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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2013

[베트남] Hanoi ('13.11.19. - 11.30. , 12.03. - 12.08.)


[홍콩 - 하노이 - 서호 - 호치민영묘 - 문묘 - 호안끼엠호 - 동수엔시장]



이른 아침 스산한 바람이 분다


길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계절에 쫓기듯 서둘러 나를 밀어낸다


홍콩 가까운 단어 그러나 좀처럼 내게 기회를 주지 않은 땅


높은 고층건물 사이의 도로를 따라 달리는 이층 버스


부끄러워 고개를 돌리듯 짧은 만남 마모루의 도시는 다음을 기약한다


어둑해진 하노이 공항에 도착하여


숙소를 잡고 여장을 푼다


아침을 여는 오토바이 소리에


얽힌 것인가 이어진 것인가 사고가 어렵다


그래 베트남이다


옛 방식의 삶에서


현대의 방향으로


속도를 내어 달린다


거리의 식당에서 국수 한그릇 말아 먹고


수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처마 아래에 앉아


물 담배 한입 사이공 비어 한잔


매듭을 풀어가며 얼마나 많은 사랑이 흘러갔을까


웅크려 앉은 뒷모습에 짊어진 무게는 어떠할까


세월을 간직한 도시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찬란한 믿음


노파는 눈을 멀게한 젊은 날을 지나


색채를 잃은 모습으로 구부정히 앉아


타들어가는 향의 속도를 따라


호수에 뜬 고고한 꽃이 되기를 바라겠지


붉은 깃발과는 대조적으로


사원 곳곳에 스며든


안빈낙도


오늘도 쉼없이 호국의 향은 타오르고


유유자적한 영감의 모습에


가슴속 상흔은 사라진다


아득해진 붉은 깃발의 흔적은


더 이상의 주홍글씨로 남겨있지 않았다


하노이의 성균관 문묘에 들르니


바로 만난 아오자이


잘 가꾸어진 정원을 배경으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젊음을 담는다


길을 가득 메우는 인파


우뚝 솟은 나무


모두들 한껏 뽐내어 잘 차려입고


동료들과 웃으며


자신의 젊음을


자신의 새출발을 기념한다


사람들이 해맑다


많이 현대화되고


문화의 수준이 상상보다 앞서지만


여전히 쾌활하고


몸가짐이 정갈하다


이국적인 건축양식과


젊음의 혈기가 가득한 문묘를 벗어나


다시 거리로 나선다


여행객을 모집하는 간판과


거리의 이발사


슬리퍼를 벗어 던진 릭샤꾼


크레용팝까지


거리는 볼거리로 가득하다


소수민족의 가옥이 꾸며진 민속촌에 들러


안으로 들어 앉아 대에 기대어 더위를 피하다


전통 가락에 이끌려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향하니


유명하다던 수상 인형극이 한창이다


하노이 구시가 36거리에는


이름도 익숙한 동수원 시장


흡사 중국에 온 듯한


등 판매상 거리도 있고


손님을 기다리는 물담배 파는 노인과


부지런히 물건을 나르는 힘좋은 아낙네


아직 야시장이 펼쳐지기 전


거리는 부산하다


하노이의 상징 호안끼엠 호수에는


사원으로서


어르신들의 쉼터로서


모두에게 넉넉히 자리를 내어 준다


그들이 선이 그어진 질서를 습득하지 않기를 바랬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 볼 필요가 있을까


겉모습을 보고 한순간 론니플래닛을 의심했지만


CNN 에도 소개 되었다던 그 분짜 한 그릇은


베트남 음식을 더욱 사랑하게 해주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빛을 찾으며 오히려 도시는 깨어난다


끼니를 찾는 인파로 북적거리는 거리의 상점


낯설어 보이는 광경이지만


모두가 정해진 방향으로 익숙히 걸음을 옮긴다


석쇠구이에


꼬치구이까지 거리가 유혹의 연기로 가득하다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만드는 동수원시장


다시한번 크레용팝 get set ready go


야자수 인지 이름 모를 열대 과일과


잊었던 정치적 특수성을 느끼게 해주는 조형물


우르르 모여 물건을 흥정하고


어떤이는 마냥 손님을 기다린다


전세계 어느 곳이나 가방에 대한 매력은 같은가 보다


때론 낯설고 때론 많이 익숙한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길을 찾아


거리의 목욕탕 의자 펍에서 꾸그려 맥주 한잔


쭉슥쾌 베트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