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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Hunza (Part-3, Landscape) Karimabad - Eagle's Nest - Hopper Glacier - Aliabad 물론 경험이 그리 많다고 할 수 없지만, 늘 이곳에 오면 왠지 모르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 카라코람 그 거친 길을 걸으며 의지, 욕심, 열망 따위의 인간으로서 갖게 되는 욕구가 깨끗이 정화되어 버리는 것일까. 아니면 이 커다란 자연 앞에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유한하고 작은지 깨달게 되어서 일까. 사실 이런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냥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아져서 겠지. 아침부터 폼 잡지 말고 무거워지지도 말자. 날짜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많은 것을 필요치 않은 하루. 입안에 커피 향 담고 바람 잘 불어드는 벤취에 앉아 라카포시를 덮고 있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 보며 구름의 속도와 생각의 속도를 동기화 시킨다. ..
[파키스탄] Rakaposhi Mt. - Eagle's Nest Rakaposhi Base camp - Eagles Nest - Baltit Fort 훈자에 들어 온 이후, 다들 그러하듯이 특별한 목적 없는 나날을 보냈어. 무리의 한명으로, 먼 땅에서 찾아 온 이방인으로, 편리하게 때에 따라 처지를 바꿔가며 여기저기 휩쓸려 걸었고, 이것저것 훈자의 풍요를 주워 먹다 탈이 나기도 했다. 생리통 약이 남자인 날 살리는 신비를 경험하기도 하면서. 골든 타임에 한 셔터 누르겠다고 엉덩이 반쪽만한 낚시 의자에 앉아 고개를 쳐들고 저물어 가는 태양을 살피지도, 고어텍스 자켓으로 중무장해 달밤에 산이건 어느집 지붕이건 기어 올라가 삼각대를 세우지도 않았다. 무거운 카메라 가방은 배낭에 넣은 채 세이프 팩으로 칭칭 감아 호텔 한 구석에 던져 놓고 반바지 차림에 구겨 신은 샌들을 끌..
[파키스탄] Hunza Raikot Bridge - Gilgit - Karimabad - Ali Abad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훈자라는 이름은 꽤 오래전에 내게 다가왔어. 여행 좀 다닌다라고 치기 어리게 말하고 싶었던 어린 날의 언제였겠지. 책이건 통신 매체건 어느 곳을 통해 흘러 들어온 그 지명은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안에 자리를 잡았고 더욱 화려한 녀석들의 뒤에 웅크리고 앉아 묵묵히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수년이 지난 지금 결국 이렇게 나를 이 곳으로 이끌게 만들었네. 그래. 내가 이 땅에 있는 이유 중 훈자라는 단어를 부정할 수는 없을거야. 훈자, 낭가파르밧, 카라코람 그리고..가 아닌 그래서 파키스탄. 이것이 진실이지. 모두들 훈자를 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고 불러. 겉에서 보면 라카포시와 울타르로 둘러싸이고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