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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Tour

Local Tour - 계룡산 ('10.10.10)





천정탐방지원센터 - 천정골 - 큰배제 - 남매탑 - 삼불봉 - 자연성릉 - 관음봉 - 은선폭포 - 동학사 ('10.10.10)

 

쉽사리 찾아오지 않는 잠도

만성 피로에 무기력한 일상도

방향을 잃은 미래도 

fun이 사라진 하루의 전부인 듯 싶지만

그 아무것도 인생을 책임지지 않어

여백의 귀퉁이를 채우기에도 택도 없지


밤하늘의 별들로 가득찬 남매탑에 정갈히 손을 모은 뒤 갈길을 서둘러 오른 삼불봉(775m) 

막걸리 한잔의 취기보다 빠르게 여명이 다가오고



별빛을 밀어내며 태양이 솟는다

어둠이 완벽히 깎여진 공간에선 눈이 부셔 형태를 가늠할 수 없지만 희망이란 이렇게

처음으로 함께한 소중한 친구와 가슴 한켠에 담는다

얼마나 많은 강산을 돌아야 나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힘겹게 산을 넘는 구름처럼 모든 형태를 잃어야만 모든 무게를 버려야만

한폭의 그림속에 들어가 영원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자연성릉을 뒤덮는 구름 뒤로 관음봉에 천왕봉까지 눈에 들어오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경계를 따라 비판없이 길을 걷다 보면

따뜻한 햇살이 스며드는 구름속에서 춤을 추기도

마치 신선인양 발아래 구름 위를 걷기도 한다

묵묵히 지켜보는 노송은 그 경계의 틈바구니에서

세월의 굽이로 내 경솔함을 꾸짖는다

모든것이 잠식된 세상에선 욕망만이 고개를 들고 있을 뿐이라고

부디 더불 수 있기를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던 순간이 지나자 관음봉으로 향하는 긴 계단이 또렷이 나타나고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자 내가 걸어온 길이 보인다

천왕봉의 길이 끊기고 인파의 제일봉이 된 관음봉(816m)

돌아가는 길에도 계룡산의 산세는 자꾸만 나를 낮추게 한다

 

 

난 한 번쯤은 저 산을 넘고 싶었어

그 위에 서면 모든게 보일 줄 알았었지

하지만 난 별다른 이유 없어

그저 걷고 있는 거지

해는 이제 곧 저물 테고

꽃다발 가득한 세상의 환상도 오래 전 버렸으니

또 가끔씩은 굴러 떨어지기도 하겠지만


중요한 건 난 아직 이렇게 걷고 있어

 
- 신해철 정글스토리 中


 


절실한 감성이 필요하다

나를 움직여 스스로 여백을 채울 수 있도록

알고 모르는 것은 중요치 않았던 것이다

 이 홍역을 앓는데엔

나 참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