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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 East/2015

[파키스탄] Incheon - Bangkok - Lahore



인천공항 - 방콕 - 라호르 - Pearl Continental Hotel - Mall of Lahore - Valencia - Bukhara - Hafeez Centre - Old Lahore


론니플래닛을 들고 있는 내 모습에 웨이터가 다가와 말을 건다. Pakistan & the Karakoram Highway. 오래 전 절판되어 더 이상 구할 수도 없게 된, 별다른 동기목적 없이 집어 들었으나 그 우연찮은 작은 행위가 이렇게 커다란 운명으로 뒤바뀌어 나를 이 곳에 앉아 있게 만든 그 책. 카라코람 출신이라는 그 치에게 Gilgit 이냐고 물었더니, 무방비 상태인 내게 Hunza 라는 유려한 발음의 대답이 훅 하니 치고 들어온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그 곳, 순간 가슴이 떨렸다.


라호르에 도착한지 닷새째, 몇 가지 오피셜한 일을 처리하고자 동분서주 했고 시차에 누적된 피로에 더해진 여독에 자잘한 적응에 순식간에 한 주에 가까운 시간이 사라졌다. 그리곤 다시 철저히 혼자가 되자 한 숨을 돌리고 이어폰으로 호텔 캘리포니아를 들으며 이렇게 펜을 들었다. 업무 수첩에 빼곡히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소소한 해방감에 감사할 따름이다.



칠흑 같은 어둠에 내 모든 부족을 숨기고 도망치듯 차에 올랐다


사회적 지위와 격식의 간극 따위는 집어 치우고


쓰러지듯 누운 자리에서 다시 정신을 차리니


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에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무거운 문


진한 이국의 정취


출발한지 정확히 24시간만에 체크인을 하고 나는 별다른 노력 없이 이렇게 라호르의 어느 호텔에서 눈을 떴다


마치 늘 그래 왔었던 것처럼


좋은 호텔


좋은 사무실


좋은 집에서


윈저성에 끌려와 집행을 기다리는 집시의 모습으로


Accha


yahan me Pakistan ka Lahore hai


어둠이 내리고 BBQ 연기가 도처에 피어 오르면


정갈한 음식이 차려지고


노련한 손 놀림에


갖가지 음식이 준비된다


선입견이 만들어 놓은 담장의 높이


무희가 내려 놓네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이국의 향기 가득 먹음은 자태 고운 춤사위


하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는 홀로 이방인인 나뿐인 곳


아직도 하루가 시들지 않았구나


방으로 돌아와 가족을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던 찰나


인터폰이 울리고 생일 축하 한다며 룸 서비스가 들어왔다



구글 너 만한 놈들이 여기 또 있구나


저 멀리 창 밖에 검은 연기가 솟아 오른다


열강이 만들어 놓은 갈등으로 오늘은 그 누구도 다치지 않기를


이것저것 지불할 비용을 계산하고


있지도 않은 직업적 의무감에 라호르 휴대폰의 메카


한국의 용산과도 같은 하피즈 센터를 찾았다


조심스레 꺼내든 카메라에 밝은 웃음 친절한 직원들


하지만 이곳은 보이지 않는 전쟁터


수많은 스터프와 다양한 커스터머


응축된 기술


대중의 기호를 찾아 새롭고 먼 여행을 시작하겠지


이렇게들 자리잡고 있네


더 나은 삶을 원하는 이들과


다른 방향에서 더 나은 삶을 원하는 이들이 공존하는 장


낡아 보인다면 네 마음이 낡은 것이겠지


동일한 뇌의 크기 이 곳에도 삶과 꿈이 있네


비록 모든 것이 부족하여


고작 휴대폰 전등으로 세상이 밝혀지지만


동등한 존엄이 존재하는 곳


me jenubi Korea se hun bataie jindagi kubsurat hai


그들로부터 건네 받은 홈메이드 치킨롤과


최신식 드라이브 쓰루까지 Accha hai


오늘 저녁 오올드 라호르로 가자


부족한 전력으로 수도 없이 반복되는 정전에 성곽은 어둠에 잠겼지만


레스토랑만은 자체 동력을 이용하여 화려한 불빛으로 손님을 유혹한다


Badshahi Mosque 이렇게나마 만나게 되는군요


오늘 밤은 여기까지 짧게 스쳐만 가요


어디서부터 쓰러졌는지 모를 나무가 턱 하니 길을 가로 막고


스마트폰 보급률 보다 총기소지 보급률이 높아 보이는 이곳에도


담벼락의 작은 불빛 사람들은 몰려들어


그들만의 방식으로


비록 소박을 넘어 열악에 가까워 보일 수도 있지만


삶을 만들어 나간다


Minar-e-Pakistan


늘 상 지독한 먼지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이 곳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이렇게 그저 걸어 나갈 뿐이다



인생을 자신했지만 어찌 보면 나는 감추고 싶은 게 많았던 사람인가 보다. 상대측량을 목적으로 한 저울 위에 올려지면 조급해 지는 경향이 보인다. 형태는 사뭇 다르지만 내 가식의 유효가 짧다는 이해에 빠르게 자신을 상대에게 이해코자 서두르기도 한다. 하지만 한번 잘못 끼워진 옷 매무새는 더 이상 서둘러 고쳐 매지 않는다. 나의 손을 벗어 났음을 알기에. 그만 오늘은 더 이상 복잡해지지 말자. 버팔로 치킨윙에 ACL6.5% Millennium Murree’s Brew, 그리고 이어폰에선 One Love, Too much love will kill you 를 지나 두 번째 반복해서 듣고 있는 Let it be가 흘러 나오는데 더 이상 무슨 고민이 필요한가


이 레퍼토리는 늘 즐겁지만 난 늘 계산이 늦다. 한참을 흘려 보내야 더디게 내 셈법이 나오고 지나가 버린 과거를 그리고 옛 사람만을 찾는다. 절실함 부족 때문인가. 많이 배워야 한다. 그만 오늘 더 이상 복잡해 지지 말자. 이 얼마나 즐거운가. 청장년에 이르러서까지 나만을 위한 고민도 하고, 가족과 주변인을 감성적으로 생각하고, 음악을 들으며 지독히 낯선 곳을 여행하고 이리 글도 남기고, 감사 할 따름이다. 인샬라!


더 큰 자신을 만들기 위해 이 곳에 온 것 아닌가. 이제 시작이다.

다른 삶 내 길 인샬라!

 

’15.3.20. pm10:19 PC Hotel Room No.242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