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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Thira ('11.9.20. - 9.22.) [Thira - Pyrgos - Akrotiri - Perissa] 유럽 곳곳에서 찾아든 여행객으로 피라타운은 늘 부산하다 찾는 이를 유혹하는 글귀와 골목골목 빼곡히 들어선 상점 발 아래에는 굽이진 계단으로 이어진 항구가 있고 고개를 들면 절경이 시야를 채운다 사람들은 저마다 함께할 자리를 찾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생의 향기를 즐긴다 불빛 하나에 의지하고 불빛 둘에 기대어 산다 스산한 바람이 시작된 이곳은 피라타운 엉망으로 길들여진 푸조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낯선 길을 달린다 붉은 바위의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 강렬히 사랑해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오래된 마을을 유유히 거닐어 보기도 하고 와이너리에 들려 혀끝을 마비시켜 버릴 것 같은 스윗한 와인을 즐겨 무작정 길게 뻗은 해변에 차를 세운채 한껏 취기를 올리고..
[그리스] Oia ('11.9.18. - 9.20.) [Istanbul - Athens - Santorini - Oia] 이스탄불을 떠난 비행기는 에게해를 넘어 그림 동화와 같은 이국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짐과 여독을 함께 풀어 던지고 밖으로 나오자 바로 눈앞에 낙조가 펼쳐진다 옹기종기 어우러져 수평선 넘어로 사라지는 열기를 잃은 태양을 바라보며 모두들 어떤 생각을 가슴에 담을까 빛의 영역이 줄어들자 사람들은 더욱 가까워지고 골목엔 여유의 발길이 찾아든다 그간 고생했다 이제는 좀 즐길 수 있기를 화려한 어둠이 물러가자 Oia Mare Hotel 엔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오고 해안 절벽을 따라 길게 펼쳐진 이아마을을 바라본다 척박한 땅에 빼곡히 들어선 집들과 망망한 바다의 부조화가 한동안 내 머리를 죄어오며 깨깍이던 초시계를 향해 강한 해머질을 가한다 느릿하니..
[네팔] Patan - Pashupatinath ('11.7.29. - 7.30.) [빠탄 - 빠슈빠티나트 - 카트만두] 삶이란 무엇인가수백번도 자문했던 그 질문그것은 한순간에 눈물을 핑 돌게 만들었던다울라기리 보다 큰 것일지라 나에게 노선이란 없다원하는 것을 이루며 살아갈 뿐이다즐겁게 누구와의 비교를 거부하며내 길을 걷는다조금쯤 더 걸어도 상관없다 언제나 인파로 분비는 두르바르 광장에선 삶과 그 목적에 대한 너무도 자연스러운 조화를 목격할 수 있다 여러 문화와 신앙이 어우러져 생활과 함께 한다 드높이 솟아 있는 화려한 탑에도 처마 밑 소녀에게도 순위 다툼을 피하고 일상으로 다가와 악을 낳지 않는다 빠슈빠티나트의 빠른 강물로그들의 인생을 지울 수는 없다곳곳에 묻어 나오는 것이다내가 쓰던 물건에 썼던 일기에쓰게 만들었던 주변인의 마음에 내 두 눈에 많은 것을 담아 간다돌아간 그 곳에서 이..
[네팔] Pokhara - Kathmandu ('11.7.27. - 7.28.) [간드록 - 나야뿔 - 포카라 - 카트만두 - 타멜 - 스와냠부나트] 아홉 시간도 넘게 잔 것 같은 데 침낭 속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뜬 눈으로 계속 누워 있다어제 저녁 식사 후 바로 자리에 누워서 인지속도 거북하고 어깨도 제법 결리지만 유일하게 비의 흔적에서 벗어난 곳을 박차고 떠날 수는 없다창 밖에는 안개가 가득하고 흐릿한 조명 아래 이렇게 마냥 시간을 죽이며 뒹굴고 싶다 '11.7.27. am 7:08 비오는 아침 신촌블루스 음악을 들으며 간드록을 벗어 난다 비가 아닌 눈으로 덮힌 이 곳을 가슴 속에 약속하며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걸어가니 오랜 세월 인간이 자연에 적응해 온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 역시 잠시나마 이렇게 서있다 계단식 논의 물이 모여 폭포를 이루는 그림과도 같은 란드록 지방을 바라..
[네팔] Ghorepani - Ghandruk ('11.7.25. - 7.26.) [울레리 - 고라파니 - 푼힐 - 타다파니 - 간드록] 나는 내 안의 작은 세상에 갇혀아주 조금한 고민과 시련에 방황했을지도 모른다협소한 공간의 부데낌에서 오는 수많은 트러블은결국 내가 품을 수 있는 세상의 크기가 좁았기 때문일 것이다한정된 공간에서 갖을 수 있는 한정된 크기의 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쳐놓은 담장을 넘으면비록 순간적으로 익숙함을 잃을지라도우리는 흥미로운 많은 것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새롭고 다양한 것을 두루 경험하기보단하나의 전문화된 일을 세련되게 하라는 것을강요 받으며 자라 온 우리로서는그것이 안정된 삶을 비켜나가는 길을의미할 수도 있기에 망서리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보라나의 모습을 그려지는 나의 미래를나는 늘 가슴뛰는 일을 동경해 왔지 않은가길들여지지 못한 채 안나프루나 뷰 ..
[네팔] Pokhara - Ulleri ('11.7.23. - 7.24.) [트리부완 공항 - 포카라 - 레이크사이드 - 나야뿔 - 울레리] 넘칠 듯 부어 준 뜨거운 커피를 홀짝이고 있다공항으로 오면서 수면을 취하겠다는 생각으로 뜬 눈으로 뒤늦은 막판 준비에 열중 했으나 공항버스를 테러 할 듯 떠들어 되는 경상도 부부들 틈에서 잠을 설쳐 오늘의 컨디션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배달 주문해 먹고 너무 잤나 싶으면 눈을 뜨는 일상이 꽤나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내 안의 당김 줄을 모두 풀어 헤쳐 놓은 듯 싶다 출국으로 이어진 길에선 늘 잔잔한 동요가 찾아온다 히말라야 어느 설산에서 발원한 물은 운남으로 흘러들고 나는 그것을 거슬러 네팔로 향한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많은 것들은영영 다시 돌아오지 않거나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간신히 내게 온다는 것을몇 바퀴 인생의 ..
Local Tour - 가야산 ('11.07.16.) 백운동탐방지원센터 - 서성재 - 칠불봉(1433m) - 상왕봉(1430m) - 백운동 숲의 아침이 찾아오면하늘 틈틈이 빛이 드리우며 닫쳤던 길이 열린다 오늘의 한 걸음 인생의 한 호흡 수천년 수만년을 그러하였듯 짙은 나이테 굽이진 가지 비록 잎을 열지 못하더라도 산은 깨어난다 묵묵히 걸어 온 길이 나를 채운다 봉우리 사이 저만치 아래 하늘이 있고 오르락내리락 이어진 길은 헤븐스 도어를 향한다 창공을 날으는 새를 꿈꿔왔던가 구름속 사라진 문명도시를 그려봤던가 훌쩍 커버린 나 하늘은 푸르기만 하다 더할 나위 없이 짙은 녹음과 깊디깊은 계곡을 품으며
Local Tour - 제주 ('11.06.04. - 06.07) 협재해수욕장 - 이중섭거리 - 새섬공원 - 중문관광단지 - 섭지코지 - 성산일출봉 - 백록담(1950m) - 사라오름 오늘도 속도에 몸을 얹는다점잖게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지만맹수의 허기를 가슴에 지니고 있다 얼마를 더 달려야 하는지의부질없는 셈을 던져버리고흔들리는 차창에 머리를 기댄채초록색으로 뒤덮힌 창밖을 내다본다 산은 언제부터 이리 좋은 색을 지녔던가작년의 그것보다 더한듯 싶은것은겨울의 앙상한 모습이 아직 남아서 일까아니면 지내온 과거의 기억을 잊어서일까 20여년이 훌쩍 넘겨 다시 찾은 김포공항은 기억과 함께 깨끗히 새단장 되어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제주의 시가는 아담했고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길은 정갈했으며 짙은 용암석 테두리에 투명한 바탕을 지니고 있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이곳에 있..
Local Tour - 화왕산 ('11.04.24.) 아포역 - 창녕 옥천리 매표소 - 관룡사 - 용선대 - 관룡산(740m) - 화왕산(756m) - 청간재 - 우포늪 노부를 바래다 주고 돌아오던 길 먼 기억속 시골 간이역에 차를 세웠다 문득 어디론가 이어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량했던 숲이 채색되고 두터운 눈속에 가려졌던 거친 벽이 모습을 내밀고 햇살이 미소를 드리우며 다시 돌아온 계절이 길가를 수놓는다 수십억년의 고단한 윤회 오랜 벗은 나를 잊지 아니하고 담을 넘어 하늘에 닿을듯 풍요와 빈곤을 이으며 이리 찾아온다 하늘과 구름은 기억할까 바람은 어디로 실어갈까 만개한 꽃이 달랜다 이 침묵의 무게를 또 어우러져 재잘된다 저 낮은 삶의 높이를 크게 돌아 찾아온 고립 그 높이에 맞추어 사는 우리네 인생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이 땅 비좁은 쉴터 비춰진 자신을..
Local Tour - 치악산 ('11.03.05.) 구룡탐방지원센터 - 구룡사 - 사다리병창길 - 비로봉(1288m) - 계곡길 - 보광 휘닉스파크 깊은 침묵이 먹어삼킨 해안 파도 소리 조차 들리지 않고 먹구름 가득찬 하늘과 살기를 잃은 바람이 볼을 스쳐 버려진 많은 것들이 밀여와 있네 보듬어지지 못한 것들 거대한 바다에 기운에 눌려 본연의 색을 상실한 꼭 필요했으나 꼭 필요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들 야속한 삶 앞에서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찼던 그 많던 꿈들 명색이 국립공원이지만 치악산은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오는 내내 참 없게도 꾸며놨다 구룡이라는 이름처럼 굽어진 계곡이 추위가 모아놓은 고요를 비집고 세월의 고단함을 드러내는 뒤틀린 뿌리가 깊은 상념 속에 앙상한 가지를 받친다 모두가 일컫는 악산의 계단은 이를 가는 투쟁에서 벗어나 오늘 하루쯤 조금 쉬어가라 ..
Local Tour - 지리산 ('10.12.04. - 12.05.) 중산리 탐방안내소 - 칼바위 - 유암폭포 - 장터목 대피소 - 제석봉 - 천왕봉 - 로타리대피소 - 중산리 앙상한 가지로 나뉜 하늘 겨울을 맞이하는 고적한 길 적막 속 귀를 채우는 거친 숨과 터질듯 울려되는 생의 세찬 박동 마음이 짓눌린 자의 무게는 어깨를 묵중히 짓누르는 그것과 비할 바 없다 멀리 바라보던 시선을 한치 앞으로 내리며 걸음을 옮긴다 이렇게 의지가 남아 있다 도시를 흐르는 스산한 기운의 군중 그 안의 내 모습과 달리 전날의 숙취로 다죽어가던 나를 살려 준 산채비빔밤과 시래기국 오늘따라 유독 배낭이 어깨를 눌러왔지만 이렇게 길을 시작한다 지리산 길을 오르다 보면 바닥면을 그대로 투영하는 계곡도 달팽이 관을 미치게 만드는 몇개의 출렁다리도 거의 아트 수준으로 그려놓은 반달곰 조심 문구도 만나게..
Local Tour - 주왕산 ('10.11.21.) 대전사 - 주왕굴 - 학소대 - 제1폭포 - 제3폭포 ('10.11.21.) 때로는 계획의 무게에 발이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도저도 아닌 상황을 벗어나기엔 즉흥에 몸을 던져 보는것이 기대치 않은 긍정의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문득 생각이 지나가는 결에 찾은 주왕산 어린 동자승이 맞이하고 청렴했던 가을의 끝자락 하늘과 눈을 즐겁게 만드는 기암이 있는 곳 먼 발치 아래 종종 걸음으로 분주히 하산하는 무리를 넑잃고 바라보다 아직 겨울이 찾아 오지 않음을 일러주는 폭포에 이르니 어느덧 해는 저 산 넘어로 지며 산자락에 어둠이 찾아온다 수많은 관광객으로 가득찼던 길은 텅빈 채 걸어왔던 길을 잇는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 나란히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다가오는 겨울을 ..
Local Tour - 월악산 ('10.10.16.) 장회나루 - 제비봉 - 청풍호 ('10.10.16.) 눈을 떠 피로와 어둠이 나를 짓누르네 아직도 인가 나의 신체는 조금 더 절망의 방향으로 다가서는데 꾸욱 버튼을 누르며 시동을 걸지 그리 노력이 필요 없는 시작 텅빈 고속도로를 외로이 달리다 보니 계절은 어느덧 입김과 서리로 동행하네 굽이진 산을 넘고 안개 자욱한 황야를 지나자 잠들어 있는 거대한 도시가 흐릿한 차창을 스쳐 새벽의 차분함 적막에 가깝네 일상의 고단한 무게에 눌린 채 평화는 억압에서 시작되고 억압은 다시 찾아올 어둠을 기다리며 평화와 함께 잠시 자리를 비우려 하네 그렇게 하루는 시작돼 먼 길을 흘러 하나의 종착역에 다달은 남한강 물길은 천연의 비경과 하나되어 발길을 멈추게 하네 곧 다가올 겨울을 모르는지 메리골드는 오늘도 화사하게 아침을 ..
Local Tour - 계룡산 ('10.10.10) 천정탐방지원센터 - 천정골 - 큰배제 - 남매탑 - 삼불봉 - 자연성릉 - 관음봉 - 은선폭포 - 동학사 ('10.10.10) 쉽사리 찾아오지 않는 잠도 만성 피로에 무기력한 일상도 방향을 잃은 미래도 fun이 사라진 하루의 전부인 듯 싶지만 그 아무것도 인생을 책임지지 않어 여백의 귀퉁이를 채우기에도 택도 없지 밤하늘의 별들로 가득찬 남매탑에 정갈히 손을 모은 뒤 갈길을 서둘러 오른 삼불봉(775m) 막걸리 한잔의 취기보다 빠르게 여명이 다가오고 별빛을 밀어내며 태양이 솟는다 어둠이 완벽히 깎여진 공간에선 눈이 부셔 형태를 가늠할 수 없지만 희망이란 이렇게 처음으로 함께한 소중한 친구와 가슴 한켠에 담는다 얼마나 많은 강산을 돌아야 나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힘겹게 산을 넘는 구름처럼 모든 형태를 잃어..
Local Tour - 가산산성 ('10.09.19.) 한티재 - 한티재 야영장 - 진남문 - 혜원정사 - 동문 - 중문 - 가산바위 ('10.09.19.) 가산을 IC 이름으로만 알던 내게 산성의 모습을 드러낸 진남문 문을 들어서자 조금한 소로에 코스모스가 피어 있다 개망초 역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소로의 끝에 위치한 혜원정사 입구를 멀리서 바라 볼 뿐 자연스레 발길은 산으로 향한다 석상의 미소가 마음을 정갈히 하게하고 보급로 마냥 잘 정비된 넓직한 산길을 정신없이 오르다 보면 그리 보잘것 없는 동문이 나타난다 인간의 역사는 살기위해 왜 이리도 후미진 곳까지 담을 쌓아 놓아야만 했던가 이어짐의 문은 작기만 하다 흐릿해진 하늘을 한없이 향하는 꽃을 보며 이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깨달곤 발길을 옮겨 중문을 지나 가산바위에 오르니 어둑해진 하늘도 산을 넘고..
Local Tour - 광진교 ('10.09.25.) 천호동 - 광진교 - 광나루 ('10.09.25.)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점심식사부터 한잔 걸치고 찾아온 광진교 상류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남양주가 눈에 들어온다 광진교는 차량의 통행을 왕복 1차선으로 제한하고 보행자용 도로와 조형물이 마련되어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아래 옛친구가 사는 아파트와 천호동이 눈에 들어오고 시선이 닿지 않는 한켠엔 새로운 세상이 존재한다 클래식 콘서트 리허설이 한창이던 광진교 아래의 공연장에서 우리는 창넘어로 들려오는 악기 튜닝소리에 자리를 깔고 앉아 날이 지는지도 모른채 세계관을 나눈다 내 청소년기의 기억이 고스란히 간직된 아차산과 워커힐을 바라보며 저물어가는 해마냥 흔적만 남긴채 상실된 진한 의지의 향수에 젖는다 모두의 발걸음은 어두움에 밀려 집으로 향하고 나는 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