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iddle East/2020

[파키스탄] Lock-Down in Lahore(3.24 ~ 8.5)

너를 만난 후에도 나를 버릴 수 없었던 건 어느샌가 어두워진 너의 마음에 그늘처럼 그렇게도 난 또 제자리인데

숨이 막혀 가는 난 다시 너를 토해내고 나에게만 너를 말해주기를 나에게만 너를 보여주기를

나에게만 너를 들려주기를 나에게만 너를 담아주기를

익숙해진 후에도 너를 버릴 수 없었던 건 어느샌가 어두워진 오늘밤의 하늘처럼 그렇게도 난 또 제자리인데

오늘 내가 기억한 너의 모습은 끝없이 깊은 마음을 나에게 보여주던 슬픔따위 아무것도 아니라고

수없이 날 위로해 주었던 너 - 디어클라우드 나에게만 너를 말해주기를

 

 

지방 도시의 작은 대합실 같은 라호르 공항의 보딩게이트

 

국제선도 그렇지만 국내선의 경우 더욱더 편의시설이 없기에

 

늘 공항 한켠에 유일한게 자리한 작은 카페에 앉아

 

진한 커피를 마시며 비행을 기다린다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을 바라보는 것이 이곳에서의 유일한 풍류

 

도시를 달궈오는 한여름의 태양과

 

늦은 저녁까지 후덥지근하게 이어지는 더위로 라호르는 잠겨 있다

 

사무실 밖 세상은 어디에선가 부터 흐름이 틀어막혀

 

촌스러움에서 멋스러움으로 넘어가지 못한채

 

높이 모를 턱에 걸려 그대로 멈춰 있네

 

추억의 필터로 꾸밀수록 변질된 색의 사이키델릭한 세상

 

하지만 사람들은 모여들어 생을 이어나간다

 

상대적으로 이방인의 삶은 아주 단조롭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세상

 

분주하기도 즐겁기도

 

때론 무미건조하기도

 

철저하게 단절되어 있네

 

경쟁 보다는 축제의 밤

 

경기장을 밝히는 조명은 승부의 냉혹함을 감시하는 것이 아닌

 

추억으로 남을 하루의 기억을 미화하네

 

이랬던 도시가 어느날 갑자기 닫혀 버렸다

 

급한대로 집에 업무 공간을 꾸리고

 

언제 풀릴지 모를 고립의 시간을 준비한다

 

이렇게 병균이 급습한 도시의 럭다운은 시작되었다

 

집밖으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밤낮 구분없이 이어지는 온라인상의 쪼임이 몇달이고 계속될 줄이야

 

주구장창 일만 하다보니 식탁 다리가 인터스텔라의 타스 처럼 보이네 아멜리아 박사는 어디 있니

 

이 한정된 공간에선

 

종교의 갈등과 타지를 접하는 인간의 자세 그 심오한 고민 따위는 부질없는 것

 

추억이 되어 버린 창밖의 세상을 그리워하고

 

장인의 정신으로 술을 빚는다

 

꾹꾹 눌러 추억으로 이입할 준비를 해놓고

 

속도감 있게 안주를 만들어

 

좁은 테라스에서 큰 해방감을 찾는다

 

사람이 숨어버린 도시는

 

오희려 회복의 색을 찾아가네

 

아무것도 해결 된 것은 없지만 드라이브 쓰루 한열의 대기를 통해 코로나 검사서 한장 집어들고

 

다시 사무실에 

 

다시 소소한 일상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길게 자란 머리를 자르고

 

다른 이들 보다 한발 먼저 비록 모두가 잠들어 있더라도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하루를 돌린다

 

반겨주는 가족은 없지만 너라도 있어 든든하구나

 

보드카 섞은 콜라에 홈런볼 그리고 애릭 클립턴 

 

보드카 섞은 콜라에 팝콘 오늘은 마리야 타케우치

 

이미 만취 기억은 그녀의 Love & Honesty 까지 이어진다

 

기후가 바뀌어 버린 라호르는

 

잦은 비로 더욱 을씨년스러워져 간다

 

홍수가 강타한 신드 지역을 날아들어

 

오랜만에 카라치로 향한다 

 

7개월 만의 비행 이렇게 비행기 타기 어려워 질 줄이야

 

하늘을 날아 올라도 세상은 갈수록 갑갑해져만 가네 

 

나는 언제 다시 나갈 수 있을까

 

나는 언제 다시 예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