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hweap Overlook - Horseshoe Bend - Antelope Canyon - South Rim Trail - Route 66 Sign - The Cosmopolitan of Las Vegas - In-N-Out Burger - UCLA Meyer and Renee Luskin Conference Center - UCLA
차가워지는 겨울바람 사이로 난 거리에 서 있었네
크고 작은 길들이 만나는 곳, 나의 길도 있으리라 여겼지
생각에 잠겨 한참을 걸어가다 나의 눈에 비친 세상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었지
무엇을 해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알 수는 없었지만 그것이 나의 첫 깨어남이었지
난 후회하지 않아, 아쉬움은 남겠지만
아주 먼 훗날까지도 난 변하지 않아
나의 길을 가려 하던 처음 그 순간처럼
자랑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고 싶지 않은 나의 길
언제나 내 곁에 있는 그대여, 날 지켜봐 주오
끝없이 뻗은 길의 저편을 보면 나를 감싸는 두려움
혼자 걷기에는 너무나 멀어 언제나 누군가를 찾고 있지
세상의 모든 것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고
삶의 끝 순간까지 숨 가쁘게 사는 그런 삶은 싫어
신해철, '길 위에서' 중에서

























































이어폰을 끼우고 볼륨을 높였어. 눈앞에 보이는, 바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과 단절을 선언하듯.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삶에 외피가 닳아 감춰두었던 속살이 노출되어 버린 기분이 들었지. 늘 그렇듯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 스스로를 추스르고 싶었어.
폭풍우 치는 내 감정과 결을 맞춰준 건, 추억 깃든 오래된 노래 선율뿐이었지.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조차 못 하던 그때, 오래전 티켓 상자에 넣어 두었던 여행이 문득 눈앞에 놓여 있었네.
여행에서 돌아온 게 벌써 두 달이 지났다. 느리게 사진을 넘기고, 더디게 메모를 뒤적이면서 이제야 겨우 포스팅을 정리해본다. 지리하게 이어지던 무더위는 나의 게으름 속에 어느덧 선선한 바람에 자리를 내주었고,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멈춰 있던 'North America' 폴더가 하나씩 충만히 채워지고 있네.
'미국 서부 여행'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남들 다 가는 여느 포스팅과 다를 게 없는 사진과 장소들이지만, 이것들은 언젠가 한 번 내 두 눈으로 보고 싶었던 풍경들이다. 블로그의 다른 폴더에 모여 있는, 세상의 끝이 바로 이곳인가 착각이 들 만큼 황량하고 자극적인 곳들을 돌고 돌아온 나에게 미국 서부의 풍광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였기에 이 모든 것에 감사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장면 하나하나가 장차 아이들 앞에 놓여진 넓은 세상에서 당당히 걸어 나갈 수 있는 좋은 자양분이 되었으면 한다.
벌써 여러 새로운 여행의 기록이 휴대폰 속에서 그곳의 대표 기억으로 남기를 희망하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긴 연휴의 마지막 날. 내일이면 반복되던 그 쳇바퀴에 다시 올라 종종걸음을 이어가겠지만, 이제 나사를 조이고 잃었던 행동의 근력을 되찾아야지. 전환점이 존재했다는 기억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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