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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Tour

Local Tour - 지리산 ('10.12.04. - 12.05.)



중산리 탐방안내소 - 칼바위 - 유암폭포 - 장터목 대피소 - 제석봉 - 천왕봉 - 로타리대피소 - 중산리



앙상한 가지로 나뉜 하늘

겨울을 맞이하는 고적한 길



적막 속 귀를 채우는 거친 숨과

터질듯 울려되는 생의 세찬 박동

마음이 짓눌린 자의 무게는

어깨를 묵중히 짓누르는 그것과

비할 바 없다



멀리 바라보던 시선을

한치 앞으로 내리며 걸음을 옮긴다

이렇게 의지가 남아 있다

도시를 흐르는 스산한 기운의 군중

그 안의 내 모습과 달리



전날의 숙취로 다죽어가던 나를 살려 준 산채비빔밤과 시래기국

오늘따라 유독 배낭이 어깨를 눌러왔지만 이렇게 길을 시작한다

지리산 길을 오르다 보면 바닥면을 그대로 투영하는 계곡도

달팽이 관을 미치게 만드는 몇개의 출렁다리도

거의 아트 수준으로 그려놓은 반달곰 조심 문구도 만나게 된다

한명 한명의 소망을 쌓아 올린 길이 나를 인도하고


땀으로 뒤범벅된 몸에 날이 저물어 추위가 엄습할 즈음 장터목산장에 다다르게 된다

새벽녘 전날의 피로로 무거운 몸을 일으켜 떠날 차비를 마치고

다시 이어진 길 그리고 결국 다가선 정상

잠들어 있는 세상을 깨우기엔

인간이 만들어 놓은 불빛은 미약하기 짝이 없고

번지는 여명의 아름다움에 세상의 속도가 상실된 듯한 착각에 사로 잡힐즈음

그것은 시작된다

모든 악을 태울듯 장엄히

그림자 처럼 따르는 지난 날의 과오를 지긋한 눈길로 어둠밖으로 밀어내듯

찰나의 순간 소리 없이 그렇게

남겨진 내게도 정상이 있을까

고된 길은 내게 무엇을 말하나

호젓한 구름 이끄는 곳은 어디로 향하나

세상으로 돌아오는 길에 돌아 본 천왕봉은 아득히 멀기만 하다





딱딱한 바닥 건조한 공기

도통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어릴적 처했던 부끄러운 상황을 떠올리고

가능성의 상실에 대해 걱정하고

떠나간 어머니를 그려보지만

그 기억들이

예년만큼 길게 늘려지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커져버린 덩치와는 다르게

점점 박약한 영혼의 소유자가 되어 간다

하지만 미래를 단정지어 한정치 않는다

지금은 영혼의 갈수기

그쯤으로 얼버무려 넘기도록 하자



곧 해는 떠오른다

우리 스스로가 밀쳐낸

여명의 아름다움을 넘어

다가올 그것에

부질없는 재주의 과신을 송두리째

날려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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