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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2012

[중국] Tiger leaping gorge ('12.7.28. - 7.30.)


[Inchen - Cheng du - Li jiang - Tiger leaping gorge Trecking(나시 객잔 - 차마객잔 - 중도객잔 - 상호도협)]


너무 많다

방바닥에 널려 놓은 많은 것들

태생의 기능을 간직하였으나

켜켜이 쌓인 깊은 먼지 속에서

의미를 잃어가는

한때 그러했던 나와도 같이



득하기 위해 했던 여러 고민들

충혈된 눈을 비벼가며 모니터를 바라 보았지

물질만능에 미쳐

더 나아지길 막연히 기대하며



도시를 벗어나 도시 삶의 영속을 이어가는 그것들은

그곳에 기대는 기대와 욕심이 커질수록

가치의 빛을 잃고 퇴색되어

짐으로서 내 어깨를 누른다



무엇이 그리도 필요한가

또다시 짊어져야만 하는 것일까

인생의 무게는 이미도 무겁다



출국에 앞서 다시 찾아 온 그녀의 음악을 무한 재생하며 감성을 충만히 충전한다


땅거미와 함께 해는 저물고


어둠을 헤치고 새로이 놓여진 이국에서 나는 다른 이국을 동경한다 




외부의 소리를 완벽히 차단하는 이어폰을 끼고

파티션 넘어로 바라보는 사무실

엷다 모든 것이

무엇인가 결여되어 버린듯이

채도가 빠져버린 오래된 사진

색온도는 낮기만 하다



이런 것들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

필수불가결한 의지

나를 채우는 채웠던 많은 것들

걸어가는 동안의 얼굴 표정까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이리도 빠르게



별다른 고민 없이 일의 당위를 깨달았을 것만 같은 운전기사의 미니 버스를 타고 호도협으로 향한다


좁은 길 차들이 뒤엉켜 오고가지도 못하고 아예 시동을 꺼버린 채 기다리길 여러차례


예상시간 보다 한참을 늦게 출발지에 도착하여 떠날 채비를 마친다


뜨거운 햇살아래 챠우토우에서 호도협으로 접어든다


거리도 시간도 적혀있지 않은 시간을 잃은 길


때로는 낙서와도 같이 가볍게 사람들을 이끈다


굽이져 흐르는 강을 따라 이어진 굽이진 길


윈난으로 흐르는 강은 이미 황토빛을 띄웠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무더운 날씨와 고산에 이미 녹초가 되어버린 몸을


처마의 그늘에 기대어 한숨 쉬어간다


그리곤 다시 길을 걷는다


저만치 아래로 내려온 강을 되돌아 보며


묵묵히 욕심을 버린채


저 넘어로 보이는 옥룡설산을 향해 산으로 산으로 들어간다


길게만 느껴진 길을 걸어 나시객잔에 들어서서


박하잎이 들어 있은 뜨거운 차를 후후 불어 마시며 병풍처럼 객잔을 휘감은 옥룡설산을 멍하니 바라본다


현실감 없는 풍경 하지만 분명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나간다


As you know I do want it


더욱 깊이 들어간다


발이 아닌 말로


그리고 다시 발로


혼자가 아닌 둘이서


시간이 흐르자 하늘이 옥룡설산을 삼키고


힘들다는 스물 여덟 굽이의 28-Band를 지나 조금의 여유를 찾을 즈음


깊은 협곡 위로 또다시 현실감이 결여된 세상이 펼쳐진다


차마객잔에 도착하여 그간 고생의 모든 것을 보상해 줄 법한 차가운 맥주를 한 모금 적시려 고개를 드니 하늘은 붉게 물들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 찾은 중도객잔은 이미 칠흑같은 어둠에 싸여있다


때늦은 저녁으로 허기를 채우고 이렇게 고된 하루를 마감한다




피아노와 기타 소리가 어울려 시작되고

살짝 찢어지는 듯한 킥이 주기를 가지며 비트를 만든다

소리를 낸다

시선을 지긋이 내려 불어오는 바람에 상처를 날리듯 



내 기억에도 잔잔한 바람이 인다

목소리에 공명하듯 반응하는 기억

강한 이미지 어쩌면 사랑



철저하게 고독한 그녀가 혼자서 추는 춤과

짙은 담배연기가 내 안에서 뒤엉켜

터져버릴 것만 같다



훌쩍 커버렸다

나 보다 더욱 깊고도 처절한

슬픔을 가슴에 숨긴채



중도객잔에 아침이 찾아온다


눈 앞을 가리던 어둠이 걷히고


거대한 산아래 놓여진 자신이 보인다


수 억년 메가톤급 토르 따위의 우리네 삶의 수치 단어가 부끄러운


단지 그곳에 잠시나마 기대어 살뿐


터전을 닦고


한사람 한사람 곁들여


소소한 일상으로


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말이다


윈난에서 쓰촨으로 그리고 티벳으로


오래 전 유전자 깊은 곳에서 부터 이어져 있는 것이다


꿈꾸는 삶의 길은 빛나리


다시 하루의 출발에 앞서 찬찬히 객잔 마당을 둘러본다


히말라야에서 봤던 그것과 닮은 꽃도 있고


생이 가득찬 싱그러운 포도나무도 보인다


어제는 6시간을 걸어 이곳까지 왔구나


중도객잔을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깊은 협곡 가장자리로 사람들은 밭을 일구고


길을 닦아 생을 꾸려간다


거대한 산에 칼집을 내어 놓은 듯한 길은 이어지고


걸어온 길 또한 아득하기만 하다


때로는 길 한가운데로 흐르는 폭포를 만나


좋던 싫던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기도 한다


어느덧 길은 티나객잔을 지나 중호도협에 닿아


바위를 깎는 거센 물살의 소리로 귀를 울린다


하지만 도처에 나를 부르는 또다른 소리가 들린다


이 길을 따라가면 그 곳으로 이어 나갈까


상상은 오래 가지 못한채 현실과 만나 철저히 단절되지만


무너진 바위 뒤로도 작은 소로가 만들어진다


마오 당신 책임이야


상호도협의 물살은 언젠가 칼이 되어 다시 이 곳으로 돌아 올지도 모른다


그들의 거짓된 욕망의 대가로


고되게 지내는 사람들을 잊은채



내일이면 다시 내 삶을 어깨에 짊어지게 된다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인지 시험하듯

덮수룩하게 자란 수염과

다 젖어버린 배낭을 등에 이고

폭우가 내리는 레이크 사이드를 홀로 걸었던

그날 이후 다시



잃었던 나를 찾고

지금의 나를 깨달기 위해

조금 더 내려 놓자

오늘

눈 앞에 짐이 무겁다


'12.07.27. am 1025 떠나기 하루 전 only one 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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