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이마트 - 칠갑 광장 휴게소 - 칠갑산 천문대 - 자비정 - 정상 - 칠갑 광장 - 천장호출렁다리
모처럼 녀석들이 모여
느즈막하게 길을 나선다
천문대를 찾은 몇몇 가족 일행 뿐 산객은 보이지 않고
어둠이 찾아 온 칠갑산으로 발길을 내민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위로 밤하늘에 별이 총총
스산한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는 가스 렌턴 하나
배낭에 챙겨 온 먹거리를 여기저기 풀어 놓고
이것도 뜯고
저것도 끓이고
허기야 물럿거라
우리들만의 심야 만찬이 시작된다
코 끝으로 부터 진하게 전해 오는 뜨거운 정종의 향취
소소한 이야기에 밤 그리고 고단이 타들어 간다
새벽이 깊어 가며 하늘의 달마저 저물고
밤하늘의 별은 빛을 더한다
북두칠성 천장과 함께
길었던 밤 짧은 수면
하루를 빌려 보낸 칠갑산의 정상에도
여명이 붉게 물들며 동이 터오른다
아주 잠시나마 하늘을 적시고
일렁이며 만물을 깨운다
짙은 어둠이 가시고 이정표가 눈에 들어오니
이제 이 곳은 사람을 기다리는 곳
꽃망울도 고개를 치켜 들고
하늘의 여명은
찰나의 정상에서 사라져 간다
주섬주섬 내려갈 차비를 마치고
오르던 길을 다시 밟는다
어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잘 닦여진 곧은 길
이 호젓한 길을
도란도란 이야기 꽃으로 채우며
친구와 나란히 걷는다
솔바람이 불어오듯이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길을
한밤의 축제가 끝나고 난 뒤 굳게 닫친 천문대에 들려
잠시나마 무거운 짐을 내려 놓고
저 멀리 지나가버린 흥을 느껴본다
들머리까지 걸어 나오면
콩밭 매는 아낙네가 산과 이별의 선을 긋는다
천장호에 비친 출렁다리는
비록 갈수로 물이 조금 줄어 들었을지라도
세계에서 가장 큰 늠름한 녀석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친구는 잉태바위 안내문을 지긋이 읽어 내려가더니
곧장 그 곳으로 달려간다
나는 다리를 보며
그 완벽한 균형감에 취해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어 가며 동경의 눈으로 바라본다
비록 숨겨지고 흔들릴 지언정 어디든 길은 있으니
마음이 가는 곳이 네 길이다 라고
누군가로 부터 위안을 얻고 싶은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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