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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 East/2019

[파키스탄,UAE,태국,터키] Dubai - Bangkok - Karachi - Istanbul

침실에서 잠드는 날이 며칠이나 될까

 

또다시 모래폭풍 밀어닥친 두바이로 넘어와

 

터프한 보고 그리고 혼자만의 위로

 

아 사랑 여긴 어딘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닌건 분명하네

 

이곳은 방콕의 어느 호텔, 잠시 쉬러 왔건만 방콕에서 방콕한채 업무만 계속

 

자정이 가까워서야 허기를 달래려 거리로 나선다

 

내가 사는 곳은 한식을 구할 수 없기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홀로 폭풍 흡입을 시작한다. 처음처럼이 왠말이더냐

 

남들의 이목을 받는건 딱 질색인데

 

오늘도 무대의 한켠에 뻘쭘히 서서 쉼없이 셔터를 누르는 신원이 의심되는 이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리얼 카라치는 이런것이지

 

다시 집으로 돌아가

 

눈을 비비고 창밖을 내다 보니

 

나는 보스포러스 해협에 서있고

 

풍미좋은 와인에 잔뜩 흥이 올라 유럽에서 아시아로 건너오고 있네

 

완벽한 날씨의 이스탄불  

 

이곳엔 삶이 있네

 

깔끔한 레스토랑

 

어디에서나 사람들에게선 여유가 넘치고

 

나는 그간 부족했던 와인을 다 채워 넣곤

 

가을이 찾아온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밤으로 더욱 깊숙히 들어선다

 

오랜만에 서로 어울려 시가를 피우고 싱글몰트로 고단했던 그간의 짐을 잠시나마 내려 놓는다

 

아무것도 아닌것에 행복했던 밤을 지나

 

공항으로 떠나기 전

 

언덕을 한참 걸어 내려 거리로 나왔다

 

나에게 주어진 여유는 커피 한잔 뿐이였지만 조금이라도 더

 

물욕을 철저하게 잃은 나는

 

오늘도 공항 한켠에 자리를 잡고

 

언제 다시 누릴지 모르는 이 여유의 끝자락을 끄집어 적어내려간다

 

다시 치즈케익에 아메리카노 홀로 남겨진 사무실

 

오늘밤 유난히 그립네 예전의 우리

 

 

터키 공항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어. 8년만의 이스탄불, 완벽한 날씨와 음식. 정말로 오랜만에 내가 그래도 살아있다는 걸 느끼네. 바에 앉아 넬 음악을 들으며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네. 참 우스운게 이곳이건 그곳에서건 난 늘 혼자였는데 왜 이렇게 홀가분하게 혼자의 시간을 즐기지 못했을까. 지난번의 공항 맥주와는 맛이 조금 다르네. 이번엔 마냥 슬프지 않아. 좋아. 잘 살고 있는거야. 참 화려하지 쫓지 않는데도. 지금은 그냥 즐겨, 경험치를 늘리는 정도의 의미로. 시간은 지나가고 나는 아직도 걸어나가고 있고, 최고는 아닐지라도 견디고 있으니. 원하는 것을 잃지말자. 훗날 겸손하게 돌아가야 하니.  '19.9.17. 19:58 이스탄불 공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