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별로 글라스 와인을 추천하던 직원의 말을 점잖게 무시하고 와인 한바틀에 그릭샐러드, 고수 뺀 폭립을 주문했지. 아삭한 파프리카와 돼지고기 비계 특유의 질감이 입속에서 춤을 추네. 이것 만으로도 충분한 행복.
트빌리시는 생각보다 좋았다. 요즘 걸음을 하는 곳마다 시기의 절묘함이 운좋게 맞아 완벽한 날씨의 여행을 즐길 수 있었네. 최근 매체에서 자주 등장하며 익숙해진 도네스크, 키이브 등의 지명을 바라보며 흑해를 넘어 코카서스 산맥의 설산을 보는 순간, 아 왜 이곳이 프로메테우스가 언급되는 신화의 고장인지 대번에 느낄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바다에서는 명시적 공포가 설산에서는 경외감이 다가온다.
캐리어를 챙기지 않았다. 출발직전 스포츠 의류매장에 가서 가벼운 티셔츠 몇벌을 사고, 삶에 필요한 것을 최소화하여 조그만 가방에 우겨 넣곤 여행을 시작했다. 사실 많은 것들이 필요치 않다. 낯설은 길을 걷고 익숙한 앵글로 자기화하며 이쯤이면 되겠다 하는 과정엔. 돌이켜 보면 배낭을 매고 낯선 세상을 많이도 걸었다.
짙은 배경의 이국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어디를 가든 이질감을 크게 느끼지 못하였는데 오랜만에 와인의 취기가 현실과의 격차를 만들어 다름을 전해준다. 인종도 언어도 오늘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다름에 틀림이 없다. '22.4월 트빌리시의 어느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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