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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Tour

Local Tour - 금오산 ('13.02.15. - 02.16.)




금오지 - 금오산 야영장 - 금오산 제1경 - 금오산성 - 금오산 야영장


일렁이는 물결에 부유하는 낙엽과도 같았지
수면으로 올라왔다는 안도에 마냥 하늘만 쳐다 보았어
얼마가 지났을까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물과 피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기증이 밀려왔고
머뭇거리며 반복했던 포기와 만족 
그 지긋한 뫼비우스의 띠 위에 초라하게 서있는 자신이
청명한 하늘에 투영되어 질끈 감은 두 눈위로 새겨졌어


자신을 달래며 깨어나길 거부 했지만
본능적으로 극도의 공포가 후각으로 전해 졌어 
하늘에는 구름이 유려히 흘러가고
나는 허리를 굽혀 두손으로 무릎을 잡은채
가쁜 숨을 가라앉히고 있네



모두들 크기를 알 수 없는 어두운 방에



깊은 공허를 지니고 살아 간다



사람들은 무엇인가 조작에 집중하고



걸음의 속도를 올려 땀을 내거나



때론 행운에 몸을 던져 보기도 하고



기억 속 잠들어 있는 즐거움을 찾아 현실을 떠난다



화려한 조명은 어쩌면 삶의 고단한 부분을 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담배 한 개피가 주는 행복에 감사하면 되거늘



오늘 사람들이 즐거움을 찾아 모인다



고기를 굽고



시원해진 막걸리 한잔 들이켜기 위해



산 아래 할로겐 가로등 아래



모두 동그랗게 모여 앉아



삶이란 단어가 거창하게 느껴지는 삶을 논한다



준비해 온 음식이 하나씩 내어지고



밤이 깊어 갈수록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앞서 동날까 두려운지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누구랄것 없이 부산히 먹거리를 만들어 낸다



이야기와 웃음



그것만한 것이 있을까



숯에 붙은 불꽃 보다도 미약했던 우리네 하루



어울려 웃고



모두를 비껴 장난치며



겹겹이 쌓인 근심을 날린다



비록 하룻밤이지만 그 안의 밤은 길고



기억은 짙다



도시의 화려함은 때때로 눈을 멀게 한다



한 치 떨어져서 찬찬히 바라보면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것들과



얻기 위해 갈구했던 것들



흐르는 강 아주 작은 지구의 한 조각 내가 아니건만



무엇이 그리도 우리를 탐욕스레 만었을까



부처의 방은 좁기만 하다



새로운 햇살이 산언저리에 드리우자



길을 돌려 산을 내려간다



분명 다시 찾을 이정표를 뒤로 하고



뜨거운 국물로 한기를 녹인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지친 내게 바라 볼 수 있는 희망을 주었고



비경으로 나를 품으며



한번도 거부하지 않고 나를 허락한



부모와도 같은 산을



이렇게 떠난다



야영지로 돌아와 짐을 꾸리고



주차장 구석에서 커피 한잔과의 해후



안녕 다시 돌아올 그날까지



기대가 한껏 고취되어
시간이 멎은 도시에 들어왔다
도시는 높은 굴뚝 그림자로 방을 나누어
사람을 가두고
지독한 냄새로 모두의 쳇바퀴를 돌린다


보다 더 자신이 부각되고 싶은 마음에
흉물스럽게 건물에 붙은 네온사인
그 아래 청춘
따뜻한 온정 심심한 위로
술 한잔의 황홀경에 하루가 넘어간다


많은 곳에 기억이 뭍어있다
지독한 역마살
정처없이 떠돌았지만
어찌보면 난 늘 그 자리에 있었고
아팠고 고독했다


서른의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
히키코모리의 단단한 집과도 같던
내 낡은 범주를 넘어 다시 걸어 나가려 한다
진한 가치를 위하여


십수년 세월의 시간이 지나고
동이 트는 경부고속도를 달리다
문득
저 아래 수출탑 넘어
공장 굴뚝의 연기를 차창에서 만나게 되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무엇을 머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