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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2014

[티벳] Yamdroktso - Gyantse - Shigaetse - Chengdu ('14.8.15. - '14.8.17.)



암드록쵸 - 카롤라빙하 - 장쯔 - 백거사 - 시가체 - 타쉬룬포사원 - 성도


부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 라싸를 떠나 시가체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암드록쵸가 있다는 캄바라 고개(4,794m)를 오르는 내내 자욱한 안개와 빗방울로 차창밖으론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내 마음이 넉넉하지 못한 대가인지 이런저런 자책도 하게되고 성호를 보지 못한다는 불안이 전신을 휘감아 올랐다. 곳곳이 사태로 무너져 내린 굽이굽이 천길 낭떠러지 고갯길을 지독한 안개를 뚫으며 힘겹게 넘어 내려가자 순간 거짓말처럼 하늘이 열리며 내 발 아래로 짙푸른 빛깔의 암드록쵸가 눈에 들어왔다. 

호숫가로 내려가자 하늘은 다시 무거운 얼굴로 조용히 성긴 빗줄기를 내리기 시작한다. 나는 진흙에 발을 빠뜨려 가며 쪼그리고 앉아 호수에 손을 담그곤 살포시 눈을 감고 멀리서 나를 기다릴 님을 떠올려 보았다.    

 

가장 높이 올라 있으나 가장 후미져 있는 곳

지극히 당연한 숨 조차 소중하게 느껴지네

세계의 변방을 돌며 내 손 끝에 기원을 담아

저 펄럭이는 타르쵸의 불경과 함께 멀리 날려

소박한 염원이 돌고 돌아 그리운 내 님에게 

내 안녕과 함께 어서 닿으렴

 

'14.8.15. 16:17 장쯔를 지나 시가체로 향하는 버스에서 

 



라싸를 떠난다


이 길을 다시 돌아올 기약도 없이


비오는 캄바라 고개를 올라


마법처럼 하늘이 열리고 암드록쵸가 발아래 들어오니


M7 Leica Summicron ASPH 35mm 1:2 Kodak Ektar100 암줘윰쵸(4,488m)


내 걷는 이 길이 어딘지 몰라


X-Pro1 Voigtlander Ultra wide Helliar 12mm Velvia100+++


벗에게 묻는다


저 아래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참이 있소


자욱한 안개 넘어


오래된 미래가 있소


돌아오는 공허 그러나 이제 외롭지 않다


타르쵸 펄럭이고


꽃들 만발하니


M7 Leica Summicron ASPH 35mm 1:2 Kodak Ektar100


X-Pro1 Voigtlander Ultra wide Helliar 12mm Velvia100+++


이 물줄기를 따라 오르면


구름 넘어 거인이 고개를 들고


그 위용을 드러내며


우리를 잡아 먹을 기세로


공경을 강요해


내 보잘 것 없는 카르마여


M7 Leica Summicron ASPH 35mm 1:2 Kodak Ektar100


카롤라빙하(5,560m)


X-Pro1 Voigtlander Ultra wide Helliar 12mm Velvia100+++


놓아야지 다 할 수 없는 허공 속의 꿈


그 속에서 우린 너무나 외로워 - 김조한 선 중에서


인도 네팔로 넘어가는 여행자의 마지막 도시


과거 차마고도의 티베트 거점이자 교통의 중심였으나


지금은 시들어 가는 꽃과 같이 쇠락한 도시 장즈


수유차를 마시며 불경을 읊는 스님들과


법당만이 남아


윤회가 돌고돌아


다시 꽃피는 그날을 고대한다


M7 Leica Summicron ASPH 35mm 1:2 FUJIFILM Velvia100 백거사


여행의 종착지가 있겠느냐만


마지막 도시 시가체


히말라야 북록 해발 3,836m에 자리한 티벳 제2의 도시


판첸라마의 타쉬룬포사원이 있고


과거에서 현재를 걷고 있는 이들이 있네


어디를 향해 달려가니


곧은 기둥 하늘에 한마리의 새


서둘러 한걸음 저 설산 높기만 하거늘


녹아 흘러 내 곁으로 오기를 기다리면 되거늘


돌고도는 우리네 삶도


정해 놓은 추 그 가치를 평가 받을 필요가 있을까


따뜻한 미소와 짭조름한 수유차 한잔


자신만의 믿음


언제곤 나를 맞이하는 집과


가족



어둠을 헤치고 새로이 놓여진 이국에서 나는 다른 이국을 동경한다 - '12년 호도협 여행기에

그 동경의 꿈은 그리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현실로 찾아와 이처럼 라싸에서 성도행 비행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티베트. 가슴을 후비는 그 강렬한 단어. 이 곳에서 보낸 짧은 시간이 어떻게 가슴에 담겨 내 인생에 드러나게 될까. 필름을 인화하듯 당장 롤을 풀어 라이트 박스에 가져다 내려 놓는 것은 욕심이겠지.

내 삶은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려 해. 조금 더 마음의 공허를 줄이고 그 위에 사랑을 부어야 하겠지. 이 척박한 폐허에서 돋아나는 미소와 같이 풍요로운 마음을 갖고 다시 세상의 문 앞에 겸손히 발을 내디뎌 보자. 순수함이 모여 열정에 이르게 될 때까지. 그리고 그것이 나를 넘어 내가 닿았던 수많은 곳에서부터 바람을 타고 세상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내게 전해져 올 때까지.

술에 취해 비틀대며 돌아 오는 늦은 저녁,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미묘한 바람의 변화에 오늘, 바로 지금. 이 티벳의 공기를 기억해 내어 그토록 푸르러 보였던 하늘 아래로 언제곤 돌아 갈 수 있도록. 

 

'14.8.16. 15:57 라싸공항에서

 



추억을 가득 담아


라싸를 떠나


이제 성도로 향한다


라싸 하늘에 무지개와


설산을 뒤로하고


새로운 현실 나를 맞이할 곳으로


저 출구 이면엔 또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티벳이 무엇이 그리도 좋으냐고 묻는다면 그 성스러운 기운이 불러들이는 좋은 사람들이라고 오늘은 말하고 싶다. 각자의 허무를 안은 이들이 황량한 땅에 웃음을 심는다. 터전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마음의 풍요를 지닌 채.

길고 어두운 터널의 끝 자락 어머니의 음식 냄새가 퍼지는 우리 집이 있네. 그래. 너무도 찬란한 햇살에 난 아무 것도 볼 수 없었구나. 널 사랑해. 그 척박한 땅에 서서 내 눈이 다시 멀지 않도록 웃어 줘. 내 마음 뜨겁게 달구어 이 고원에 내어 놓을게. 설산이 녹아 흘러 거대한 대양으로 향하는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에 이렇게 내가 함께 있을게.


짙푸른 하늘엔 뭉게구름 두둥실. 산들바람엔 익숙한 향내가 담겨 있네. 

난 담벼락 그늘 아래 서서 오늘도 너를 기다리고 있어. 

네가 내 귀에 속삭이며 가르쳐 주었던 것과 같이

놓았던 인생 이렇게 다시 강하게 쥐며. 있잖아 널 사랑해.

 

'14.8.16. 01:46 여행의 마지막 새벽 성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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