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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 East/2015

[파키스탄] The night view of Badshahi Mosque


Badshahi Mosque - Cooco's Den Restaurant


Hyper Star에 가면 다양한 커피가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역시나 네스카페 밖에 없었다. 선택의 여지 없이 그나마 '골드'자가 적힌 것을 집어들고 들어와 새로 산 주방 집기들을 씻어서 커피를 한잔 끓였다. 이 곳에 온지 열흘째가 되던 날, 나는 집 계약에 더 이상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이미 두 명의 업자에게 소개를 받았던 집을 선택하여 바로 어제 이사를 들어왔다. 캐리어 하나, 75리터 배낭 하나, 조그만 배낭형 쌕 두개에 노트북 가방 그리고 수트케이스까지 1년을 넘게 살아야 하는 이 집의 크기에 비하면 단촐하기 그지 없는 짐이다. 그리곤 오늘 라호르의 대형 마켓에 들러 이것저것 생필품들을 사고 이렇게 맛없는 네스카페를 마시며 책상에 앉아 우르두어 몇 자를 적어보다가는 슬며시 안정 대신 찾아 온 왠지 모를 그리움에 키보드를 잡았다. 


집을 구하고 차를 계약하고 전화에 계좌에 삶을 위한 기반 설비(?)를 꾸리는데 사실 열흘이란 시간이 그리 부족하지는 않았다. 나는 한국에서도 그렇듯 삶의 제반을 복잡하게 꾸리기 보다는 언제 어디로 팔려 갈지 모르는 노예처럼(물론 그러기에는 극한의 오지에서나 사용할 만한, 혹자의 표현으로 장난감 같은 서바이벌 키트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지만..) 내 몸 하나의 안위를 생각하며 스케줄이 없는 틈을 타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밤이면 외국인 전용 호텔 라운지에서 맥주를 마시며 사진 정리와 글을 쓰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해가 저물자 창밖으로 아잔이 흘러 들어온다. 이 소리 속에 있는 왠지 모를 애잔함이 내 마음을 흔든다.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Badshahi Mosque


어둠이 찾아와도 가시지 않는 후덥지근한 날씨


열흘 전 이곳을 방문 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계절이 찾아왔다


SIGMA DP1Merrill  19mm 1:2.8  Badshahi Mosque


9시가 훌쩍 넘은 시간


이제야 식당에는 저녁을 위해 하나둘씩 사람들이 찾아 든다


옥상에 마련 된 테이블에 둘러 앉아


뻥 뚫린 하늘 아래


겨우 미소만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의 불을 밝히고


성곽 아니 모스크 주변의 식당가는


연기를 뿜으며 분주히 움직인다


어디서 왔니


저 짙은 어둠 속의 모스크를 향해


네게 아니 내게 묻노니


거리를 밝히는 유일한 첨탑 하나


내게도 길을 가르쳐 다오



'15.3.27. 20:05 Defence Housing Authority in Lah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