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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2014

[티벳] Lhasa ('14.8.12.)




포탈라궁 - 포탈라 코라 - 포탈라 광장 - 야크호텔 - 바르코트 광장 - 죠캉사원 


 

Tibet. The roof of the world. It feels as though we have ascended a medieval stone fortress

towering above the center of Asia. This is the highest country on Earth. And most isolated.

There it is. Tibet. - 티벳에서의 7년 중에서

  

남자인 나 조차 반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브레드 피트가 영화 속에서 티벳으로 들어가며 읊조렸던 이 대사의 억양은 아직도 내 머리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창 밖이 풍요로워지고 기차는 조금씩 속력을 줄이며 도시를 향해 나아갔고 마침내 42시간 4천여 킬로미터의 여정을 끝내고 라싸 역에 도착했다. 서늘한 바람. 청명하단 단어로는 표현이 부족한 하늘. 엷어진 공기. 그리고 사람 키만한 곤봉을 들고 무표정히 줄지어 서있는 중국 공안들.

호텔로 가는 버스 창으로 압도적인 자태의 포탈라궁이 들어온다. 현실감은 이미 부족한 공기만큼이나 희박해 졌고 고소로 인한 두통이 머리를 짓누른다. 나는 왜 이 곳에 있는가. 머리 속에서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토록 고대했던 대업이건만 그저 정신이 몽롱하기만 하다.

 


라싸의 아침이 시작되면

 

장엄한 포탈라궁 주의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어떤 이들은 포탈라궁을 한 바퀴 도는 코라의 행렬에 속하고


어떤 이들은 포탈라궁 계단을 따라 올라


보시를 하고


승려를 만나 문안을 나누고


저 아래


그림같이 이어지는 포탈라 코라의 장관을 바라본다


어두컴컴한 포탈라의 미로 같은 길을 오르면


M7 Leica Summicron ASPH 35mm 1:2 FUJIFILM Velvia100


하늘이 내려다 보이는 윤회 앞에 모두들 잠시 쉬게 하고


작은 짐승 하나


커다란 법당 하나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이 성스러운 도시를 채우고 있다


M7 Leica Summicron ASPH 35mm 1:2 FUJIFILM Velvia100


정치를 관장했다던 백궁을 내려오는 길은


바로 서민들의 코라를 만나게 된다


시계방향을 거스르지 않고


꽃 한송이


작은 화분 한 점


이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바램이


꼭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포탈라 광장으로 나와


스투파 로터리 넘어


궁을 조망할 수 있는 망루에 오른다


M7 Leica Summicron ASPH 35mm 1:2 FUJIFILM Velvia100


하늘은 붓으로 칠한 듯 푸르고


호수에 비친 포탈라궁은


수탈의 역사를 다 용서한 듯 고고히 평안하기만 하다


 

 

슬픔. 포탈라궁이건, 죠캉사원이건, 어느 곳을 가던 전체를 아우르는 감정은 그것이다. 그 어떠한 사원과도 견줄 수 없는 규모와 문화 수준이 집결된 그 곳에서 나는 계속 눈물을 참고 있다. 지독한 향내를 핑계로 도망치듯 흘려 버릴 수 도 있었거늘, 나는 그것을 눌러 참고 두 손을 모아 익숙하지 않은 자세로 고개를 숙이며 내가 아닌 타인의 복을 기원했다. 무엇 그리도 억눌려 있었을까. 그 곳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나 더럽게만 느껴졌다.

초등학교 2학년 쯤 이였던 것 같다. 장난으로 친구가 가져온 만원이란 돈을 몰래 숨겼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그 돈의 크기는 굉장한 것 이였으니 돈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친구는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 결국 선생님이 사실을 알게 되고 돈의 행방을 찾았으나 그것은 내 기억과 함께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무엇에 홀렸는지 나는 장난으로 숨긴 사실을 까맣게 잊었고 자수를 종용하던 선생님의 검사에 의해 돈은 바로 나의 가방에서 나오게 되었다. 망각이 착오를 만들었고 지독하게도 어린 나는 나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삶의 무게를 핑계로 기억에서 망각의 영역으로 넘겨 버린 많은 것들이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공허의 자리에 덕지덕지 들러 붙은 가식의 모양은 벌거벗은 것 보다 더욱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고 나는 너절한 인간이 되었다. 분명 벌을 받을 것이다. 삼십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참을 따르지 못하고 이렇게 주변만 살피고 있으니. 

 

'14.8.12. 23:00 포탈라궁과 죠캉사원을 다녀온 저녁 야크호텔에서



숙소로 묵고 있는 야크 호텔 옥상에 올라


살피지 못한 주변을 둘러 본다


M7 Leica Elmarit-M 135mm 1:2.8 Kodak Ektar100


시대를 깨닫고 도시를 관통하듯


평화의 바람이 불어와


집집마다 걸어 둔 룽다와 타르쵸가 나부꼈으면


오늘은 죠캉사원 내부를 둘러 보는 날


다시 바르코트 광장을 찾아 본다


어제도 그랬고


수 년전 아니 수 백년 전에도 그랬겠지만


죠캉사원의 불심에 이끌려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Velvia100+++


모두가 몸을 낮추고


생 자체를 이리로 가져왔다


부처님


제 염원을 들어 주세요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바라는 나이다


우리 가족 우리 동포 우리 나라


그 구원 믿고 또 믿나이다


정오가 지나 고원의 햇살이 황금사원 아래로 내리쬐고


여기저기서 찾은 인파가 몰려 온다


X-Pro1 Voigtlander Ultra wide Helliar 12mm Velvia100+++


악의 기운을 누르고 있는 죠캉사원


이 화려한 건축물 아래


승려들이 깃들여 살아가고


바르코트 광장에서


포탈라궁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를


제아무리 붉은 깃발 세차게 휘날려도


우리 어머니가 걸어 온 인생


머리를 조아려 내 다음 생까지 이어 나간다


초원에 버려진 백골이 재화가 되고


이국의 놀이가 도처에 펼쳐지지만


변하지 않는 미소


변하지 않는 방식


우리는 세계의 지붕에 살고 있는 노마드의 자손


우리의 방식으로 달려 나간다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떠오른다 할지라도



.M7 Leica Summicron ASPH 35mm 1:2 FUJIFILM Velvia100/Kodak Ektar100

.M7 Leica Elmarit-M 135mm 1:2.8 Kodak Ektar100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Provia/Velvia100+++

.X-Pro1 Voigtlander Ultra wide Helliar 12mm Provia/Velvia100+++

.SIGMA DP1s 16.6mm 1:4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