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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Tour - 지리산 ('17.3.31.-4.2.) 남부터미널 - 백무동 -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백무동 2년 반 만에 한국의 산을 오른다 부슬부슬 뿌리던 봄비를 맞아가며 몇시간 어두운 산을 오르자 온몸을 적시던 비는 어느덧 눈으로 변해 있고 소복이 눈으로 덮힌 산중의 아침이 나를 맞이한다 힘에 부쳐 무거운 배낭 잠시 내려 놓고 차갑게 얼어붙은 물 한 모금 마시며 숨을 돌린다 도시는 꽃 놀이에 한창이건만 이곳은 여전히 설국 누군가 걸어 놓은 노란 리본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다음 세상엔 행복한 모습으로 돌아와주렴 눈보라를 뚫고 능선을 타자 눈속에 잠긴 장터목 산장이 나온다 나무 심는 식목일 하지만 이곳은 한겨울 지리산일뿐 막걸리 한잔에 힘겨웠던 몸을 녹이고 딱딱한 침상 바닥에 몸을 뉘인채 고단한 하루를 마감한다 천왕봉 넘어로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SI..
[파키스탄] Passu Atta Abad Lake - Gulmit - Passu - Sarai Silk Hotel 파수. 이름에서 부터 전해지는 그 강한 억압. 라호르부터 이슬라마바드를 지나 카라코람 하이웨이에 올라 해발 4,693m 쿤자랍 정상의 중국 국경에 이르기까지, 어린시절 부터 꿈꿔왔던 1,200Km의 긴 여정 속에서 내게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길. 훈자를 떠나 짙은 옥빛의 Atta Abad Lake를 건너 인디아나 존스에 나온다는 서스펜션 브릿지에서 놀란 가슴 달래보고 악마의 산 투포단을 향해, 내 그리운 이들을 향해 절도 해보았지. 설산에 안긴 채 사라이 실크 앞 길을 해가 저물때까지 무작정 걸으며 카라코람 하이웨이에 서있다는 생각에 설레여 했고, 어머니 생각에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 생각에 사무친 ..
[티벳] Yamdroktso - Gyantse - Shigaetse - Chengdu ('14.8.15. - '14.8.17.) 암드록쵸 - 카롤라빙하 - 장쯔 - 백거사 - 시가체 - 타쉬룬포사원 - 성도 부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 라싸를 떠나 시가체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암드록쵸가 있다는 캄바라 고개(4,794m)를 오르는 내내 자욱한 안개와 빗방울로 차창밖으론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내 마음이 넉넉하지 못한 대가인지 이런저런 자책도 하게되고 성호를 보지 못한다는 불안이 전신을 휘감아 올랐다. 곳곳이 사태로 무너져 내린 굽이굽이 천길 낭떠러지 고갯길을 지독한 안개를 뚫으며 힘겹게 넘어 내려가자 순간 거짓말처럼 하늘이 열리며 내 발 아래로 짙푸른 빛깔의 암드록쵸가 눈에 들어왔다. 호숫가로 내려가자 하늘은 다시 무거운 얼굴로 조용히 성긴 빗줄기를 내리기 시작한다. 나는 진흙에 발을 빠뜨려 가며 쪼그리고 앉아 호수에 손을 담그곤..
Local Tour - 설악산 ('12.12.22. - 12.23.) 동서울터미널 - 남설악탐방소 - 대청봉 - 중청대피소 - 대청봉 - 소청 - 희운각대피소 - 양폭대피소 - 천불동계곡 - 비선대 - 설악동 만차인 한계령행 고속버스에 몸을 올려 싣는다 이른 새벽 버스는 시간의 선상을 부지런히 달려 어둠을 밀어내며 설악의 문턱으로 이끌지만 전날의 폭설로 인해 뜻하던 한계령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다시 고개를 내려와 찾은 남설악 탐방지구 아직은 매끈한 매무새지만 뜻하지 않은 경로 변경으로 초입부터 치열하게 오르막을 치고 올라야 한다 조금을 올라 산객들 거리가 숨 고르기에 들어갈 즈음 준비해 온 음식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또 다시 힘을 내어 지긋한 오르막을 오른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달래려 잠시 쉬어가면 흐르던 땀이 몸 곳곳에서 얼며 길을 재촉한다 이제 대청봉이 얼마 남지 않았..
Local Tour - 민주지산 ('12.01.29.) 물한계곡 - 각호골 - 민주지산(1,242m) - 석기봉(1,200m) - 삼도봉 오늘도 산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들이지 않은 채 이제 막 일어나려 하는 고요한 산 한참을 걷다 고개를 돌려 보니 지나온 길엔 자신의 발자국 뿐 걸음을 멈추고 정적을 향해 경배한다 주능선은 저만치 뒤로 물러나 있고 방향의 흔적을 지우며 쌓인 눈은 깊어만 간다 스패츠를 무색하게 만드는 눈밭에서 중심을 잡으려 뒤뚱거리며 걸음을 이어 나간다 함께한 친구 사진도 찍어주고 인적이 없는 길을 오른지 두 시간만에 드디어 주능선에 다다르니 저 멀리 가야할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민주지산 정상 바로 아래 무인 대피소에 들러 점심식사로 북적대는 인파들 틈에 자리를 잡고 반나절만에 온기를 느껴본다 기온이 오르며 상고대는 사라져가지만 멋진 자태의..
Local Tour - 계방산 ('12.01.07.) 보광휘닉스파크 - 운두령 - 1492봉(주목군락) - 계방산(1,577m) - 주목삼거리 모든이가 잠든 고요한 밤에 소리도 없이 내리는 눈처럼삶의 도처에 순간의 생각이 흩날리다포기와 투항을 권장하는 꺼지지 않는 사무실 형광등을 볼때도묵직한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핸들 잡은 손아귀에 힘을 줄때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희망의 노랫말 한 소절저녁시간 오래된 주택가의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쌓이지 못하고 날려버리는 싸락눈처럼내 감정은 한줄도 채 이어지지 못하고 생성과 동시에 사라져 버린다 그토록 찾으려해도 찾을 수 없던 길이 이곳에 선명히 남아 있다 모두의 발길을 벗어난 삶은 거칠어 보이기만 하고 곧게 뻗은 길은 옳다며 내게 오라 손짓 한다 가슴에 깊숙이 남아 아물지 않은채 이제는 통증으로 아려오네 이렇게 몸이 시린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