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휴게소 - 동창교 탐방지원센터 - 자광사 - 송계삼거리 - 신륵사삼거리 - 영봉 - 마애봉 - 덕주사
일상에 우리는 너무 많이 지쳐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들머리에 앉아 밤이 늦도록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였다
새소리에 눈을 뜨고 텐트를 걷고 나와 커피물을 끓인다
적막에 잠긴 주변을 휘 둘러 보곤
짐을 챙겨 오늘의 발걸음을 시작한다
소박한 사찰을 지나
물안개속을 뚫고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나아간다
돌보지 않는 인생은 수더분 하지만
오늘은 단단히 마음을 동여 매고
목표를 향해 걸어간다
저 틈새로 보이는 그 곳까지
뒤돌아 보는 삶은
조금씩 풍미를 갖추어 가지만
늘 현실은 쉽지가 않다
그 구분은 채 한시간 남짓이지만
지금을 기억에 담아 과거로 흘려 보내는 과정은 언제나 어렵기만 하다
또 다른 정상을 위하여 찾는 정상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유희로 채울 수 있는 생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도
힘을 내고 이를 물고 악을 써야
거대한 세상의 작은 티끌로 내 몫을 다할 수 있을까
저 아래 저 손톱 보다 작은 한 점
한 철 날개질의 잠자리와 같이
정상에서 물안개 오르기를 기다리며 허기를 채우고
다시 한참을 내려와 올랐던 영봉을 바라본다
계절은 한여름으로 치닫고
습한 대기 속 월악의 봉우리들은 한치의 굽힘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저 멀리에는 충주호가 펼쳐지고
눈 앞의 이름 모를 야생화와
백두대간의 험준한 바위
만이 땀의 대가로 나를 위로한다
내 앞 눈에 들어오는 산맥은 아마 문경의 조령과 주흘 일 것이다
덕주사 마애불사에 겸손히 합장을 하고
스쳐지나며 늘 바래왔으나 쉽사리 기회를 얻지 못했던 월악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절터에 피어난 해바라기는 해맑은 얼굴로
한 가운데를 뜨겁게 관통하고 있어요 라고 내게 말해 주는 듯 하다
문경 휴게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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