 뿐더러 렌트 또한 턱없이 비싸게 불러서 트빌리시로 행선지를 바꾸었다. 시그나기는 가는 길에 숙소를 알아봐야지 하고 미뤘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네. 지내온 시간속에서 이런 여행의 변동성이 익숙할 따름이다. 내일은 모르겠고 트빌리시로 돌아가면 우선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와인 한잔 마시러 나가야지.
많은 것들이 조금더 완성의 방향으로 옮겨지고 있는 느낌이다. 편안한 옷차림과 짐의 부피를 극도로 줄인 익숙한 배낭.한쪽 건빵바지 주머니에는 라미의 스타일러스 펜이 스쳐지나가는 기억을 붙들러 대기중이고, 이어폰에서는 음악이 끊이질 않는다. 수많은 인쇄물, 가이드북 더이상 그런 것들에 의존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