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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2011

[그리스] Oia ('11.9.18. - 9.20.)


[Istanbul - Athens - Santorini - Oia] 



이스탄불을 떠난 비행기는 에게해를 넘어



그림 동화와 같은 이국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짐과 여독을 함께 풀어 던지고 밖으로 나오자



바로 눈앞에 낙조가 펼쳐진다



옹기종기 어우러져 수평선 넘어로 사라지는 열기를 잃은 태양을 바라보며



모두들 어떤 생각을 가슴에 담을까



빛의 영역이 줄어들자 사람들은 더욱 가까워지고



골목엔 여유의 발길이 찾아든다



그간 고생했다



이제는 좀 즐길 수 있기를



화려한 어둠이 물러가자 Oia Mare Hotel 엔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오고



해안 절벽을 따라 길게 펼쳐진 이아마을을 바라본다



척박한 땅에 빼곡히 들어선 집들과



망망한 바다의 부조화가



한동안 내 머리를 죄어오며 깨깍이던 초시계를 향해 강한 해머질을 가한다



느릿하니 채비를 마치고 길게 늘어선 계단을 오르니



코발트 블루로 휘감은 집들이 있다



깊은 심해 속 또 다른 세계로 이어질 것 같은 문을 지난다



짙은 바다와



엷은 마을



깨어난 사람들이 정적을 깨고 그 극명한 대조의 경계를 걷는다



양쪽 모두를 취하며



또 다시 하나의 Scene으로 간직하려 셔터를 누른다



그늘을 찾아 널부러진 개도



유명 연예인이 소유하고 있을 것 같은 럭셔리한 집들도



멀리서 전체를 담고



그 위에 나를 얹는다



이 방향



저 방향 고개를 돌려 가며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바다와



높이를 상상할 수 없는 하늘 역시 담을 수 있는한 최대히



인생의 태양이 저물어 가고



내게 어둠이 찾아 오면



빛을 내는 퍼즐 한 조각 한 조각 처럼



기억의 Scene 들이 이어지며



밤하늘의 별과 같이 어느새 총총히 떠올라



걸어 온 내 자취를 비취리



대지를 달구던 태양은 다시 떠오르고



삶의 연속성은 자연스레 굴러간다



잊지 말고 기억하는 거야



우리가 머물렀던 장소와



눈으로 보았던 풍경을



앞을 가로막은 지독한 안개가 걷히고



언제든 네가 찾아 들 수 있도록



먼 항해를 꿈꾸는 내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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