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길깃 공항의 기억은 거의 피난 행렬속 아수라장이였는데 겨울이 찾아온 길깃은 평화롭기만 하다
적당한 온도로 난방된 숙소에 짐을 풀고 발걸음을 옮겨 테라스로 나서니
라호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쾌적한 바깥 공기와 함께 거대한 설산 아래 도시가 내려다 보인다
SIGMA DP1Merrill 19mm 1:2.8 Gilgit
계절이 공존하는 숙소
모처럼 여유있게
쫓기는 불안감 없이
Note10 Plus Gilgit Serena
Note10 Plus Gilgit Serena
SIGMA DP1Merrill 19mm 1:2.8 Gilgit Serena
Note10 Plus Gilgit Serena
SIGMA DP1Merrill 19mm 1:2.8 Gilgit Serena
산 아래서 맞이하는 고요한 아침이 얼마만인가
오늘은 당일로 소스트까지 다녀와야 하기에 아침부터 부산히 발걸음을 서둘른다
처음 경험에 보는 굴밋 터널, 역시나 길닦기 일인자인 중궈들의 힘이란
주변을 휘감는 설산이 내가 진정 카라코람으로 들어온 것을 느끼게 해준다
수천년 혹은 수억년의 세월이 흘러
지층이 뒤틀리고 빙하가 만들어 놓은 적막한 세상
그곳에 내가 잠시 더불어 지나 나간다
파키스탄 최북단 마을인 소스트
중국 국경 남쪽의 을씨년스러운 작은 도시일 뿐이지만 이곳에도 추억이 서려있네
SIGMA DP1Merrill 19mm 1:2.8 Passu
SIGMA DP1Merrill 19mm 1:2.8 Passu
SIGMA DP1Merrill 19mm 1:2.8 Passu Glacier
SIGMA DP1Merrill 19mm 1:2.8 Passu Peak
겨울이 찾아와 모두가 떠나버린 보리스 레이크에서
시간의 변화를 짚어본다
Note10 Plus Borith Lake
추위에 모두가 떠나고 남겨진 이없는 텅빈 마을을 스쳐지나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Note10 Plus Attabad Lake
Note10 Plus Attabad Lake
SIGMA DP1Merrill 19mm 1:2.8 Attabad Lake
SIGMA DP1Merrill 19mm 1:2.8 Attabad Lake
하늘 바로 아래까지 치솟아 있는 울타르를 따라 훈자로 향한다
Note10 Plus Ultar Peak & Lady Finger
훈자에 돌아왔네
간직했던 기억 그대로의
그 풍광 아래
삶이 이어져간다
Note10 Plus Baltit Fort
SIGMA DP1Merrill 19mm 1:2.8 Karimabad
뒤바뀌는건
소소한
우리의 삶 뿐
발버둥 쳐봐야 얼마나 대단하기에
자연이 그려 놓은
저 그림에 절반이라도 따라 갈까
욕심은 편협한 운신의 폭에서 기인되는것
보폭을 넓혀 세상은 저토록 넓고 아름다운데
무엇에 그리도 아옹다옹 했을까
깊은 산간의 마을에 낮은 짧기만 하다
서두를 것 없어
긴 인생의 한부분
빙하가 녹아 거대한 인더스 강을 따라 내륙을 관통하여 아라비아해에 닿을때 쯤엔
나는 좀 더 나아져 있겠지
다시 저 설산을 찾을 때엔
좀 더 깊은 삶의 경험을 담고
조금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 있겠지
하염없이 쌓이고 밀려 내려간다
모든게 뒤덮혀 바로 꺼내어 볼 수 없을지라도
깎고 다듬고 삶을 관통하여 마침내 바다 앞에 서겠지
어찌보면 길지 않은 3년이란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잡을 수 없었던, 그래서 다시 좇을 수 밖에 없는 그 시간을 절대적 불변과도 같은 거대한 벽 앞에서 이렇게 돌이켜 본다. 아주 잠시였지만 뜻하지 않게 많이도 늙어 버렸다. 어느 노파가 모든 이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공주를 음해하기 위해 하루하루 저주로 응축한 추(醜)로 향하는 약물을 마신 이처럼, 머리카락은 곳곳이 허옇게 세어버렸고, 나의 내면은 추잡으로 가득차 버렸다. 이것이 다는 아니겠지, 뜨거웠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겠지. 믿음과 위안과 방황 속에서 나는 지리하게 생을 이어나갔고 순간순간 찌질했으며 홀로 집안에서 큰 소리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꾸미기 전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거대한 자연 앞에서 나는 발가 벗겨져버렸네. 카라코람, 훈자 그리고 파키스탄. 내겐 주술적인 그 단어. 언젠가 다시 오래된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녘 판다르를 모두가 웃으며 걸으면 좋겠네. 오늘을 추억하며. 나는 지금도 걸어가고 아직은 한참 힘을 내어야 할 때. 중간에 주저앉거나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가야지. 서두를 것도 누구와 비교할 것도 필요없어. 그것이 나의 방식. 발목을 조여오는 묵직한 등산화를 신고 먼지가 풀풀 올라오는 비포장 도로를 밟아 풍경을 밀어내어 나가네. 그것이 나의 방식. 무엇이 더필요할까. 모든 것은 이리도 충만한데. '19.12.02. 12:25pm 이슬라마바드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