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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Tour

Local Tour - 월악산 ('10.10.16.)




장회나루 - 제비봉 - 청풍호 ('10.10.16.)




눈을 떠

피로와 어둠이 나를 짓누르네

아직도 인가

나의 신체는 조금 더 절망의 방향으로 다가서는데



꾸욱 버튼을 누르며 시동을 걸지

그리 노력이 필요 없는 시작

텅빈 고속도로를 외로이 달리다 보니

계절은 어느덧 입김과 서리로 동행하네



굽이진 산을 넘고

안개 자욱한 황야를 지나자

잠들어 있는 거대한 도시가

흐릿한 차창을 스쳐



새벽의 차분함 적막에 가깝네

일상의 고단한 무게에 눌린 채

평화는 억압에서 시작되고

억압은 다시 찾아올 어둠을 기다리며

평화와 함께 잠시 자리를 비우려 하네



그렇게

하루는 시작돼


먼 길을 흘러 하나의 종착역에 다달은 남한강 물길은

천연의 비경과 하나되어 발길을 멈추게 하네

곧 다가올 겨울을 모르는지 메리골드는 오늘도 화사하게 아침을 열고

길가에 자동차를 세운 나는 뷰파인더로 상상의 세상을 들여다 본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 거친 호흡을 내쉬며 올려 보니 물들어가는 단풍 위에 정상이 들어오지만

고목을 닮아 뒤틀린 재와

유려히 물살을 가르는 보트의 흔적과

모진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경이감에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된다

이곳에 내가 있을 수 있음에

비록 가파른 계단일지라도

내가 오를 수 있음에 감사한다

멀리서 들려오는 유람선 엔진소리와 쿵쾅거리는 내 심장소리가 뒤섞여 귀를 자극하며

그렇게 제비봉(721m)을 오른다

소나무는 강을 닮고

강은 인생을 빗대며

이렇게 유구히 존재한다

떠나기 아쉬어 올라탄 유람선은

나를 병풍속으로 인도하고

기암과 구름

깎아 놓은 듯한 절벽

후미에 팔을 기댄 채

모든 것을 씻어내

만남과 헤어짐을 기다리는 나루와

27억톤의 슬픔을 간직한 커다란 그릇에




동이 터오르네

어둠이 찾아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포기를 밀어내며

패배와 좌절을 지워내며



죽을것만 같았던 아픔도

시리운 상처도

계속되리라 믿었던 절망도

결국 하룻밤의 악몽에 지나지 아니하네



아름다운 것은 매일 찾아오고

불과 얼마 걸리지 않은 곳에 존재하고

언제나 그렇듯

이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네



힘을 내

식상한 응원이지만

오늘도 다시 한번

내일의 아침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