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iddle East/2017

[사우디,UAE] Jeddah - Abu Dhabi (17.7.12.-7.21.)



Jeddah - Red Sea - Emirates Palace - Sheikh Zayed Grand Mosque


제다공항 벤취에 멍하니 앉아 프로듀서101에 나왔던 `같은 곳에서`란 노래를 듣고 있다. 사실 난 이 프로그램을 보지 못해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던 노래 정도만 알고 있을 뿐, Girls on Top이란 이름의 팀이 누구고, 어떤 사연으로 포장되어 이 음원을 냈는지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소시의 `다시 만난 세계` 느낌이 진하게 풍기는 아이돌 스러운 노래이기에 예전 고독히 파키스탄에 머무를 당시 한번 들어보곤 이상하게 꼽혀 계속 반복해서 들었던 기억이 있을 뿐이다. Too much love will kill you 를 듣다 불현듯 플레이 리스트를 고쳐 이 노래를 듣는다. 이 곳은 사우디 아라비아. 


커다란 대합실. 눈앞에는 익숙한 모습들이 펼쳐 있다. 아바야를 입은 여인들도, 인스방파 외노자도, 그 속에 섞여 홀로 앉아 있는 나 역시도, 모든게 낯설지 않고 오래전 부터 그 위치에 놓여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기만 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개중 몇몇에게서 풍겨오는 암내 정도. 참지 못하고 자리를 옮긴다. 사우디 공항에서..


7년만에 다시 제다를 찾았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중동의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하여


카메라 둘러매고 붉게 물드는 홍해를 향해 무작정 걷다 경찰에도 붙들리고 했었건만 


이제는 더 이상 조금의 설레임 없이 사무실에 앉아 두꺼운 블라인드 뒤로 손을 밀어 넣어


시큰둥하게 폰카 몇 번 눌러보곤 끝이다


감흥 없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고급진 식사


일정이 거의 끝나갈 즈음에야 잠깐 짬을 내어 홍해를 찾았다


익숙한 풍경 후덥지근한 바다 바람


 이 곳은 변함이 없구나


훗날 곱씹어 회자 될 정도로 정말 역대급으로 일이 꼬였지만 어쨌건 일정을 끝내고 제다를 떠난다


제다는 아랍어로 할머니란 의미의 도시


언젠가 아랍반도에 탐욕스러운 이권 전쟁이 사라질 그 뒤를 기약해야지


좋은 항편을 마다하고 대기시간 긴 에티하드를 선택한 것은


아부다비를 한번 둘러보고 싶어서 였다


SIGMA DP1Merrill  19mm 1:2.8  Emirates Palace, Abu Dhabi, UAE


고향 말 할 줄 아는 신기한 동양인을 암리차르 출신 인도 기사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에미레이트궁으로 데려다 주었다


SIGMA DP1Merrill  19mm 1:2.8  Jumeirah At Etihad Towers, Abu Dhabi


SIGMA DP1Merrill  19mm 1:2.8  Jumeirah At Etihad Towers, Abu Dhabi


SIGMA DP1Merrill  19mm 1:2.8  Emirates Palace, Abu Dhabi


SIGMA DP1Merrill  19mm 1:2.8  Emirates Palace, Abu Dhabi


Galaxy S7  Emirates Palace, Abu Dhabi


정말 화려하다


두바이와는 다른 매력


무엇인가 과하지 않은 이곳만의 매력이 있다


SIGMA DP1Merrill  19mm 1:2.8  Jumeirah At Etihad Towers, Abu Dhabi


SIGMA DP1Merrill  19mm 1:2.8  Emirates Palace, Abu Dhabi


이번엔 페샤와르 친구가 Sahih hai를 연신 입에 올리며 날 그랜드 모스크로 안내해 주네


Galaxy S7  Sheikh Zayed Grand Mosque, Abu Dhabi


아부다비의 명물 그랜드 모스크


나름 동네에서 모스크 좀 돌아다녀 봤다 자부하지만


이렇게 깨끗하고 자동문에 에어컨까지 갖춘 쾌적한 사원은 처음이다


에어컨에 영혼이 팔리면 자칫 무슬림이 되고 싶은 그런 곳


SIGMA DP1Merrill  19mm 1:2.8  Sheikh Zayed Grand Mosque, Abu Dhabi


SIGMA DP1Merrill  19mm 1:2.8  Sheikh Zayed Grand Mosque, Abu Dhabi


SIGMA DP1Merrill  19mm 1:2.8  Sheikh Zayed Grand Mosque, Abu Dhabi


SIGMA DP1Merrill  19mm 1:2.8  Sheikh Zayed Grand Mosque, Abu Dhabi


여러 인종이 모이는 허브란 점에서 UAE는 흥미로운 곳이다


오일 머니를 등에 업고 설쳐대는 여느 나라와는 다른


그들만의 철학이 있는 곳


오랜만에 이렇게 혼자 놓여졌다


좋구나 이렇게 관심의 영역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허겁지겁 공항 라운지에 들어와 맥주 한잔, 와인 두잔, 샴페인 한잔을 연속으로 들이켰어. 바텐더가 떨떠름한 눈으로 나를 보더라. 하지만 꽤 오랜만의 술이라지. 사우디에서 오는 길이니. 5시간 쯤, 아주 잠깐 밖에 나갔다 왔는데 땀을 너무 흘려서인지 약간의 탈수가 느껴지는 거야. 딱히 먹을 것도 없는 라운지 바였는데 과일 몇 조각 담아 들고 연신 차가운 술을 마셨지.  


돈 한번 아껴보겠다고 버스 잡아타는데 시간을 너무 써버려서 당초 생각해 놓았던 곳을 다 둘러 보지는 못했지만, 그 턱에 인도, 파키스탄, 우간다 택시 기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할 수 있어 재미났던 아부다비, 알아본 것도 없기에 당연히 후회나 미련 따위도 남아 있지 않다. 나는 이 곳이 휘황찬란한 빌딩과 중동 국가라고는 상상할 수 없이 잘 갖춰진 인프라 때문이 아닌, 그 화려한 빌딩 숲 아래 바지런히 삶을 이어가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날 수 있기에 좋았다. 


라운지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이제 다시 돌아갈 시간. 이곳을 벗어나 보딩게이트 앞으로 가면, 인천이란 묵직한 이름의 출구 아래, 쉼없이 빽빽하게 돌아가는 보잘 것 없는 한 구성원으로 되돌아가 옴짝달싹 못하게 되겠지.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가슴에 품은 커다란 세상 내려 놓고. 후후. 아부다비 공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