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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2011

[네팔] Pokhara - Kathmandu ('11.7.27. - 7.28.)


[간드록 - 나야뿔 - 포카라 - 카트만두 - 타멜 - 스와냠부나트]


아홉 시간도 넘게 잔 것 같은 데 침낭 속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뜬 눈으로 계속 누워 있다

어제 저녁 식사 후 바로 자리에 누워서 인지속도 거북하고 어깨도 제법 결리지만 유일하게 

비의 흔적에서 벗어난 곳을 박차고 떠날 수는 없다

창 밖에는 안개가 가득하고 흐릿한 조명 아래 이렇게 마냥 시간을 죽이며 뒹굴고 싶다


'11.7.27. am 7:08  비오는 아침 신촌블루스 음악을 들으며




간드록을 벗어 난다



비가 아닌 눈으로 덮힌 이 곳을 가슴 속에 약속하며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걸어가니



오랜 세월 인간이 자연에 적응해 온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 역시 잠시나마 이렇게 서있다



계단식 논의 물이 모여 폭포를 이루는 그림과도 같은 란드록 지방을 바라보며



한참을 내려오니 하산을 알리는 커다란 계곡이 눈에 들어오고



왠지 헐거워진 느낌에 등산화를 살펴보자 미끄러운 길에 줄이 버티지 못하고 끊어져 버렸다



안나프루나는 언제곤 우리를 기다리는지



계속해서 살림살이를 실어 올린다




며칠째 계속 비가 내려서 인지 조금 더 탁해진 강물과 네덜란드 아가씨를 대신하여 두 마리의 개가 곁에 누워 비에 젖은 몸 단장을 하고 있는 것 이외에는 트레킹을 출발하던 그 날과 다름없는 Riverside Lodge 이다 여기서 30분만 더 내려가면 나야뿔에 도착하게 된다



이 곳에서 받은 여러 가지의 인상을 점심으로 주문한 핑거 포테이토가 나오기까지 적어 넣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이 참으로 한정적이라는 걸 깨닫게 된 경험이었다 담을 수 없는 것이 참으로 많다는 것 큰 수확이다


'11.7.27. am 12:43 나야뿔로 돌아가며




돌아 온 나야뿔에서



택시가 아닌 덜컹거리는 버스를 잡아 타고 스쳐가는 풍경을 더듬다 잠에 빠져 들었다



빗 속에 다시 홀로 배낭을 메었다

덥수룩한 수염과 진흙에 끈까지 끊어져 엉망이 된 신발을 신고

인적이 사라진 레이크 사이드를 걸었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항공권을 사고 숙소를 잡았다

반갑게 나를 알아봐 주는 로열게스트 하우스 여주인과

짧은 안부를 주고 받고 맥주와 빵을 사 온 뒤 욕실로 향했다



샤워

그 무엇보다 우선 순위가 되어버린 것

한참을 씻었다

무엇인가를 닦아 물로 씻어 내린다는 것보다

그냥 물 속에 있고 싶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마르길 기대하지 않지만

견딜 수 없는 냄새를 지우려 옷들을 빨고

방 이곳저곳에 널었다



후덥지근한 방을 나와 테라스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한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맥주를 마신다

도로는 이미 강으로 변한 지 오래다

흘러가는 물을 보며 비워진 내 자리를 찾는다



나를 기다리는 그 목소리

여전히 마르지 않고 갈구한다

그녀가 있어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돌아갈 곳을 잊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리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며



건너편 게스트 하우스가 시끌하더니

고레파니에서 만난 차이니즈들이 반갑게 손짓을 한다

티벳 관련 이야기를 듣고 기대이하 겠거니 싶어

거리를 유지했는데 푼힐에서 사진 몇 장 찍어 주며

가까워진 사이에 험한 간드록 구간을 걸으며

나도 몰래 따라 올 그들을 걱정하는 사이가 되었다



손짓으로나마 안녕을 주고 받으니

반갑고 사람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너무 많은 굽히지 않는 스스로의 조건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반성하게 된다



끊임없이 비가 내린다

이 빗물이 여러 강과 합류되어

네팔을 넘고 광대한 인도 대륙을 지나

대양으로 나갈 때 쯤

나는 조금 더 자라나 있기를 희망한다


'11.07.27. pm 8:01 돌아온 로열게스트 하우스에서 비를 보며




포카라는 비에 흠뻑 젖어 있었지만



여유로운 식사와



포근한 호수가 나의 피로를 지워냈다



습관처럼 눈이 떠 졌다

am 5:20 한국시간으론 am 8:20 남짓

그 곳을 지우려 노력해도 내 몸은 그 곳을 기억한다

나침반 나머지 하나의 극성처럼

아무리 뛰쳐나가려 애를 써도 뒤를 돌면

정확히 그 곳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빗소리가 들려 온다

커튼을 열지 않아도 창 밖의 모습이 그려지고

서둘러 준비하려 했던 여러 가지 계획들을 머리에서 지운다

더 이상 비를 맞고 싶지 않다

휘휘휘 소리를 내며 돌고 있는 천장에 달린 팬을 보며

시간의 밀림에서 탈출한다



한참을 자리에 누워 있은 뒤

이 곳이 Wifi 지역이라는 것을 느리게 기억해 내어

아이팟을 만지작거려 보지만

무한대에 맞춰 있는 내 눈은

이내 그것을 거부해 버린다



줄어든 비가 다시 나를 거리로 이끌어

좁은 골목의 노천 카페에 앉혔다

토스트에 계란 프라이 허쉬 브라운에 커피가 120Rs

저렴한 가격이 산에서 내려왔음을 깨닫게 한다



잘 차려진 식사와 비 속 거리의 인파를 멍하니 보는 여유

어떤 것이 맞는 삶인가

뫼비우스의 띠를 걷는 것인가

힘이 다할 때 까지



커피를 한잔 더 주문하니

딱 마시기가 싫어지는 것 역시

삶의 고리의 한 부분인가


'11.07.28. am9:13 BABITA Restaurant




특별한 목적지 없이 슬리퍼를 끌고 찾은 레이크사이드 북부는



잊었던 도시의 활력을 내게 불어 넣으며



돌아가라 말한다



사람들 속으로



여행자들의 천국 Tarmel Street 으로 오며



또 다른 네팔을 만난다



방향을 잃고 한참을 헤매이다 문득 골목을 들여다 보면



거대한 스투파가 자리 잡고 있고



도처에 불상과



염원의 촛불이 어지러운 도시 한켠을 밝힌다



스투파의 눈빛은



후미진 도시에 닿고



사람들은 뒤엉켜



자신의 길을 걷는다



도시를 조망 할 수 있다는 순교자의 계단을 오르니



더욱 거대한 스투파와



그 주변을 휘감은 마니차가



소나기를 뿌리고 있는 카트만두 시내를 내려본다



바람에 불경이 날리고



스투파에선 원숭이들이 장난을 친다



이 곳은 카트만두



도시는 사람의 기운들 뺏어 살아간다

그 것은 편의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감각기관을 퇴화시키고

영혼을 병들게 한다



초점거리가 짧아진 치열한 눈빛

무감각해진 부대낌

화려한 볼거리의 유혹은 짧다

진정성을 유지하기엔

나를 해하려 드는 것이 너무도 많다



수많은 인파 속에 다시 고독을 느낀다

사람 한 명 보기 어려운 첩첩산중보다

이 곳이 더 외로운 것은 왜일까



카트만두에 비가 내린다

나는 조금씩 취해가고 날은 어두워 진다

그냥 푹 쉬고 싶다

여기는 도시다


'11.07.28. pm 7:08 타멜 카트만두 게스트 하우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