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키스탄] Hunza (Part-3, Landscape) Karimabad - Eagle's Nest - Hopper Glacier - Aliabad 물론 경험이 그리 많다고 할 수 없지만, 늘 이곳에 오면 왠지 모르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 카라코람 그 거친 길을 걸으며 의지, 욕심, 열망 따위의 인간으로서 갖게 되는 욕구가 깨끗이 정화되어 버리는 것일까. 아니면 이 커다란 자연 앞에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유한하고 작은지 깨달게 되어서 일까. 사실 이런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냥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아져서 겠지. 아침부터 폼 잡지 말고 무거워지지도 말자. 날짜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많은 것을 필요치 않은 하루. 입안에 커피 향 담고 바람 잘 불어드는 벤취에 앉아 라카포시를 덮고 있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 보며 구름의 속도와 생각의 속도를 동기화 시킨다. ..
[파키스탄] Karakoram Highway (Part-1, The Path) Lahore - Rawalpindi - Mansehra - Besham - Dasu - Chilas - Gilgit '나 다시 그 곳으로 떠나.' 그래, 다시 먼 길에 오르는구나.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살구 꽃, 그거 볼 수 있겠네. 봄에 피는 꽃, 유명하잖아. 그런데 너 그거 알아? 풍요의 시작을 알리는 곳에서 네 마음, 오히려 황량하게 될 지도 몰라. 이제 더 이상 그 곳에 내가 없을 테니. 나오코는 그 말을 남기고 뒤를 돌아 내게서 떠났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쥐고 그녀의 실존 여부를 따져 보려 했지만, 난 이내 다시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자동차 속에서 무기력하게 눈을 감았다. 다시 그녀가 찾아와 주기를 바라는 짧은 기도도 남기지 못한 채. 김건모의 혼자만의 사랑을 듣고 있었는데 셔플이 아델의 ..
[티벳] Yamdroktso - Gyantse - Shigaetse - Chengdu ('14.8.15. - '14.8.17.) 암드록쵸 - 카롤라빙하 - 장쯔 - 백거사 - 시가체 - 타쉬룬포사원 - 성도 부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 라싸를 떠나 시가체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암드록쵸가 있다는 캄바라 고개(4,794m)를 오르는 내내 자욱한 안개와 빗방울로 차창밖으론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내 마음이 넉넉하지 못한 대가인지 이런저런 자책도 하게되고 성호를 보지 못한다는 불안이 전신을 휘감아 올랐다. 곳곳이 사태로 무너져 내린 굽이굽이 천길 낭떠러지 고갯길을 지독한 안개를 뚫으며 힘겹게 넘어 내려가자 순간 거짓말처럼 하늘이 열리며 내 발 아래로 짙푸른 빛깔의 암드록쵸가 눈에 들어왔다. 호숫가로 내려가자 하늘은 다시 무거운 얼굴로 조용히 성긴 빗줄기를 내리기 시작한다. 나는 진흙에 발을 빠뜨려 가며 쪼그리고 앉아 호수에 손을 담그곤..
[티벳] Lhasa ('14.8.12.) 포탈라궁 - 포탈라 코라 - 포탈라 광장 - 야크호텔 - 바르코트 광장 - 죠캉사원 Tibet. The roof of the world. It feels as though we have ascended a medieval stone fortress towering above the center of Asia. This is the highest country on Earth. And most isolated. There it is. Tibet. - 티벳에서의 7년 중에서 남자인 나 조차 반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브레드 피트가 영화 속에서 티벳으로 들어가며 읊조렸던 이 대사의 억양은 아직도 내 머리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창 밖이 풍요로워지고 기차는 조금씩 속력을 줄이며 도시를 향해 나아갔고 마침내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