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사 - 적멸보궁 - 비로봉 - 상왕봉 - 북대삼거리 - 상원사주차장 - 보광휘닉스파크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홀로 심야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영동 고속도로에 올라 탄다
진부로 들어서자 침울한 표정의 하늘은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쏟아내고
작은 언덕에서 헛바퀴질을 반복하다 결국 체인을 꺼내어 감는다
엉기적거리며 오른 주차장 구석에서 침낭을 두르고 웅크린채 날이 밝아 오기를 기다린다
새벽은 극도로 고요했지만 떨칠 수 없는 추위는 치밀하게 계산된 주기로 나를 괴롭혔다
해가 오르자 시동을 걸고 히터를 한껏 올려 얼었던 몸을 녹인다
하늘이 밝아지며 어느새 눈발은 줄어 들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 덮힌 들머리를 걸어 산을 오른다
예쁜 찻집도
산과 완벽하게 어우러진 고즈넉한 암자도
길 위의 이정표
모두가 눈 이불을 덮고 깊은 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을때
누군가는 누군가를 위하여
벌써 하루를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래 본 것이 언제였던가
지켜야할 명분도
화려한 권위도
새벽 바람에 흔들리는 등불처럼
저 깊은 곳으로 켜켜이 쌓여
이제는 내게 없다
얼어버린 어린 동자승의 샘처럼
고행을 찾아 떠나라
어미의 불심은 아직도 뜨겁거늘 네 발바닥이 식기엔 너무도 이르다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부처님께 가족의 안녕을 기원해 본다
부처의 사리가 보관된 적멸보궁에서 비로봉으로 향하는 길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철저하게 눈으로 덮혀있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고르며 계속 걸어 오르려니
체력이 달려 에너지 드링크 딱 한잔 아직 갈길이 멀다
시간을 들여 느릿한 걸음으로 정상에 다가서자 오르는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눈의 꽃
상고대가 그 어떤 봄날의 꽃 보다도 아름답게 도처에 피어 있다
극명한 색의 대조를 이루며
아침 햇살을 받아 사방으로 빛을 뿜어 낸다
산은 적막하고
쿵쾅쿵쾅 심장뛰는 소리만 귓가에 가득하다
세차게 불어오던 바람도 멈춰 들고
얼어붙은 나무도 고개를 든다
이 곳은 설악이 넘어 보이는 오대산 정상
비로봉
한폭의 그림과도 같이 저 멀리 굽이굽이 펼처진 산맥을 보니
젊은 날의 진한 추억 강원도로 돌아 온 실감이 난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고
고목이 되어 버린채로 한 켠을 차지한 기억
비로봉을 넘어 상왕봉으로 향하는 길은
햇살도 외면했는지
고목들이 잔뜩 눈을 먹음었다
살짝 흔들면 쏟아져 내릴 듯
완벽한 설국의 모습이다
아무쪼록 고생도 했지만 기분은 한껏 고취되었고
스님을 만나러 가신다는 어느 어르신을 월정사에 내려 주고 길을 달려 오대산을 떠난다
설악에서 마음을 돌려 찾은 휘닉스파크
늘 편안한 고향집 같은 기분 죽마고우와 진한 소주잔을 기울여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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