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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Tour - 지리산 ('17.3.31.-4.2.) 남부터미널 - 백무동 -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백무동 2년 반 만에 한국의 산을 오른다 부슬부슬 뿌리던 봄비를 맞아가며 몇시간 어두운 산을 오르자 온몸을 적시던 비는 어느덧 눈으로 변해 있고 소복이 눈으로 덮힌 산중의 아침이 나를 맞이한다 힘에 부쳐 무거운 배낭 잠시 내려 놓고 차갑게 얼어붙은 물 한 모금 마시며 숨을 돌린다 도시는 꽃 놀이에 한창이건만 이곳은 여전히 설국 누군가 걸어 놓은 노란 리본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다음 세상엔 행복한 모습으로 돌아와주렴 눈보라를 뚫고 능선을 타자 눈속에 잠긴 장터목 산장이 나온다 나무 심는 식목일 하지만 이곳은 한겨울 지리산일뿐 막걸리 한잔에 힘겨웠던 몸을 녹이고 딱딱한 침상 바닥에 몸을 뉘인채 고단한 하루를 마감한다 천왕봉 넘어로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SI..
Local Tour - 지리산 ('14.4.18. - 4.20) 동서울터미널 - 백무동 - 참샘 -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 백무동 고단한 몸을 버스에 뉘여 더 깊은 어둠으로 들어선다둘둘말린 커튼으로 습기 가득 먹음은 창을 닦아 보지만과정을 잃은 현재는 도무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누군가의 지시로 인해 들어오는 빛과 안내가 나의 자존 보다 높다일상이란 숙취와도 같은 시간의 연속일 뿐이다 금요일 자정 백무동행 만석 버스에 오른다 어슴푸레 아침은 찾아오지만 겨우살이 한 가득 숲은 계절도 서두르지 않는다 참샘까지 올라 젖은 옷을 털며 숨을 고르고 있으니 지독한 안개 속 후회로 가득 찬 망령과도 같이 산객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백무동에 내린 시간은 새벽 세시 반 거대한 산의 기운에 모두가 잠들어 있고헤드랜턴의 영역은 흩날리는 빗방울로 가득 채..
Local Tour - 지리산 ('10.12.04. - 12.05.) 중산리 탐방안내소 - 칼바위 - 유암폭포 - 장터목 대피소 - 제석봉 - 천왕봉 - 로타리대피소 - 중산리 앙상한 가지로 나뉜 하늘 겨울을 맞이하는 고적한 길 적막 속 귀를 채우는 거친 숨과 터질듯 울려되는 생의 세찬 박동 마음이 짓눌린 자의 무게는 어깨를 묵중히 짓누르는 그것과 비할 바 없다 멀리 바라보던 시선을 한치 앞으로 내리며 걸음을 옮긴다 이렇게 의지가 남아 있다 도시를 흐르는 스산한 기운의 군중 그 안의 내 모습과 달리 전날의 숙취로 다죽어가던 나를 살려 준 산채비빔밤과 시래기국 오늘따라 유독 배낭이 어깨를 눌러왔지만 이렇게 길을 시작한다 지리산 길을 오르다 보면 바닥면을 그대로 투영하는 계곡도 달팽이 관을 미치게 만드는 몇개의 출렁다리도 거의 아트 수준으로 그려놓은 반달곰 조심 문구도 만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