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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2011

[네팔] Ghorepani - Ghandruk ('11.7.25. - 7.26.)


[울레리 - 고라파니 - 푼힐 - 타다파니 - 간드록]



나는 내 안의 작은 세상에 갇혀

아주 조금한 고민과 시련에 방황했을지도 모른다

협소한 공간의 부데낌에서 오는 수많은 트러블은

결국 내가 품을 수 있는 세상의 크기가 좁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갖을 수 있는 한정된 크기의 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쳐놓은 담장을 넘으면

비록 순간적으로 익숙함을 잃을지라도

우리는 흥미로운 많은 것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새롭고 다양한 것을 두루 경험하기보단

하나의 전문화된 일을 세련되게 하라는 것을

강요 받으며 자라 온 우리로서는

그것이 안정된 삶을 비켜나가는 길을

의미할 수도 있기에 망서리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보라

나의 모습을 그려지는 나의 미래를

나는 늘 가슴뛰는 일을 동경해 왔지 않은가

길들여지지 못한 채




안나프루나 뷰 게스트 하우스에서 보이는 울레리 전경



핫샤워는 커녕 웜샤워도 안되던 낡은 숙소지만



예쁜 꽃이 피어 있다



여기도 있고



이상한 것도 있다 (얘는 왜 여기까지 날라와 화장실 휴지통이 되었을까)



비시즌인 지금 두어시간을 걸어도 한 명 볼까말까할 정도로 산길엔 인적이 드물다

울레리에서 고라파니로 가던 도중 동양 친구를 만나 짧게 인사를 나눈것이 인연이 되어 점심을 먹는 롯지에서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우습게도 타이완에서 온 그 친구는 HTC 에서 일하는 기구개발자라고 한다 뜻하지 않게 휴대폰 개발 이야기에 빠져 들어 서로가 신나게 떠들어 됐다

세상이 우습다 경쟁사 친구를 히말라야에서 만나 업무 프로세스 얘기도 하고



못난이 뚱보였지만 예쁜 억양으로 이야기하던 UK 언니와 스프라이트 아니면 안마시겠다던 왠지 쉬크해 보이던 덴마크 아가씨 짧게 만난 인연이 더 오래 기억된다던가 지금 그녀들도 무거운 짐을 풀고 여기 고래파니 어느 숙소에서 내일을 기약하고 있겠지




산간마을의 작은 분교를 지나



다시 길을 떠난다



새로운 마을이 나타나고



새로운 하늘이 펼쳐진다



아래로는 깊은 계곡이 있고



위로는 하늘과 맞닿은 봉우리가 펼쳐진다



여인네가 거대한 돌위에 빨래를 널고



총총히 피어있는 꽃과



해발고도를 의심케하는 계속된 굉음의 폭포들



몬순기간이라 텅 빈 롯지들 뿐이지만



이곳은 히말라야



넘치는 맥주 거품과



터질 듯한 라면 봉투만이 이 곳의 높이를 말한다



옛 추억의 노래 가사처럼 walking in the rain 했다

사진 속 그 곳을 찾는 길

싸구려 레인코트는 찢어지고 고어텍스 운동화엔 물이 차올랐지만

내 꿈의 시발이 되어 준 그 곳을 찾아 묵묵히 올랐다

그리고 다가선 그 곳

추위가 엄습해 오고 하늘은 쉽게 열리지 않았지만

쉽사리 발길을 돌릴 수는 없었다



나는 산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배운 이치가 있다

서두르지 말라는 것

산이 좋지 않았던 유일한 기억은

그 곳에서 오르는 가치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서둘렀기 때문이였다



구름사이로 보이는 능선 넘어 설산을 상상하며 한참을 보냈다

8,000m 설산을 보는 것은 어찌보면 길을 걷는 이에겐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왠지 모를 미련이 생겨났다

내일을 기약하며 산을 내려오는 순간순간에도

마치 내 인생살이 마냥 계속 뒤를 돌아 보았다




비를 맞으며 아무도 없는 산을 홀로 걸어 푼힐로 가는 길에 감동적인 문구를 만난다



인적이 끊어진 푼힐 전망대에 올라



레인코트 속 뜨거운 가슴을 잡아매며



하늘이 열리길 기다린다



춤을 추는 구름과



그 흐름을 쫓는 앵글



새들도 방향을 잃고



숲은 지그시 눈을 감는다



오랜 기다림 뒤 발길을 돌리려 할때



저 멀리 빛을 반사하는 무엇인가와 만나게 된다



고개를 들어 내가 상상하던 그 곳보다 한참을 위로



신이 사는 그 곳 어머니가 계신 그 곳




구름 사이로 반짝이는 무엇인가를 보게 되었다

설산 내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한

나는 조금 더 시계가 펼쳐진 곳을 향해 빗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제발 허락해 주기를



그것은 어찌 감히 형용할 수 없는 것이였다

꿈만 같았다

산이 아닌 신에 가까운 것

어머니



비롯 단 몇분의 시간 동안만

그리고 아주 일부의 부분을 허락했을 지어도

그에 감사한다

그것은 너무나도 대단한 것이였다



내일의 기상을 예측 할 수 없지만

내일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조금 더 경배 할 수 있기를

행복한 저녁이다


'11.07.25. pm 8:52 시끄럽게 떠드는 차이니즈 속에서 이어폰 가득 휘트니의 Run to you를 들으며




잠을 설치고 다시 찾은 이곳은 



오늘도 고요히 잠들어 있다



잠시나마 고개를 내밀어 준 다울라기리(8,167m)와



투쿠체 피크(6,920m)



내 가슴에 영원히 기억되리




해 뜨기전 텅빈 산을 홀로 걷는 것을 좋아한다 

헤드랜턴이 비취는 곳이 내가 의지 할 수 있는 전부 두려움이 엄습해오면 자신에게 집중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에 도움을 구하기도 하고 숨을 짧게 끊어 기합을 넣어 보기도 하지만 결국 스스로에 대한 믿음만이 나를 추스릴 수 있게 한다



이어진 길을 걷는다

힘에 부쳐 조금 걷다쉬고 다시 걷고를 반복하지만 포기가 없다면 느린 걸음으로도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해가 떠오르고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볼 수 있게 될 때면 정상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모든 것을 잊게 된다

결과의 만족감에 비해 지내 온 고통은 작다

역설적이지만 그렇게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또 과정을 거친다



내게 남겨진 수많은 결과를 위해 더 많은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어둠에 자신을 잃지 않고 묵묵히 계속해서


'11.07.26. am 8:12 푼힐 일출을 보고와서 




고레파니를 떠나기 전부터 비가 내렸고



간드록으로 가는 길은 길고도 험했다



또 하나의 산을 넘고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첩첩산중의 외딴 롯지도 나오고



절경의 협곡과도 만나게 된다



몬순이 지나 건기가 돌아오면 이 롯지에도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고



정글의 안개도 걷히겠지



을씨년스러운 마을도 활기를 찾고



깊은 숲속에서도 사람의 웃음 소리가 새어 나오리다



숲 속의 친구들과



사람의 영역이 공존하는 이 곳에선



와불상 같은 자세로 음악을 들으며 맥주와 생라면을 먹고 있다 고라파니에서 간드록으로 넘어오는 길은 상당히 험한 길 이었다 3천 미터가 넘는 산을 다시 넘고 원숭이와 버팔로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는 정글을 지나 수백 마리의 거머리 공격을 받으며 내내 비를 맞으며 깊은 계곡을 8시간 남짓 걸었다


 

기다려야 핫샤워를 할 수 있다는 종업원의 말을 무시하고 찬물에 땀과 비로 범벅이 된 몸을 씻어 내렸다 어차피 하루종일 비를 맞은 탓에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 걸었던 몸이다


 

비를 맞고 땀에 옷이 젖고 높은 습도에 마르지 않은 그 옷을 다시 입고 또 다시 땀에 젖는 일을 반복한 내게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바로 자신의 냄새이다 입고 있는 옷을 던져 버리고 나의 냄새를 지우는 것이 사회를 떠난 나의 일 순위 업무인 것이다



침낭 속에 깊숙이 발을 넣고 두발을 비비며 뽀송뽀송 해지길 기다린다 하루종일 비를 맞은 이에게 이 행복이란 자연으로 돌아오니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가 참으로 간결해진다

 


안나프루나 히말라야 같은 단어가 떠오르게 하는 것은 유명한 산악가나 8천미터 봉우리 혹은 설경 등일 뿐 누구도 오늘 내가 경험한 놀라운 일들을 말하지 않았다

 


그 곳은 감당 할 수 없는 거대한 산이다

깊은 계곡과 수많은 폭포

열대 우림을 걷는 듯한 정글에 다양한 동물군

그리고 고개를 움직이지 않으면 담을 수 없는 크기까지

그려 낼 수 있겠는가



순식간에 일기가 변하며 눈앞의 산이 사라진다

길을 걷다 다시 뒤돌아보면 사라졌던 능선 뒤에 상상할 수도 없는 크기의 산이 또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그 거대한 산이 모여 협곡을 이루고 물을 모아 거대한 계곡을 흐른다

 


해발 3천미터 이상의 하늘 나라에 우리 나라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한 폭포가 수십개씩 떨어지는 광경이란 이 멋진 일을 내 두발로 할 수 있음에 오늘 하루쯤 내 인생을 성공했다 말하고 싶다


 

고소에 의한 것인지 신의 봉우리를 두 눈으로 직접 본 감격 때문인지

어제 밤을 거의 뜬 눈으로 지새우고 하루종일 걸어서 이 곳에 온지라 피로가 밀려온다



주문한 누들 스프를 단숨에 해치우고 이르게 잠을 청해야 겠다


'11.07.26. pm 6:58 간드록 Manisha hotel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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