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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Tour

Local Tour - 치악산 ('11.03.05.)



구룡탐방지원센터 - 구룡사 - 사다리병창길 - 비로봉(1288m) - 계곡길 - 보광 휘닉스파크



깊은 침묵이 먹어삼킨 해안

파도 소리 조차 들리지 않고

먹구름 가득찬 하늘과

살기를 잃은 바람이 볼을 스쳐



버려진 많은 것들이 밀여와 있네

보듬어지지 못한 것들

거대한 바다에 기운에 눌려

본연의 색을 상실한

꼭 필요했으나

꼭 필요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들



야속한 삶 앞에서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찼던

그 많던 꿈들


명색이 국립공원이지만 치악산은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오는 내내 참 없게도 꾸며놨다

구룡이라는 이름처럼 굽어진 계곡이 추위가 모아놓은 고요를 비집고



세월의 고단함을 드러내는 뒤틀린 뿌리가 깊은 상념 속에 앙상한 가지를 받친다

모두가 일컫는 악산의 계단은

이를 가는 투쟁에서 벗어나 오늘 하루쯤 조금 쉬어가라 가르친다

사다리병창길에 들어 난간을 붙잡고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면


어느덧 나는 다른 세계로 편입되어진다

눈의 모자를 뒤집어 쓰고

얼음 때때옷을 입은

현실감이 상실되어진 그 곳

의인화의 배경이 될 것만 같은

눈의 나라

그 어느 곳에도

그 어떠한 형태도
눈의 파도가

세상을 먹어 삼키다

아찔한 경계 넘어로

앙상한 가지 위에로

형태 자체를 눌러 버릴 기세로










때론 세상의 공허를 모두 달래줄 아량으로

경계와 경계를 나눈다

몹시도 추웠던 겨울의 끝자락

치악산의 정상에선

다시 시작된 돌아가는 길은

길의 흔적도

먼저간 이의 발자국도

웅장한 폭포의 기개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산의 기운을 더 이상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하산 후 현대화되어 잘 정비된 사찰과

방역에 지저분해진 자동차만이 부재의 끝 나의 회기를 알린다

몹시도 그리운 벗을 찾아 달려간 그곳에서 술과 고기

술과 고기와 추억

술과 고기와 추억과 막국수

그리고 다시 잃지 않은 나의 인생을 심심히 즐긴다



언제부터 였을까

빠져 죽지 않기 위한 발버둥으로

나의 하루가 가득 채워진게



몸을 뉘이면

고단이 눈을 멀게하고

내일의 버팀을 위해

모든 생각의 문을 걸어 잠그지



하지만 오늘

잃어버린 아침을 찾아

시간의 속도를 넘어

과거를 되찾을 기세로

고속도로를 질주해



어느덧

사이드 미러를 붉게 물들이며

오늘의 태양이 떠오르고

선루프를 열어

아침의 공기를 가득 마셔보지



이렇게 많은 것을 내게 주네

나는 주저앉지 않았는걸

몹시도 추웠던 겨울이었지만

계절이 가네

올해도 잊지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