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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America/2025

[미국] Grand Canyon - Part2. (Horseshoe Bend - Antelope Canyon - South Rim Trail & UCLA)

Wahweap Overlook - Horseshoe Bend - Antelope Canyon - South Rim Trail - Route 66 Sign - The Cosmopolitan of Las Vegas - In-N-Out Burger - UCLA Meyer and Renee Luskin Conference Center - UCLA

 

 

 

차가워지는 겨울바람 사이로 난 거리에 서 있었네
크고 작은 길들이 만나는 곳, 나의 길도 있으리라 여겼지
생각에 잠겨 한참을 걸어가다 나의 눈에 비친 세상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었지
무엇을 해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알 수는 없었지만 그것이 나의 첫 깨어남이었지

난 후회하지 않아, 아쉬움은 남겠지만
아주 먼 훗날까지도 난 변하지 않아
나의 길을 가려 하던 처음 그 순간처럼
자랑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고 싶지 않은 나의 길
언제나 내 곁에 있는 그대여, 날 지켜봐 주오

끝없이 뻗은 길의 저편을 보면 나를 감싸는 두려움
혼자 걷기에는 너무나 멀어 언제나 누군가를 찾고 있지
세상의 모든 것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고
삶의 끝 순간까지 숨 가쁘게 사는 그런 삶은 싫어

신해철, '길 위에서' 중에서

 

 

 

 

날이 밝자 서둘러 길을 나섰다

 

 

 

 

몇 주째 계속된 산불로 어두운 얼굴로 일관하던 하늘은

 

 

 

 

다행히 홀스슈 밴드에 도착할 때쯤

 

 

 

 

파란 하늘에 자리를 내주며 오늘의 길을 열어 주었다

 

 

 

 

'25.08 Galaxy S25Ultra Horseshoe Bend, Page, AZ, US

 

 

 

 

'25.08 Galaxy S25Ultra Horseshoe Bend, Page, AZ, US

 

 

 

 

'25.08 Galaxy S25Ultra Horseshoe Bend, Page, AZ, US

 

 

 

 

'25.08 Galaxy S25Ultra Horseshoe Bend, Page, AZ, US

 

 

 

 

'25.08 Galaxy S25Ultra Horseshoe Bend, Page, AZ, US

 

 

 

 

그랜드 캐니언과 함께 미국 서부 여행을 대표하는 명소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암석과 콜로라도강이 만들어 내는 절경에

 

 

 

 

자신의 모습을 덧대 본다

 

 

 

 

협곡이 만들어진 유구한 시간 앞에서

 

 

 

 

찰나의 순간만큼 잠시지만

 

 

 

 

이번에는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

 

 

 

 

또 하나의 대표 장소인 앤털로프 캐니언으로

 

 

 

 

길을 이어간다

 

 

 

 

리들리 스콧의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신은 직선을 창조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듯이

 

 

 

 

이곳은 사람의 손길을 넘어

 

 

 

 

시간 혹은 그 이외의 것이 만들어 낸 자연의 걸작

 

 

 

 

'25.08 Galaxy S25Ultra Antelope Canyon, Page, AZ, US

 

 

 

 

'25.08 Galaxy S25Ultra Antelope Canyon, Page, AZ, US

 

 

 

 

'25.08 Galaxy S25Ultra Antelope Canyon, Page, AZ, US

 

 

 

 

'25.08 Galaxy S25Ultra Antelope Canyon, Page, AZ, US

 

 

 

 

아이들은 탐험하듯 협곡을 오르고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로움을 가슴에 담아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기를

 

 

 

 

거대한 자연 앞에 홀로 선다는 것

 

 

 

 

온전한 자신으로 맞선다는 것이

 

 

 

 

얼마나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쿵쾅거리는 가슴을 억눌러야 하는 일인지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큰 세상을 호령하겠다는 허풍 섞인 기개를 펼쳐 보다가도

 

 

 

 

이내 자신의 유한한 보잘것없음 앞에서

 

 

 

 

오늘의 고뇌가 부질없을지도 모른다고 깨닫게 된다

 

 

 

 

저 거대한 세상의 한점의 점조차 되지 못하지만

 

 

 

 

나의 우주로 세상을 먹어 삼킬 수 있을 만큼

 

 

 

 

넓은 세상을 돌며 건강하게 성장해 주기를 바란다

 

 

 

 

'25.08 Galaxy S25Ultra South Rim Trail, Grand Canyon Village, AZ, US

 

 

 

 

학창시절 세계여행을 꿈꾸며 동경했던 미횡단 Route66

 

 

 

 

그 시절의 설레임 이제 남아있지 않지만 이렇게 찾아보게 된다

 

 

 

 

베거스에서 하루를 더 보내고

 

 

 

 

이제 이 여행의 종착점

 

 

 

 

UCLA에 마지막 숙소를 잡았다

 

 

 

 

학창 시절부터 학생들이 빠져나간 교정을 걷는 것을 좋아했던 터라

 

 

 

 

느즈막히 이국의 학교를 둘러보며 옛 추억에 잠겨 본다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남들과는 부동한 지성인이여야 한다는

 

 

 

 

개똥철학에 흠뻑 빠져 있던 시절을 관통하여 이제는 이렇게

 

 

 

 

'25.08 Ricoh GR3 UCLA, Los Angeles, CA, US

 

 

 

 

'25.08 Ricoh GR3 UCLA, Los Angeles, CA, US

 

 

 

 

'25.08 Ricoh GR3 UCLA, Los Angeles, CA, US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오랜만에 먼 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은 아직 여름의 정중앙

 

 

 

 

길은 모든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이어폰을 끼우고 볼륨을 높였어. 눈앞에 보이는, 바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과 단절을 선언하듯.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삶에 외피가 닳아 감춰두었던 속살이 노출되어 버린 기분이 들었지. 늘 그렇듯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 스스로를 추스르고 싶었어.

폭풍우 치는 내 감정과 결을 맞춰준 건, 추억 깃든 오래된 노래 선율뿐이었지.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조차 못 하던 그때, 오래전 티켓 상자에 넣어 두었던 여행이 문득 눈앞에 놓여 있었네.

 

여행에서 돌아온 게 벌써 두 달이 지났다. 느리게 사진을 넘기고, 더디게 메모를 뒤적이면서 이제야 겨우 포스팅을 정리해본다. 지리하게 이어지던 무더위는 나의 게으름 속에 어느덧 선선한 바람에 자리를 내주었고,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멈춰 있던 'North America' 폴더가 하나씩 충만히 채워지고 있네.

'미국 서부 여행'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남들 다 가는 여느 포스팅과 다를 게 없는 사진과 장소들이지만, 이것들은 언젠가 한 번 내 두 눈으로 보고 싶었던 풍경들이다. 블로그의 다른 폴더에 모여 있는, 세상의 끝이 바로 이곳인가 착각이 들 만큼 황량하고 자극적인 곳들을 돌고 돌아온 나에게 미국 서부의 풍광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였기에 이 모든 것에 감사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장면 하나하나가 장차 아이들 앞에 놓여진 넓은 세상에서 당당히 걸어 나갈 수 있는 좋은 자양분이 되었으면 한다.

벌써 여러 새로운 여행의 기록이 휴대폰 속에서 그곳의 대표 기억으로 남기를 희망하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긴 연휴의 마지막 날. 내일이면 반복되던 그 쳇바퀴에 다시 올라 종종걸음을 이어가겠지만, 이제 나사를 조이고 잃었던 행동의 근력을 되찾아야지. 전환점이 존재했다는 기억을 돌아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