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구룡 야영장(카라반3) - 치악산 구룡사
계절은 어느덧 벚꽃 잎을 떨구고
그 자리에 연초록의 새순을 틔워내고 있건만
나의 기억은 어찌 된 일인지 여전히 깊은 눈 속에 갇혀 있는 듯하다
게으름으로 수북이 쌓인 지난 시간들을 이제야 뒤늦게 꺼내어
흐릿해진 정신을 다잡으며 하나씩 기록해 본다
캠프에서 갓 돌아온 아이에게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마치 그동안의 허기를 채우려는 듯 서둘러 짐을 챙겨 치악산 카라반으로 아이를 이끌었다
오랜만에 형을 만난 동생은 신이 났고
해는 이미 산 너머로 자취를 감춘 시간
투덜거리는 아이들을 달래며 야영장을 나선다
어스름이 내려앉은 어둑한 산길을 따라
우리들만의 고요한 밤 산책이 시작된다
사람의 자취가 사라진 길
미끌거리는 눈길을 조심 조심 걷다보니
눈앞에 치악산 구룡사가 나타났다
'26.01. Galaxy S25Ultra 치악산 구룡사, 강원도 원주시
'26.01. Galaxy S25Ultra 치악산 구룡사, 강원도 원주시
'26.01. Galaxy S25Ultra 치악산 구룡사, 강원도 원주시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고요한 사찰
일렁이는 등불 너머로 자비로운 부처님의 미소가 어렴풋이 보인다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불빛들이 밤의 대기 속에서 가만히 일렁이고
차가운 겨울밤의 정취는 도처를 무겁고도 차분하게 덮고 있다
가늠하기 힘든 어둠 속에서 주변의 희미한 윤곽을 이정표 삼아
숲길을 지나 고요를 헤치고 숙소로 돌아온다
시린 추위 속을 한참 걸었으니
이제는 따뜻한 만찬으로 몸과 마음을 달래줄 차례
웃음과 풍성한 식사로 하루를 깔끔하게 매듭지어 본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적막한 야영장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매서운 겨울의 끝자락이지만
더없이 충만한 하루를 보내고 간다
어쩌면 이번 여행이 이 겨울의 마지막 캠핑이 될지도 모르는
차가웠지만 따스했던 겨울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