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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 East/2021

[파키스탄,UAE] Karachi - Dubai - Lahore

21년 하반기 여정의 정리, 라호르 - 카라치의 숱한 반복 그리곤 두바이 

 

한동안 몸이 좋지 못하였는데 어두운 집안에서 움츠린채 며칠을 흘려보내고

늘 그렇듯 몸에 조금 앞서 정신이 맑아지는 순간, 불현듯 찬바람과 함께 걱정이 밀려오네.

 

아무도 없는 적막한 밤, 아무와도 이야기 할 수 없던 무거운 밤.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는 집안의 긴 복도를 반복해서 걸으며

이제 방랑을 마치고 다시 돌아갈 시간이 곁에 와있음을 깨닫는다.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

나의 두뇌를 고문하듯, 불능화 되어버린 머리를 쥐어짜며 또 생각하고 고민했다.

그리곤 이제서야 생각이 들었다. 몇년을 이어온 그 숱한 고민의 나날에

나를 위한 것이 없었구나, 내 삶에 대한 구체. 

일. 그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사명감에 떠밀려 나는 나의 삶을 돌이켜 보질 못했다.

 

지금도 노트가 아닌 모니터를 바라보며 엑셀시트 한켠에 이 글을 적어 내려간다.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자신에 대한 위로라면,

머리를 어지럽히는 Gridline을 해제하고 글씨체를 Calibri에서 바탕으로 바꾸는 것 정도.

이게 최선입니까?

 

단지 몇년, 인생의 아주 짧은 순간. 그냥 눈을 질끔 감고 앞으로만 나아가자 했어. 

삶을 지탱해 주던 여러 경험이 낡아 버렸다고 생각했었거든.

더욱 터프하고 동떨어진 곳으로 들어가 자괴하며 

시간이 흘러 모든 수렴이 끝났을때 결국은 득으로 기억될 그 경험을 위해 말이지.

 

이 블로그는 측량계야.

나의 사고가 얼마나 기존과 동떨어지게 되었는지 측정할 수 있는.

그리고 내가 다시 돌아가야 할 지도이기도 해.

 

훗날 또 언젠가.

정말 바뻤던 이 2021년의 사진을 꺼내어 보며 지금의 나를 되돌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

새로운 길을 향한 숱한 발걸음, 무엇인가 생산적인 활동을 끊임 없이 했던. 

 

이렇게 

한해가 지나간다.

 

 

하늘을 날아올라 카라치에 도착하면

 

 

 

 

뜨거운 햇살 아래 펼쳐진 거대한 공사판

 

 

 

 

척박한 땅을 포크레인으로 퍼올리고

 

 

 

 

헤머로 때려 부수고

 

 

 

 

사막의 먼지통 속에 놓여졌던 하나의 창고가

 

 

 

 

조금씩 공장의 모습을 갖춰 간다

 

 

 

 

나는 철저한 관조자

 

 

 

 

진행사항 확인 정도의 아주 잠시의 방문만으로도 온몸이 땀으로 적셔지네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기에 카라치에서도 한참 떨어진 이 황량한 산업단지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도시는 다채롭다

 

 

 

 

 

해안가 고급 아파트에서

 

 

 

 

 

바닷가 유명식당까지

 

 

 

 

 

도시의 모든 더러움 어둠에 감춘채

 

 

 

 

빛으로 새로운 터전을 일구어 낸다

 

 

 

담장 안의 세상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상

 

 

 

지극히 당연한 것이나

 

 

 

굳어진 인식에

 

 

 

채어온 단추의 순서가 잘못되었는지를 의심하게 된다

 

 

 

도시는 극단의 양면을 가지고 있다

 

 

 

 

뙤약볕 아래 릭샤왈라에

 

 

 

 

알라가 새겨진 애플로고가 흔들리고

 

 

 

 

세상은 뒤집어져도

 

 

 

 

on my way

 

 

 

 

후미진 골목 식당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울타리 속

 

 

 

 

척컥 하며 슬라이드 필름이 넘어가듯이

 

 

 

빛으로 새로운 세상이 그려진다

 

 

 

 

시간과 공간의 스펙트럼은

 

 

 

 

우리가 경험했던 허용치와는 사뭇 달라

 

 

 

때로는 과거인지

 

 

 

담장 속인지

 

 

 

담장 밖인지

 

 

 

 

길을 잃기도 하지만

 

 

 

 

이곳은 리얼 파키스탄

 

 

 

 

어익쿠 할로인까지

 

 

 

 

짙은 스모그 아래 세상

 

 

 

 

도시는 힘겹게 숨을 쉬고

 

 

 

 

오래전 어떤 알 수 없는 문명에 의해 만들어진것 같은 이곳에

 

 

 

 

사람들이 스며들어 삶을 이어간다

 

 

 

 

위스키에 이탈리안 보다는

 

 

 

 

 

컨테이너 사무실 속 잊을 수 없는 마법 도시락

 

 

 

 

매달 가던 두바이인데 코로나 덕택에 얼마만이 방문이더냐

 

 

 

 

코로나는 옛말 엑스포라 호텔이 만실 기둘리라 하네 우선 로비에서 맥주 한잔 걸치고

 

 

 

 

친근한 두바이의 전경을 즐겨보네

 

 

 

 

일하러 왔으니 미팅한번 때려주고

 

 

 

 

케이터링은 손도 안댄채

 

 

 

 

회의실에서 바깥 세상 눈도장 한번 꾹

 

 

 

 

본일정은 미끄러지듯 와인과 해산물로 이어진다

 

 

 

 

디왈리가 여기까지 한창이네

 

 

 

 

일정을 끝내고 파키스탄으로 돌아오니

 

 

 

 

또 한분기 삶을 이어줄 생명줄이 내려와 있네

 

 

 

 

하지만 모든 생명연장의 꿈 캐리어에 눌러 담아 삶은 낯선 호텔방으로 옮겨지고

 

 

 

 

또다시 공사판

 

 

 

 

생명줄 붙들어 올라도

 

 

 

 

스트레스로 썩어가는 동아줄

 

 

 

 

피로와 약빨의 싸움 어느쪽 문이 먼저 열리게 될까

 

 

 

인샬라 좀만 더 버티자

 

 

 

주소지가 공항동이라 그런가 항공업 종사자도 아닌데 항공권만 쌓여만 간다

 

 

 

 

KFC 맥도날드 콜라보레이션 위아더 월드 카라치 사무소

 

 

 

 

또 다른 곳

 

 

 

 

라호르 카라치 매주 3,000Km를 반복해서 이동하는 동안

 

 

 

 

파키스탄에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네

 

 

 

 

촌스럼 가득하지만 이슬람국가에서 이게 어디더냐

 

 

 

 

앗 오징어 게임 열풍이 이곳에도

 

 

 

 

집에서도 일을 놓을 수 없고 무엇인가 자기 위로와 감수성 충전을 위해 생각해 낸것이 불멍

 

 

 

장작을 사러 가자했더만 이끌려 간곳은 바라나시인줄

 

 

 

 

캠퍼 리랑이 쓰는거 같은 나이스한 것을 원했지만 결국 시장통에서 구입한 것은 500루피 대장간 메이드 도끼

 

 

 

 

테라스 불멍 입문

 

 

 

 

혼자놀기 1급 기사인 나에게 역시 고독은 불멍보단 고기로 다스려야

 

 

 

 

멈추지 않고 진화해 나아간다

 

 

 

 

한해가 저물어 간다

 

 

 

 

너무 강렬했던 기억덕에 한해의 맺고 끊음이 명확하지 않지만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내 기억 거친 한부분으로 남을 한해를

 

 

 

 

이렇게 보내어 본다

 

 

 

 

다시 또 1번 홀

 

 

 

 

저물어 가는 태양의 반대편으로

 

 

 

완성되지 못한채 삶은 농익어 가지만

 

 

 

 

나는 또다시 새로운 길에 서네

 

 

 

안녕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