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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우표를 모으는 취미처럼
한열 한열이 반듯한 파일에
여행의 기억을 채워나간다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돌아와 잊혀질 즈음 다시 붙들어
시간과 공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을 더듬으며
글을 적어 나간다
여행에 앞서 딱히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아보고 떠나는 편이아니라
나는 글을 정리하며 내가 걸었던 곳의 배경을 뒤늦게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속에 의도치 않게(아마도 게으름) 시간의 공백이 들어가고
기억의 미화 작용으로
조금 더 농익은 매력으로 여행을 기억하게 된다
문득 썸네일만 뿌려지는 블로그의 메인화면을 바라보고 있자니
예쁘고 화려하게 정리된 선택된 나의 기억
후회 없을 만큼 많은 곳을 걸었다
어디서부터 내 몸에 전염된 취향일지는 모르겠으나
근 십 년 넘게를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곳
쉽게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거친 땅덩이를 위주로 걸었네
아시아의 변경국에서 태어난 내가
큰 세상을 품고자
기개를 다지며 후미진 세상에 한 시절을 쏟아 부었네
지금 글을 올리고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
분명 우리와 다르고
이국이 분명하지만
시간을 더해 기억이 농익기 전
어쩌면 이정도의 낯설음으론
그간 내가 걸었던 거친 세상과는
너무 동떨어져
한켠에 나란히 꺼내놓기가 망설여 졌을지도 모른다
기억을 서열과 하는 것을 보면
좀더 성장해야 하나 보다
하지만 시간을 통해 알게 되었네
나는 늘 혼자 걸었기에
컨트라스트를 억지로 틀어놓은 듯한 짙은 선
지독한 낯설음이 필요 했었나보다
내 안의 사랑이 메마른 곳에서
Ricoh GR3 kiyomizudera, Kyoto
Ricoh GR3 kiyomizudera, Kyoto
Ricoh GR3 kiyomizudera, Kyoto
Ricoh GR3 kiyomizudera, Kyoto
Galaxy S22Ultra kiyomizudera, Kyoto
Ricoh GR3 kiyomizudera, Kyoto
한칸한칸씩 기억이 밀려 나간다
가을의 끝자락에 걸려 있던 교토
어릴적 즐겨보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배경이었던
일본의 옛 수도
이렇게 직접 와보게 되네
이제 나는 혼자 걷지 않네
인파들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잊은듯 멀뚱히 서있지 않고
꽃으로 둘러친 정원
등에 불을 올리고
상대와 함께해
따뜻한 차한잔
입가에 담긴 미소
밤이 깊어간다
Ricoh GR3 마츠바라 거리, Kyoto
Ricoh GR3 마츠바라 거리, Kyoto
Ricoh GR3 마츠바라 거리, Kyoto
Galaxy S22Ultra 마츠바라 거리, Kyoto
Galaxy S22Ultra 마츠바라 거리, Kyoto
작년말의 기억을 붙들어 정리하고 있지만
이미 시간은 또 반년 넘게 흘러
타지에서 굳어진 습관은
이제 내 몸에서 많이 빠져나가 버렸네
지독했던 역마살
이제는 종점을 향하는 것일까
함께 오르고 함께 내려야지
낯선길
가을의 끝자락 고요한 밤에
모두가 함께 걷고 있네
짧았던 교토의 하루가 마무리된다
다시 날이 밝고
화려하게 치장된 열차에 올라
차창으로 밀려가는 풍경을 바라본다
이렇게 돌아왔네 집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